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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대학은 문명전환의 씨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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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녹색대학은 문명전환의 씨뿌리기”

<창간 1주년 프레시안이 만난 사람> '온생명 의사' 양성에 나선 장회익 교수

서울대 장회익 교수(64·물리학과)가 내년초 개교하는 '녹색대학'의 총장으로 부임한다. 녹색대학은 국내 최초의 대안대학이다. 국내 최초의 대안대학 출범 자체도 뉴스지만 물리학과 교수가 생태·환경관련 대학의 교육책임자를 맡는다는 것도 이채롭다.

게다가 장 교수는 정년을 남겨둔 채 서울대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투신(投身)'이라고나 해야 할까. 그의 결심이 예사롭지 않다. '온생명론'이라는 독특한 사상체계를 이룩한 물리학자 장회익은 과연 무슨 생각으로 이순이 넘은 나이에 생태교육 전문가로의 변신을 시도하게 됐을까. 지난 18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장회익 교수를 만나보았다.

공동체 자체가 학습장이자 실험실이 되고 생활 자체가 교육의 내용을 형성하는 '자족적 생활공동체'. 내년 3월 개교를 예정으로 경남 함양군 지리산 끝자락에서 준비중인 '녹색대학'의 개교이념이다.

거창할 것은 없다. 대학 터라고 해봐야 허름한 폐교부지가 고작이다. 5~6개 학과에 정원은 각 학과당 10여명 정도에 불과하니 이 또한 2백여개에 달하는 기존 대학에 비해 초라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이 곳이 '오래된 미래'를 꿈꾸며 지난 7년여간의 준비끝에 등장한 생활과 교육의 공동체, 국내 최초의 대안대학이다. 어찌 보면 녹색대학의 실험은 지난해 오늘, 프레시안이 창간호 머릿기사로 다룬 바 있는 울진 왕피골 주민들의 '무소유의 삶'과도 정확하게 맞닿아 있다.

우선 교육뿐 아니라 인근 마을과 연계해 식량과 주택을 비롯한 기초 생활여건을 자급자족하는 총체적인 대안공동체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 형태부터 자연친화적이고 소박한 모습으로 가꾸어져야 한다는 취지아래 인근에 공동경작지를 조성, 생태적 농사를 함께 지으며 기존사회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필요 이상의 생산을 지양하고 '가난하지만 생태적인 삶이 얼마나 행복할 수 있는가'를 체험,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인간의 경제적 살림살이를 구현하는 데 교육의 목적이 있다. 장회익 교수는 녹색대학의 이러한 모습을 살아있는 나무에 비유했다. 녹색 생활공동체의 토양을 바탕으로 한 녹색대학의 꽃은 다름아닌 학생들이다.(녹색대학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www.ngu.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온생명의 정상적 생리에 맞지 않으면 낱생명들도 생존할 수 없어"**

장 교수는 녹색대학의 설립 취지를 '온생명의 위기'에서 찾는다.

"유기체적인 생명을 '낱생명'이라고 한다면 '낱생명'은 반드시 '온생명' 안에 있어야 생존할 수 있습니다. '온생명'의 정상적인 생리에 맞지 않으면 '낱생명'들이 생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온생명' 자체도 사멸하게 됩니다."

장 교수에 따르면 인간을 비롯한 개별 생명(낱생명)은 독자적으로 자신의 생명을 지탱할 수 없다. 각각의 개별 생명은 서로의 생존을 지탱하기 위해 그물코처럼 얽혀 분리될 수 없는 전체를 형성하는데 이 최종적인 생존단위가 '온생명'이다. 그러나 필요를 넘어선 것을 요구하는 인간의 생활양식은 온생명의 건강하고 정상적인 생리를 크게 왜곡시켜 온생명 자체의 위기를 초래했다.

특히 20세기 과학과 지식의 전문화는 생명이 살아가는 전체적인 모습과 생리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결여한 채 자연에 대한 조작능력만을 극대화시켜 결과적으로 지구 생태계에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한 기술적 밑바탕을 제공했다.

