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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아들'은 강점도 약점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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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재벌 아들'은 강점도 약점도 아니다”

<인터뷰> 사형수 출신 이철 前의원이 '鄭風'에 뛰어든 이유

"정몽준 후보가 모든 정치인 가운데 정치개혁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는 말하지 않겠다. 그러나 현재 대선 주자로 나와있는 분들 가운데서는 유일하다고 확신한다."

재야와 재벌의 결합이라고 할 만하다.

민청학련 의장, 사형수 출신, 85년 2·12총선 돌풍의 주역, 88년 야권통합추진위원회 공동대표, 12·13·14대 3선 의원. 이철 전 의원의 간단한 약력이다. 재야투쟁 경력이나 과거 정치활동 측면에서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보다 가까워 보이는 이철 전 의원이 예상과는 달리 정몽준 캠프에 새 둥지를 틀면서 5년여만에 정치활동을 재개했다.

이 전 의원은 강신옥 창당기획단장, 박진원 대선기획단장과 더불어 정몽준 신당의 진로를 좌우할 핵심 참모로 꼽힌다. 정몽준 신당의 창당 주비위 격인 '국민통합을 위한 창당추진위' 사무소 개소식이 있던 9월 30일 오후 프레시안은 이 전 의원을 만나 정몽준 신당에 합류한 계기, 향후 진로 등을 들어봤다.

***"夢, 현실적으로 유일한 대안"**

이 전 의원은 과거 특별한 정치적 인연이 없던 정 후보 캠프에 합류한 이유를 묻자 "고민이 많았다"는 얘기부터 꺼냈다. 고민 끝에 정 후보가 정치개혁을 할 수 있는 현실적으로 유일한 대안이라는 판단을 내려 합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재야 출신이 재벌을 지지하는 것 자체가 비판의 대상일 수 있으나 그는 "재벌의 아들이라는 것은 재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 자체이지 대통령 후보로서의 강점도, 약점도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 전 의원은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질문에는 직답을 피했다. 그러나 "노무현 후보가 자기하고 같은 진로를 걸어왔던 분들에게 손을 내밀었을 것이라고 보는 일반적인 판단과는 다른 부분이 존재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높은 장벽을 쌓아놓고 손길을 뿌리친 적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는 또 개인적 정치 진로와 관련해 "당에서의 역할, 요구에 따라 고려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정치현장에서 뛰는 한 총선에 출마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얘기가 된다"며 2004년 총선 출마 의향을 강하게 시사했다.

***"현대그룹 잘못 있어도 정몽준과는 관련 없다"**

한편 이 전 의원은 노무현 후보의 통합 반대 의사에 의문을 표하고 "정당한 국민들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하는 형태의 통합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민주당과의 통합 가능성을 열어뒀다. 또한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대해 "현실적으로 상황은 낙관할 만하다"며 민주당 탈당파 등 특정 세력과 접촉이 진행중임을 시사했다.

정 후보를 둘러싼 의혹 검증과 관련, 그는 "약점이라는 것이 '생모가 누구냐' 그런 얘기다. 정몽준 개인이 저지른 비리가 아닌 한 그런 점은 정몽준 표를 뺏어갈 요소가 결코 아니다"라며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현대그룹의 대북 자금 밀지원설 등 한나라당의 현대 관련 공세에 대해서도 "현대 비리를 얘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현대 비리가 있는지 없는지도 밝혀지지 않았다"며 "만에 하나 대북지원에 엉뚱한 잘못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그것은 정몽준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프레시안 : 상당기간동안 정치활동은 접었던 것으로 안다. 어떤 활동을 하며 지냈는가.

이철 : 97년도부터 도쿄대학교에서 1년, 와세다대학교에서 1년 정도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주로 일본에서 연구활동을 하면서 지냈다.

프레시안 : 오랜만에 재개한 정치활동인데, 정몽준 후보와 함께 한다는 것이 조금 어색하다. 정 후보와 과거에 특별한 정치적 관계를 맺은 적이 있었나.

이철 : 13대 때 김영삼-김대중 야권후보 후보단일화 쟁취운동을 하다가 그것이 관철되지 않자 나는 서명파 무소속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출마해 당선됐다. 그 이후에 국회 무소속 사무실이라는 조그만 방에서 박찬종, 정몽준,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 주로 그 사무실을 사용했던 적이 있다. 박찬종씨와 나는 야권 무소속이라고 할 수 있고 정몽준씨는 그야말로 순수한 무소속이었는데, 그 시절에 테니스도 치고 하면서 같이 한 자리가 많았다. 정치적 활동을 같이 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재벌 아들 캠프에 합류할 것인가, 고민 많았다"**

프레시안 : 정치적 인연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는 말인데, 대선이라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시점에 어떤 계기로 정몽준 캠프에 참여하게 됐나.

