한나라당의 자민련 끌어안기 전략이 쉽지 않다. 정치개혁의 명분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JP와의 연대를 통해 충청권 표심을 흡수할 수 있는 뾰족한 방안이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다는 게 당 지도부의 고민이다.
당 내부적으로는 자민련 김종필 총재가 정몽준 후보측에 합류하는 사태는 최소한 막아야 한다는 판단아래 어떤 식으로건 JP를 묶어둬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게 제기됐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회창 후보의 발언을 계기로 수면위로 떠오른 'JP 제휴론'에 대한 소장파 의원들의 반발이 예상보다 거세자 당 지도부는 적잖이 당혹스러운 눈치다.
실제로 강재섭 최고위원은 "JP와 손잡을 경우 충청권 득표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오히려 표가 떨어질 수 있다"고 즉각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안영근 의원은 "자민련의 지지도가 민주노동당보다 낮은 현실에서 JP와 손잡는 것은 죽은 고목나무를 살려주는 격"이라고 했고 이성헌 의원도 "JP는 역사적 소명을 다한 사람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소장파 반발에 지도부 적극 해명**
'JP 제휴론'에 대한 소장파 의원들의 반발이 당의 정체성 논란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자 당 지도부는 4일 적극 해명에 나섰다.
서청원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자민련 문제는 대선기획단에서 최고위원회의에 보고한 사실이 없고, 우리가 자민련에 대화를 하자고 제의한 사실도 없다"며 "다만 몇몇 의원들이 개인차원에서 얘기한 것이 언론에 크게 보도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전날 이 후보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민통합, 국민화합의 시대로 이끌어 갈 인사, 인물, 지도자와는 언제든지 마음을 열고 생각을 나눌 준비가 돼 있다"며 JP와의 연대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 것에서 한발 물러선 셈이다.
서 대표는 "자민련 연대 문제는 내가 얘기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며 "내 말을 믿고 이해해달라"고 소장파 의원들의 항의에 거듭 해명했다.
남경필 대변인도 선거전략회의 브리핑에서 "이회창 후보가 대선기획단으로부터 자민련과의 대선공조에 대한 공식 보고를 받고 이를 수용한 것처럼 보도된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우리는 자민련에 대해 기존 입장 그대로일 뿐 크게 변화된 게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소장파 의원은 "대선전략을 총괄 기획해야 할 대선기획단이 중차대하고 극히 민감한 대 자민련 문제를 당내 어떠한 의견수렴 절차도 없이 마구 양산해낸다는 것은 우려할 만한 사태"라며 "결국 아무런 원칙도 없이 대선승리에만 얽매인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주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JP 직접 영입보다는 정책연대 형태에 무게**
일단 당 지도부가 'JP 연대설'을 일축하고 나섬에 따라 '한-자 연대'에 대한 공식적인 논의는 당분간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충청권 공략이 시급한 한나라당으로서는 JP와의 연대를 이대로 포기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충청권에서 이 후보의 지지도가 정몽준 후보에게 뒤지는 상황이 '한-자 연대'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요인이다. 당내에는 충청권에서 한나라당이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세력은 JP뿐이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와 관련, 중앙선대위 대선기획단 차원에서 "대선구도를 안정적으로 끌고 가기 위해서는 JP와의 연대 구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이 후보 지지층의 결집도가 워낙 높아 돌발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흩어질 우려가 없는 만큼 JP와의 연대를 통해 충청권을 장악해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이 같은 주장은 한나라당과 정몽준 신당 사이에서 득실을 계산중인 JP가 최종적으로 정 후보측에 힘을 실어 줄 경우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됐다. 자민련의 정몽준 신당 합류를 막기 위해서라도 JP를 묶어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따라 현재 당 내부적으로는 자민련과의 당대당 통합론에서부터 자민련 의원들의 개별영입, 느슨한 정책연대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대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후보 측에서는 소장파 의원들의 분위기를 감안, 과거 DJP 연대와 같은 고강도 연대보다는 정책연대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자 공조의 구체적인 수위는 충청권에서의 이 후보 지지율 추이 등을 감안해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한 한나라당과 정몽준 신당 측에서 어떤 조건으로 연대를 제시해오느냐에 따라 김종필 총재의 선택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변수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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