"사람은 다른 것과의 전체적인 생리 속에서 그에 맞도록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에게만 유리하도록 환경을 조작해 왔습니다. 과학기술 능력이 갑자기 성장하고 인구가 많아지면서 이 많은 인구가 이 많은 기술을 가지고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온생명 입장에서 보면 엄청난 생리적 여건을 변화시켜온 것입니다."

역설적인 것은 인간이 온생명의 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임에도 불구하고 온생명의 질병을 치유할 수 있는 능력도 인간만이 갖고 있다. 그러하기에 녹색대학의 존재 가치는 단순한 환경운동가의 배출이 아니라 '온생명의 의사'를 양성하는 데 있다.

"통합적인 이해능력을 길러서 우리가 놓인 상황이 어떤 것인가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역할을 지식인들이 해야 합니다. 교육을 통해서 그러한 지식을 길러내는 것이 일차적으로 중요하다고 봐요. 상황이 이러한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보여주면 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가치문제와 사실문제가 분리된 것 같지만 사실을 보고 나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사실을 정확하게 보여주고 방향을 설정하자는 거죠."

녹색대학이 지향하는 방향은 따라서 분명하다. 전문화만으로는 마련할 수 없는 통합적 시각을 통해 문제의 본질을 명백히 파악하고 이를 시정할 수 있는 다각적인 학문적, 실천적 노력을 기울여나가는 것.

따라서 녹색대학은 곧 "문명을 바꾸는 작업"이라고 장 교수는 말한다. 대규모 기능인 양성소로 전락한 우리 대학교육 현실에 대안으로 등장한 녹색대학 실험의 성공여부가 주목되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기존 교육체제 안에서는 못해온 것이지만 작더라도 대안적인 사회 안에 대안적인 교육체제를 만들자는 말입니다. 교육도 유기체적인 것입니다. 처음에는 허름한 건물 하나에 학생 몇십명, 교수 몇 명으로 출발하는 것이지만 작은 것부터 성공을 시켜나가야 합니다. 작은 떡잎을 제대로 살려나가면 결실은 결코 작지 않으리라는 생각입니다."

다음은 장회익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

***"녹색 대학은 곧 문명을 바꾸는 작업"**

프레시안 : 녹색대학이라는 게 최초의 대안대학이라고 들었습니다. 얼핏 보니까 95년부터 얘기가 나왔지만 작년부터 본격적인 논의가 된 것으로 압니다. 창립되기까지 과정을 우선 여쭙겠습니다.

장회익 : 그런 움직임이 있었지만 내가 개인으로 관여한 적은 없고 초기의 논의는 잘 알지 못합니다. 작년에 녹색연대 활동을 해 온 장원 박사가 주축이 돼서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꾸몄어요. 녹색대학을 창립하는 사람들(녹창사), 녹색대학을 운영하는 사람들(녹운사), 녹색대학을 지탱하는 사람들(녹지사) 해서 여러 가지 틀을 짰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접촉하는 가운데 33명이 꾸려졌는데 그 속에 제 이름도 넣어서 참가했죠.

그러면서 지금 교육이 문제가 많고 특히 대학교육이 달라져야겠다고 생각해 왔고, 생태문제에 대해서도 무언가 변화가 와야겠는데, 크게는 의식의 변화와 그 변화에 대한 이해가 따라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고 교육문제와 연관해서 생각했습니다. 그런 필요성이 있겠다는 생각을 해서 제가 도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참가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앞에 나가서 많은 활동을 하겠다기보다 관심있게 보고 있었던 거죠.

개인으로 보면 저는 활동가라기보다는 공부나 하고 정리해서 나름대로 글로나 책으로나 표현하는 정도가 제가 기여할 수 있는 것이라고 평소에 생각해 왔습니다. 때문에 좋은 뜻에 돕기는 하지만 더 이상 앞으로 구체적인 활동을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예요.