이철 :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면 재벌의 아들을 지원하는 선거캠프에 어떻게 개입하게 됐느냐는 말로 이해하겠다. 나도 그 점 때문에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다. 초기에도 정몽준 선거운동캠프가 꾸려질 때 잠시 조력을 했다가 또 번뇌하면서 상당기간을 지나다가 그저께부터 본격적으로 몸을 던지게 됐다. 애당초 처음 시작할 때도 상당한 번뇌와 고민이 있었고 중간에도 고민의 시간이 많이 있었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 그 부분이었다. 다른 분들이 고인이 되신 정주영 회장 얘기도 많이 하고 해서 상당히 걱정되는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그러나 단적으로 말하자면 정몽준 의원이 재벌의 아들이고 많은 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지만 곰곰이 생각하니까 그 분의 잘못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분의 약점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걱정했는데 그것은 그분의 약점도 아니고 강점도 아니다.

재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 자체이지 그것이 장애요소도 아니고 대통령 후보로서의 강점도, 약점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마치 다른 당에서 생모를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것과 똑같은 논리다. 정몽준 개인의 잘못도 아니고 강점도, 단점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왜 거론돼야 하느냐는 입장이다. 그 분의 개인적 성향과 나아가고자 하는 목표에 동의하느냐 아니냐가 중요하지 않은가.

그런 면에서 13대때부터 비교적 가깝게 보아왔고 최근의 행보를 볼 때 다른 분들이 느끼지 못할 정도로 정치적 면에서 정몽준의 이상주의적 면모를 보게됐다. 특히 정치개혁과 관련된 화두가 나올 때마다 특별한 이상론을 피력해서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나는 그 점에서 적어도 몸을 던질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한나라당, 민주당이라는 기존의 질서를 고스란히 인정하고 그 안에서 선택한다면 다른 문제다. 그러나 그것을 부정할 때, 그것을 선택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을 때, 우리의 현실적인 선택은 정몽준밖에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이 옳다고 주장하지는 않겠다. 다만 가능성이 있는 곳은 여기밖에 없다고 말하고 싶다.

프레시안 : 기존 정치구도에서 다른 길을 모색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말로 이해된다. 절차상으로 보자면 정 후보측에서 먼저 함께 하자는 제안이 왔고 고민 끝에 받아들였다는 얘기인가.

이철 : 그렇다.

프레시안 : 선거 캠프에 몸을 담았으니까 어떤 역할을 하느냐가 중요하지 않나.

이철 : 그것은 아직 잘 모르겠다. 한참 논의를 하고 있지만 어떤 역할을 분담하게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가장 효율적인 역할을 할 자리를 분담 받아서 진력해야 되는 것 아니겠는가.

프레시안 : 어쨌든 이 의원으로서는 이번 계기를 통해 정치활동에 복귀를 한 것인데, 이번 대선의 결과와 무관하게 정몽준 후보와 향후 정치적 행보를 함께 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되나.

이철 : 당에 몸을 담은 어느 누구도 정치노선을 따로 선택하지 않는 한 함께 나갈 길을 모색한다. 대선이 정치사의 가장 크고 중요한 이벤트이기는 하지만 절대적인 목표는 아니다.

***"노무현 후보 높은 장벽 쌓아놓고 손짓 뿌리쳤다"**

프레시안 : 조금 애매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묻자면 대선 이후에도 정 후보와의 관계의 연장선상에서 다음 총선에 출마할 의향이 있는가이다.

이철 : 정치 현장에 뛰는 한 총선에 출마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얘기가 된다. 그러나 반드시 총선에 출마하겠다 안하겠다를 먼저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항상 당에서의 역할, 요구에 따라 고려할 부분이지 총선을 위해서 뭘 한다는 전제를 둔 것은 아니다.