그 후에 얘기가 진전되면서 조금 더 적극적인 활동을 해 줬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왔어요. 그런 요청을 해 와서 한동안 망설였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해온 것을 보면 더 이상 무얼 할 수 있을까 하고 망설이다가 아무래도 내부적으로도 도움이 되겠다는 판단을 하게 돼서 좀 더 적극적으로 힘을 기울여야 하지 않겠나 하게 된 거죠.

그리고 저는 처음부터 그렇게는 생각을 한 게 아니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내년 3월에는 일단 학생을 뽑아야겠다는 계획을 박아놓고 움직였어요. 속으로는 준비를 더 했으면 싶은데 그렇게 한다니까….

프레시안 : 학교 문을 열 준비는 어느정도 됐습니까?

장회익 : 지금 그 자리에 정규 중학교가 있었어요. 백전 중학교가 폐교가 돼서 건물이 비어있는 상태입니다. 그걸 인수해서 쓰기로 했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준비할 게 많지만 일단 저질러놓고 보자는 것 같아요.(웃음)

어차피 그 과정에서 뭔가 기여를 해야 한다면 저도 그에 맞춰야겠죠. 제가 정년을 1학기 남겨놓고 있는 상태거든요. 학교를 시작하려면 그때 내가 자유로운 몸으로 가서 참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서 학교(서울대)에도 말을 했습니다. 뭐 대단한 건 아닌데 서울대를 사직하고 간다고 해서 밖에서는 대단하게들 생각하는데….

프레시안 : 학장직을 맡게 될 것으로 들었습니다.

장회익 : 형식상의 행정적인 체계는 필요하니까 맡아줬으면 좋겠다고 말들을 해요. 저는 그걸 짐으로 생각합니다만 주변 사람들 요청도 있고 해서, 해야될 일이라면 해야겠죠.

프레시안 : 학장이나 대표를 맡게 되면 강사나 커리큘럼 문제 등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을텐데요.

장회익 : 우선 인사문제, 교수를 어느 규모로 어떤 사람들을 뽑아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고, 학생을 어떻게 뽑을 것이냐, 또 학교 인수, 생태공동체 꾸미는 것 등에 필요한 재정은 어떻게 충당할 것이냐 하는 많은 문제들이 있어요. 그런 문제들은 사실 다른 분들에게 조금 의존하는 부분이 있어요.

제가 조금 더 기여할 것은 뭐를 어떻게 가르칠 것이냐 하는 커리큘럼 문제, 어떤 분들과 같이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힘을 기울이는 것이죠. 그러다보니까 그 안에 일종의 교육철학이 반영이 됩니다. 다른 분들 생각이나 전체적인 흐름이 제가 평소에 생각하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다만 조금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제가 기여할 부분이 있겠다 생각해서 그런 쪽에 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프레시안 : 학교 인수 문제가 아직 매듭되지 않은 겁니까?

장회익 : 아직 인수받지는 못했지만 이제 거의 매듭이 됐습니다.

프레시안 : 내년에 개교되면 상주하셔야 할텐데요.

장회익 : 일단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생태마을 부지로 할만한 터를 구입을 했어요. 열댓 가구를 개인 앞으로 분양을 할 계획이예요. 그것과는 별개로 대학에 관여하는 분들이 공동소유로 집을 지을 수 있는 다섯필지 정도도 마련했거든요. 그곳에 일단 집을 짓고 학교에 관여하는 동안 있는 것으로 했습니다. 그 집은 제 개인 소유가 아니지만 짓는 비용은 제가 대기로 했습니다. 이번 추석 지나고 착공을 할 거예요.

프레시안 : 현재까지 준비 단계에서 어떤 것을 가르칠 것인가, 강사진은 어떤지를 말씀해 주신다면.