프레시안 : 밖에서 보기에 이철 의원은 아무래도 정 후보보다는 노무현 후보와 가깝지 않냐는 인상이다. 꼬마민주당 시절 등 과거 정치활동 면에서도 그렇다. 노 후보측에서는 함께 하자는 접촉이 없었는지, 있었다면 왜 거부했고, 없었다고 하더라도 노 후보측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이철 : 대답하기 참 어렵다. 이렇게 말하면 옳을지 모르겠지만 노무현 후보가 자기하고 같은 진로를 걸어왔던 분들에게 손을 내밀었을 것이라고 보는 일반적인 판단과는 다른 부분이 존재한다. 실제로 다르다.

예를 들어 말하자면 노 후보가 민주화운동에 헌신하기 훨씬 이전부터 이 나라 민주화를 위해서 노력했던 많은 분들로부터 거부의 대상이 됐다. 그것이 노 후보 탓인지 측근들의 방패막이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굉장히 높은 장벽을 쌓아놓고 그분들의 손짓을 스스로 뿌리쳤다. 내가 왜 거기에 가지 않느냐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답변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으려고 한다. 아무튼 주위에 있는 분들의 손길조차도 스스로 뿌리친 일이 많이 있었다는 말은 할 수 있다.

프레시안 : 노 후보 개인의 거부인가 민주당이라는 틀 속에서의 부정인가.

이철 : 두가지 측면이 다 있다. 스스로가 함께 하자는 손길을 뿌리친다는 점도 있고 기존의 정치틀 속에 있는 노무현이라는 두가지 점 모두 우리가 함께 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프레시안 : 이 의원이 먼저 함께하자는 손길을 뻗은 적은 있나.

이철 : 그 점은 말하기 좀 곤란하다.

프레시안 : 정몽준 후보에 관한 얘기를 하겠다. 아직은 정 후보와 월드컵을 분리해서 보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월드컵이 성공적으로 개최되지 않았더라도 정 후보가 지금의 위치에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이철 : 지금의 그 자리에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언젠가 그 자리에 있었을 가능성은 농후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월드컵과 관련해 '단순히 축구행사 하나 잘했다고 대통령되냐'는 비아냥으로 볼 수는 없다. 월드컵은 축구행사 하나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세계적인 행사였고 월드컵을 통해 국민을 하나되게 만든 거대한 전환점이었다.

***"정치개혁 할 유일 대안은 아니지만 현실적 대안"**

그 전환점은 정몽준 개인이 만들어낸 것은 아닐지라도 그 유치과정에서 가졌던 집념과 끈기와 도출했던 결과는 누구도 부인해서는 안된다. 그 거대한 행사를 운영하고 무리없이 이끌었다는 경영능력을 부정하면 속좁은 생각이다. 그리고 그 결과 4강이 됐다는 자체보다 과정을 통해서 국민의 마음이 한데 모여지고 국가의 위신이 건국이래 처음으로 세계 만방에 이름을 떨치지 않았나. 성적 뿐 아니라 행사 전 과정을 통해서 우리나라의 모습을 전세계에 우뚝 서게 했다는 얘기다. 그 과정에서 정몽준 의원이 기여한 바가 지대했다는 점은 절대로 과장이 아니다. 그런 점을 본다면 월드컵을 통한 정몽준의 등단은 결코 비난 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정 후보가 기업도 운영했고 월드컵도 치뤘으니 경영능력은 그렇다 치더라도 새로운 정치를 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의 정치인 정몽준은 검증된 바가 미약하다. 사실 좋은 뜻을 내세운다 하더라도 누구나 대통령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여러 가지 면모를 봤을 때 정몽준이 대통령이 돼야 하는 이유를 확신한다면 그것이 무엇인가.

이철 : 아까도 말했듯이 정치 개혁을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점이다. 모든 정치인 가운데 유일하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그러나 현재 대선 주자로 나와있는 분들 가운데서는 유일하다고 확신한다. 정치개혁이라고 하면 구조적 개혁과 지역감정의 극복, 부패한 정치청산, 일인지배체제의 혁파 등으로 말할 수 있다. 그에맞는 가장 적합한 후보라고 말할 수 있다. 사회 전체를 개조, 개혁해 나간다고까지는 섣불리 말하지 못하겠다. 아직까지는 그 부분이 화두로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나 사회전체의 부패를 근절시키는데는 가장 올바른 재목이라고 확신을 한다.

그리고 변화하는 시대에 나라의 간판 역할을 맡아서 국제무대에서 우리나라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거의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내가 말하는 것은 유일하고 지고지순한 대안이라는 뜻이 아니다. 현재 나와 있는 후보 중에는 그 사람 외에는 따로 선택할 여지가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남북관계 등에서도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가장 나은 대통령후보가 아닌가 싶다.