장회익 : 개인적으로는 '물질, 생명, 인간'이라는 제목의 강의를 하려고 해요. 물리학의 원리에서 생명을 보고 그 안에서 인간의 역할을 아울러서 한 강좌로 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어요. 방법도 기존의 방식처럼 시험치고 학점따는 방식이 아니라 학생들이 무엇인가 알고 깨달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싶습니다.

어떤 사람들이 와서 가르칠 것이냐는 문제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습니다. 당사자들과 얘기중이기 때문에 거론할 수 없지만 학위를 떠나서 녹색이념이 철저하고 학문적인 역량을 보인 사람, 교육을 열심히 할 수 있는 사람, 앞으로 얼마나 발전가능성이 있느냐가 일단 중요하고 우리가 준비하는 몇가지 분야를 적절하게 담당해 줄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세웠습니다.

내년 봄까지는 다섯명 내외의 강사진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많은 돈을 들여서 대우를 잘 해준다면 여기저기서 빼오기도 하겠지만, 맨손으로 출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같이 와서 고생할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더 알려지고 하면 일하는 사람들이 풍족하지는 않아도 생계에 큰 어려움은 없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프레시안 : 15일부터 학생을 모집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학생선발의 기준은 어떻습니까.

장회익 : 학력이나 나이에 제한은 두지 않습니다. 녹색대학 생활에 맞고 대학정도의 지적인 수업을 받을 수 있는 지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가능합니다. 그렇다고 졸업장을 꼭 가지고 오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프레시안 : 학교 운영상에는 실질적인 문제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수업료 같은 문제는 어떻습니까.

장회익 : 논의를 하고 있는 중인데, 일단은 국립대학 수준에서 정하고 그것도 어려운 사람들은 일을 하면서 배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려고 합니다. 열정 여하에 따라서 공부할 수 있도록 말이죠. 그리고 그런 학생들을 돕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일대일로 연결시켜주는 방안도 생각중입니다. 어려운 학생도 돈 때문에 공부 못하지는 않도록 할 방침입니다.

***"온생명의 위기는 생태계 뿐만 아니라 우리 문명의 문제입니다"**

프레시안 : '온생명'이라는 말씀을 해 오셨습니다. 환경운동을 하는 분들 중에 물리학자는 많이 보지 못했는데 선생님께서 그런 쪽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계기나 과정은 어떻습니까?

장회익 : 생명현상에 대한 관심은 일찍부터 가지고 있었어요. 학문적으로 물리학이라는 것이 사물이 어떻게 해서 그런 성질을 나타내는가 하는 것입니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저는 생명이라는 현상이 도대체 어떤 것이냐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1960년대부터 생명이 무엇인가를 물리적인 지식의 원리들을 바탕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죠.

점점 더 들어가 보니까 생명 속에는 생명의 정수랄까 하는 것이 들어있어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는 겁니다. 마치 물리학에서 기본입자는 뭐냐 하는 것에서부터 설명해 나가는 것처럼 말이죠. 물론 생명의 기본 요소가 뭐냐 하는 과학적인 접근은 DNA를 발견했다든지 하는 큰 성과를 거두기도 했죠.

그러나 DNA를 발견했다고 해서 생명이 무엇인지, 생명의 정수가 그 안에 있다고 할 수 있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는 결론이 나오거든요. 생명은 바깥에 있는 것과의 정교한 상호연관관계 속에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즉 DNA 말고도 그 옆에 무엇인가가 반드시 있어야 DNA도 DNA 기능을 할 수 있듯이 말입니다. 세포 역시 마찬가지고 나아가 유기체도 고립해서는 생명이 안된다는 겁니다.