프레시안 : 정 후보가 상대적으로 부패와 거리있는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은 기존 정당에 발을 담지 않고 각종 현안에 대한 논쟁에서 한발 떨어져 관망했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않나.

이철 : 발을 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그 사람이 특이한 결벽증이있다. 더러운 정치, 돈에 대한 정치에 대한 결벽증이다. 더러운 정치라는 것이 오야붕 꼬붕, 패거리정치, 돈 정치라는 것이다. 따라서 발을 담지 않았던 이유는 그런 정치를 혐오했기 때문으로 봐야하고 그 점은 높게 평가돼야 한다고 본다.

프레시안 : 당장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느냐도 관건이다. 그러려면 기존의 의원들이 어느정도 결합해 줘야 하는데, 그 자체가 그 동안 비판해 왔던 기존 정치에 발을 담그는 결과가 되지 않겠나.

***"원내교섭단체 여부보다 새로운 정치가 중요"**

이철 : 바꿔 생각해야 한다. 기존의 정당에 몸을 담아서 후보의 자리를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이쪽에 집을 먼저 짓고 함께 하겠다는 분들을 모으겠다는 취지다.

프레시안 : 구체적으로 어떤 세력과 함께 창당을 하겠다는 뜻인가.

이철 : 더러운 정치와 함께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라면 모든 정치인들이 그렇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 취지는 아니다. 정치 집단 자체가 구조적으로 혼돈돼 있고 난마처럼 얽혀있다. 그런 구조를 바로잡는 정당을 만들어나가자는 얘기다. 원내교섭단체가 현실적인 필요이기는 하지만 절대적인 요건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프레시안 : 원내교섭단체가 안되도 문제가 없다는 판단인가.

이철 : 수단과 방법을 따지지 않고 원내교섭단체를 만들지는 않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될 것이라고 나는 보고 있다. 다만 대통령선거와 당선에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말이다. 국민이 기대하는 것은 원내교섭단체가 구성됐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새로운 정치를 할 수 있는 준비가 됐느냐이다. 과거에는 준비를 갖추려면 현실적인 세력이 필요했다. 그러나 과거의 박찬종, 얼마전의 이인제, 박근혜, 최근의 노무현에 이어 정몽준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이 보여줬던 것은 기존의 정치질서, 정당구조, 정당의 행태에 염증을 느낀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한 것이다. 따라서 원내교섭단체는 절대요소가 아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상황은 낙관할만하다.

프레시안 : 민주당 탈당파 등 특정세력과의 직접적인 접촉이나 결합이 확정된 바가 있나.

이철 : 여러 가지 접촉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유인하거나 상대방을 교란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 점에서 우리가 소극적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프레시안 : 노무현 후보와의 통합을 하느냐 아니냐의 문제도 여전히 쟁점이다. 최근에는 통합을 바라는 여론도 상당히 높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

이철 : 지금 여론조사로 본다면 통합을 한다면 상당히 유리한 선거를 할 수 있다는 것이지만 그것은 유권자들의 요구에 따라 부응할 수 있다는 생각이고 우리는 언제나 문을 열어놓고 있다.

프레시안 : 통합의 조건은 무엇인가.

이철 : 과거의 통합같은 어떤 지분협상이나 딜은 하지 않는다. 다만 정당한 국민들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하는 형태의 통합이라면 우리가 반대할 이유가 없다.

***"정치개혁, 부패척결, 국민통합에 동의하면 누구와도 함께 한다"**

프레시안 : 얼마전 노무현 후보가 프레시안과 가진 인터뷰에서는 정 후보와는 걸어온 길이 다르다며 사실상 통합 거부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어떤가.

이철 : 그 점은 나도 의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절대로 우리는 그쪽을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할 뿐이다.

프레시안 : 강신옥 의원과도 인터뷰를 했다. 강 의원은 당시 연대의 대상으로 '탈 DJ'를 하지 못한 민주당이나 JP 세력에 대해서는 경계를 하는 한편, 박근혜 의원과의 연대에는 강한 호감을 비쳤다. 이 의원은 통합 내지는 연대의 대상으로 어디까지 생각하고 있나.

이철 : 기본적으로 말하자면 우리는 정치개혁과 부패척결, 국민통합이라는 대명제에 동의하는 분들이라면 모두 함께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아이덴티티를 지키기 위해서 방법론 상의 우선적인 연대 대상을 선별하는 데는 선후와 경중이 있다. 그런 점에서 많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프레시안 : JP에 대한 입장은 어떤가.