이것이 한없이 나가게 되는데, 그러면 어디까지 나가면 주변의 결정적인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생존해 나갈 수 있는 단위가 되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그것이 존재한다면 그것의 고유명칭을 '온생명'이라고 칭하는 거죠. 환경운동과는 별개로 온생명이라고 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해 왔던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예를 들어 태양과 지구 같은 세계가 있어야 비로소 생명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게 됐습니다. 결국 온생명에까지 이르지 않으면 자족적인 생명의 단위가 구성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자족적인 생명의 단위가 어디까지이고 그것의 모양, 또한 그것은 어떻게 현재로 이어지고 그것의 성질은 어떤가 등을 살펴보는 것이 온생명 이론이라고 할 수 있어요.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유기체적인 생명 단위하고 비교하면 온생명은 규모가 대단히 큽니다. 유기체적인 생명을 '낱생명'이라고 한다면 낱생명은 반드시 온생명 안에 있어야 생존할 수 있습니다. 온생명의 정상적인 생리에 맞지 않으면 낱생명들이 생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온생명 자체도 사멸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온생명의 건강한 생존을 살펴야 합니다. 그 문제가 현재 생태 문제하고 직결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생태문제에 여러 가지가 잘못됐다고 느끼고 있는데 이는 결국 온생명의 건강문제입니다.

건강하고 정상적인 생리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인간이 이를 크게 왜곡시키고 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래서 단순한 생태계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문명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얼마 가지 못해서 엄청난 위험이 닥치겠다는 생각으로 흘러갔습니다.

그동안은 그런 현상을 연구하고 알리는 작업이 제가 할 수 있는 중요한 과제라고 봐 온 거예요. 그런 쪽으로 생각하고 글도 쓰고 해 온것이죠. 녹색대학 일은 그런 것과 관련이 되기는 하지만 조금 더 구체적인 사회활동에 가깝게 연결하는 역할이라고 할 수 있죠.

프레시안 : 선생님 말씀은 지구만으로도 온생명이 가능하지 않다는 얘기로 이해됩니다.

장회익 : 태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그 외에도 여러 조건들이 필요하죠.

프레시안 : 환경운동, 생태운동하는 분들과의 관계는 이번이 처음입니까?

장회익 : 환경운동연합 같은 곳에 자문교수 등을 하고 있습니다. 새만금과 같은 이슈가 있을 때 간단한 참여는 했죠. 하지만 본격적으로 다른 분들처럼 몸을 바치면서 상시적인 활동을 하기는 처음입니다.

프레시안 : 인류의 생활양식이나 현재의 문명이 온생명을 해친다는 말씀이신데, 좀 더 구체적인 말씀을 해주세요.

장회익 : 기본적으로 가치관 문제라고 봐요. 그동안 우리가 생존해오면서 온생명이라고 하는 것을 알고 살아간다는 생각을 해오지 못했거든요. 지금까지 우리는 어려운 환경속에서 살면서 성공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환경을 적절히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어요. 실제로 그렇게 해 왔고 성공했기 때문에 생존해 온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자체가 일종의 가치관이 돼버려서 개척하고 개발하고 하는 것이 좋은 일이고 그렇지 못한 것은 게으른 것이 돼버렸습니다. '일' 자체의 개념이 그렇습니다. 지구 안에서 일을 해서 생산을 한다는 것은 전체 생태계 안에 어떤 변화를 초래하고 그 변화가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얻는 것을 일이라고 봤던 것이죠. 일을 열심히 해야 된다는 것은 그런 역할을 많이하고 잘 해야 한다는 얘기죠.

그런데 지금 보니까 그것이 온생명의 생리를 뒤바꾸는 기능을 한다는 것이예요. 인간도 온생명을 구성하는 요소지만 인간 외의 다른 동식물들도 인간과 같은 중요한 구성요소거든요. 이것이 함께 생존해가면서 온생명을 만드는 것인데, 인간에게 유리하게 하기 위해서 다른 것에 불리하게 뒤바꿔나간다는 것이예요.

해충이라든가 잡초라고 해서 제거하고, 사람에게 유리하다고 생각되는 동식물만 선택적으로 살려나가고, 동식물의 중요한 서식지가 되는 곳을 파괴시키면서 인간에게 편리한 쪽으로 바꿔 왔습니다. 결국 온생명 입장에서 보면 엄청난 생리적 여건을 변화시켜온 것입니다.

사람 몸과 비교해보면 암세포가 하는 역할과 비슷한 것이죠. 암세포도 우리 몸의 세포지만 자신을 위해서 다른 기능을 마비시켜 죽게 만드는 것 아닙니까. 사람은 다른 것과의 전체적인 생리속에서 그에 맞도록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에게만 유리하도록 만들어왔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자연보다) 힘이 약할 때는 상관이 없어요.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우리보다 규모가 크니까 큰 변화를 초래하지 못하면 온생명에 아무 문제가 없죠. 오랫동안 그래왔어요. 그러나 이제는 과학기술 능력이 갑자기 성장하고 인구가 많아지면서 이 많은 인구가 이 많은 기술을 가지고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그 나머지가 견뎌내지 못합니다. 온생명의 입장에서 보면 큰 질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암에 해당하는 질병을 일으키는 요인입니다. 온생명 안에서 우리가 어떻게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우선 알고 거기에 적합하도록 살아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죠.

온생명 안에서 인간은 두가지 기능을 합니다. 하나는 말씀드린 대로 암세포적인 기능이고 또 하나는 온생명의 두뇌 역할이라고 할 수 있는 정신기능을 합니다. 온생명이 성장해 온 기간을 보면 대략 40억년 가까이 되거든요.

그동안 계속 성장을 해서 현재까지 왔는데 극히 최근까지도 '나'라고 하는 의식이 온생명 안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던 거예요. 인간이 출현하면서 자기를 의식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조금더 크게 보니까 나는 어떤 존재냐를 추구하다 보니까 온생명의 출발점하고 닿는다는 말이죠. 인간은 개체로서 낱생명으로서의 인간이기도 하지만 온생명으로서의 인간이기도 하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온생명의 일부니까.

우리가 '나'를 찾아보니까 내가 곧 온생명입니다. 이것은 40억년 역사 속에서 온생명이 최초로 '나'를 깨달은 순간이 되는 겁니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이 인간입니다. 다른 동물들은 그것을 할 수가 없죠. 인간은 자신의 정체를 살펴보니까 40억년동안 살아온 온생명의 일부이고 다른 동식물도 내 몸의 일부라는 사실을 최초로 알게 됐습니다.

지금부터 우리 온생명은 무의식적으로 자기도 모르는 생리에 의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살아야 되겠구나 하는 의식을 가지고 살게 된 거예요. 우리 문명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가, 어떤 방향으로 가면 존속할 수 없고 어떤 방향으로 가면 존속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거죠.

말하자면 환자가 내가 병을 고쳐야 되겠구나 하는 의식을 가지는 단계가 된거죠. 만약 지금까지 인간이 생각해온 식으로 그런 방향을 생각하지 못하면 사멸해 버릴 수 있습니다.

인간이 병의 원인이 됐고 치료해야 한다는 의식도 다른 어떤 것이 아닌 인간이 하는 것입니다. 인간이 두가지 역할을 하는 셈이죠. 인간이 자기가 어떤 존재인지를 깨닫고 이래서는 안되겠다고 자기길로 들어서면 회복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지만 그것을 하지 않고 지금처럼 나가면 결국 회복 불가능한 것이죠. 이것을 느끼고 여기서 어느 길을 택하느냐를 현명하게 선택하는 것이 현재의 인류 문명에 닥친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생태계가 부양할 수 있는 전체능력, 누가 사용하는가를 떠나서 그 이상의 생산을 하면 견딜 수 없는 한계가 있을 것 아닙니까? 지구상의 60억인구와 비교하면 한사람에게 얼마만큼의 몫이 돌아갈 것인가 조차도 생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능력이 있으면 더 많은 것을 쓸 수 있는 자격이 있고 그것은 자랑스러운 것처럼 여기는 것이 자본주의입니다. 만약 무제한의 자원이 있어서 아무리 써도 문제가 없다면 상관이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누가 쓰든지 무관하게 우리가 더 이상 사용하면 안되는 상황이 분명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예를들어 능력있는 10%의 사람들이 90%를 차지하고 그 나머지 사람들이 10%를 가지고 나눠가져야 하는 상황에서 모자란 사람들은 생태계에서 더 덕을 보려고 싸움이 생깁니다. 사회체제 문제가 바로 이것입니다. 필요를 넘어섰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이 다시 수요를 낳아서 사용을 조장합니다. 이 제도로는 접근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생태계는 이러하고, 사회구조는 이러하고, 사회가치는 이러하다는 것을 종합해서 이해해야 합니다. 이것을 생각하려면 이제는 단순히 의식 자체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어디서 출발해서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하는 굉장히 어려운 현실문제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런 것을 하려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학문연구를 해야 합니다. 제가 그런 것을 할 수 있는 실천적인 한가지 방법이라면 일단 교육쪽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프레시안 : 말하자면 병든 온생명을 고치는 데 앞장 설 수 있는 인적 자원을 기르는 일로 이해됩니다.