이철 : 정치적 선배로서의 예우는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우리와 정치의 틀을 바꾸겠다는 점에서 동의하느냐 여부다. 그 점에 동의한다면 어떤분들과도 연대를 거부하지 않겠다.

프레시안 : 새로운 정치를 말했는데 정 의원이 말하는 새로운 정치의 구체적 내용이 뭐냐는 잘 잡히지 않는다.

이철 : 이제부터 하나하나 만들어 가겠다. 그러나 어느 정당, 세력보다도 혁신적인 변화를 예고하는 정책 대안들이 나올 것이다.

프레시안 : 구체적으로 예를 든다면.

이철 : 당의 입장이라기보다 내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아젠다를 말한다면 돈쓰는 정치는 완벽하게 척결해 나가기 위한 대대적인 정치권 혁신 운동이 필요하다고 본다. 단 한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정치풍토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정당 내에서의 공천권, 일인지배정당이 절대적인 공천권을 행사해서 공천의 댓가를 수수하는 관행들을 개선하겠다. 일단 중대선거구제가 고려의 대상일 것이다. 제도적으로 크로스보팅이라든지 기명투표제 등이 깊이있게 논의되리라고 생각한다.

***"돈을 거의 한푼도 안쓰고 이길 자신 있다"**

그리고 상향식 공천에도 많은 문제는 있지만, 국민적 여론이 뒷받침되는 공천제도 등도 고려돼야 한다. 일부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돈세탁 방지법이나 정치자금법 개정이라든가 선거법, 정당법 등에 대한 대대적인 강화작업이 수반돼야 한다고 본다. 하나하나가 아주 중요한 이슈다.

지금 제일 큰 정치의 문제는 정치권 인사들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고 기득권의 많은 부분이 돈과 관련돼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이 우선적으로 개선된다면 다음 것들은 좀 더 편하게 논의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프레시안 : 그런 점에서 보면 정 후보가 재벌 후보이다 보니 현대그룹의 돈이 정 후보 캠프로 흐르지 않겠느냐는 의혹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철 : 그런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정몽준 의원이 갖고 있는 결벽증을 얘기하지 않았나. 돈 한푼 안쓴다. 15년 이상을 알고 지냈지만 행사때 꽃 이외에 봉투를 받는 일을 보지 못했다. 어떤 누구보다 돈을 쓰지 않는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돈에 관련된 문제를 우려한다면 정몽준 의원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프레시안 : 자원봉사자들로 선거운동원을 구성했다는 얘기도 그런 일환으로 이해하겠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통령 선거에는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 또 정설 아닌가. 어떻게 충당할 수 있나.

이철 : 만만치 않은 돈이 든다고 하면 그만한 돈을 쓰지 않고 당선하겠다는 얘기다. 돈 쓰지 않으면 당선 가능성이 더 높다. 국민들이 염증을 느낀 것은 돈을 가지고 활보하는 선거판을 염려한 것이다. 돈을 써야 당선된다고 생각한다면 우리 국민을 우습게 봐도 너무 우습게 본 것이다. 돈을 거의 한푼도 안쓰고도 우리는 선거에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프레시안 : 정치권에서는 정 후보에 대한 검증이 아직 안됐다는 말을 많이 한다. 본격적으로 노출되기 시작하면 '정풍'이 어느정도 가라앉지 않겠냐는 관측이 대부분인데 현재의 '정풍'을 이어가기 위한 전략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철 : 그것은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정풍'이 꺼질 요소를 없애는 것인데, 아직까지 우리는 그런 요소를 발견하지 못했다. TV 토론에서도 달변은 아니지만 진실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이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될 때 설득력은 보다 커지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약점이라는 것이 뭐 생모가 누구냐 그런 얘기다. 얼마나 우스운 얘기인가. 삼국시대도 아니고 정몽준 개인이 저지른 비리가 아닌한 그런 점은 정몽준 표를 뺏어갈 요소가 결코 아니다.

***"'정풍' 꺼뜨릴 요소 발견 못했다"**

현대 비리를 얘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현대 비리가 있는지 없는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우리는 그걸 철저하게 밝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 대북지원에 엉뚱한 잘못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그것은 정몽준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사실이다. 현대그룹의 있을지도 모르는 잘못 때문에 정풍이 꺼지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재벌의 아들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아까도 말했듯이 재벌의 아들로 태어난 것이 정몽준의 잘못은 아니다. 재벌의 아들로 태어나서 정권을 쥐고 자기가 소유한 기업에 특혜를 준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그동안 정몽준 의원이 20년 가까운 정치생활을 하면서 부패와 관련된 스캔들에 연루되지 않았다는 점은 정몽준의 결벽을 증명하고도 남음이 있다. 염려할 것 없다.

프레시안 : 현대 얘기가 나왔는데, 현재 한나라당 공세의 포커스는 현대를 통해 정몽준 의원에게 맞춰졌다고 본다. 현대 관련 문제는 약점이 있건 없건 상대방이 가장 치기 좋은 아킬레스건이 아니겠는가. 이 부분에 대한 대응전략도 있으리라고 보는데….

이철 : 정몽준 개인이 신탁 형태로 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나.

프레시안 : 그 점에 관해서도 비판이 많다. 또 어떤 기관에 어떤 형식으로 신탁을 하겠다는 것인지도 불분명하지 않은가.

이철 : 어떤 신탁기관을 지금 당장 지정하는 것 등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비판적인 언론들은 주식을 팔아치우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요구다. 만일 주식을 팔아 치운다면 그것은 현대 주주들에게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히는 꼴이된다. 기업 하나를 박살내는 효과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 자본시장을 이해하고 있다면 그런 요구를 하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이라는 직위와 대주주로 있는 회사와의 관계를 끊는 가장 효율적인 것을 요구해야 정당하다. 그에 대한 요구는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 나를 비롯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그런 커넥션을 그냥 묵과하지도 않을뿐더러 결벽증을 가진 정 의원 자신이 그런 행동을 하지도 않을 것이다.

프레시안 : 민노당을 비롯해 재물을 가진 사람이 권력도 가져서야 되겠냐는 비판 여론이 높다. 이에 대한 의견은 어떤가.

이철 : 대통령을 권력의 자리로 봐서는 안된다. 정 의원 자신이 대통령 자리를 권력으로 보지 않는 의사가 굉장히 강하다. 정 의원의 어법으로 볼 때 권력의 분산이라고 하면 실제 그 효과는 훨씬 크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야말로 국민의 대표로서 주어진 역할을 담당하는 일에 국한될 것으로 확신한다. 만일 다른 어떤 재력가가, 혹은 돈 없는 후보가 대통령 역할을 맡겠다고 나왔을 때 '당신은 돈이 있기 때문에, 혹은 돈이 없기 때문에 대통령이 돼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것은 곤란하다.

***"순발력 부족, 선동적 면모 부족이 아쉽다"**

프레시안 : 돈이 있고 없고의 문제를 말한 것이 아니다. 예컨대 이회창 후보도 서민층과 괴리됐다는 귀족 이미지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이 후보보다 더 귀공자로 살아온 사람은 정 후보가 아닌가 싶다. 그런 분이 서민의 정서를 이해하고 아픈 부분을 이해할 수 있겠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을 것으로 본다.

이철 : 그런 점을 많은 분들이 걱정한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정 의원을 아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굉장히 세심하고 인간적인 면을 많이 본다. 그런 점 때문에 서민이라고는 말하기 어려워도 서민들의 감정은 충분히 이해하고 서민들을 위한 시책은 충분히 만들어나갈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정 의원이 추구하는 정치적 혁명은 명예혁명을 원하는 것이다. 모든 국민들과 함께하는 명예로운 혁명이다. 부정과 부패의 고리를 차단하는 혁명이다. 누구도 비난하지 않고 우리는 우리 이야기를 한다. 누구를 상처내거나 누구를 감옥에 보내겠다는 보복정치가 아니다. 그런 명예혁명을 함께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뜻에 동참하는 분들은 모두 모이라는 게 우리 주장이다.

프레시안 : 지금까지 정몽준 후보의 많은 장점을 얘기했다. 그러나 대선후보로서의 정몽준 후보가 가진 약점이나 부족한 부분이 없지 않으리라고 본다. 가장 가깝게 지낼 사람으로서 정 후보의 부족한 점을 지적한다면 무엇인가.

이철 : 아쉬운 부분은 DJ나 정치를 오래했던 사람들과는 달리 소위 정치적 순발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적당히 타협하는데 너무 약하다. 원칙은 견지하되 융통성은 가져야 하는 점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움이다. 대중앞에 선동적인 면모를 갖추지 못한 부분도 조금 아쉽다고 말할 수 있다.

프레시안 :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다.

이철 :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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