장회익 : 그렇습니다. 사람을 예를 들면 온생명이 병이 들었는데 온생명을 고칠 수 있는 의사는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녹색대학 학생들에게 '우리는 온생명의 의사가 되자'고 했습니다.

프레시안 : 선생님 말씀을 듣고 보니까 상당히 독창적이고 체계가 방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문제는 사람들이 환경이 중요하다는데는 동의하면서도 예를들어 막상 새만금이나 이런 현실적인 얘기가 나오면 달라집니다. 사상적인 체계가 현실속에서 사람을 움직이는 데 까지 나아가야 하는데 그것이 참 어렵다는 느낌입니다.

장회익 : 그것이 제일 큰 고민이죠. 논리만 얘기하자면 분명한데, 정말 자신의 이해가 걸린다든가 하면 의견이 매우 달라집니다. 그래서 종합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입니다. 당위성만 외쳐서는 현실을 바꿀 수 없습니다. 거기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제일 먼저 해야할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자체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과학자의 역할이라는 게 자연을 이해하는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술적인 도움을 생산하는 데 휘둘려 온 것이 사실입니다.

과학자가 최대 지식을 동원해서 이것을 제대로 보여줘야 합니다. 20세기 과학은 전문분야별로 구획된 과학입니다. 거기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아요. 현미경을 통해서 작은 부분은 잘 보고 있지만 그것이 다 모여서 전체가 어떻게 되느냐는 잘 몰랐거든요.

이제는 다 모아서 전체모습을 보는 이해의 틀을 만들어야 합니다. 새롭게 만든다기 보다 기존에 있는 것을 연결만 해 줘도 됩니다. 물론 연결이라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통합적인 이해능력을 길러서 우리가 놓인 상황이 어떤 것인가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역할을 지식인들이 해야 합니다.

교육을 통해서 그러한 지식을 길러내는 것이 일차적으로 중요하다고 봐요. 상황이 이러한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보여주면 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가치문제와 사실문제가 분리된 것 같지만 사실을 보고나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사실을 정확하게 보여주고 방향을 설정하자는 거죠.

그 다음은 그 방향에 맞도록 발을 옮기기 위해서 뭘 어떻게 할 것이냐가 현실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여기서 매스컴이면 매스컴, 종교면 종교, 교육이면 교육 이런 것들이 각각 제 역할을 해서 변화를 구체적으로 가져와야 합니다.

동시에 정치경제, 사회제도적인 문제에 대한 개선이 동반돼야 합니다. 제도가 우선 바뀌어야 한다고 앞세우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러나 제도가 어떻게 바뀌는가는 문제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고 내가 옳으니까 바꾸자는 식으로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같이 가면서 제도를 바꾸고 새 틀위에서 한발짝 더 나가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따라서 녹색대학은 곧 문명을 바꾸는 작업입니다. 그 작업이 어떻게 가능하겠냐느냐는 문제에서 한가지 출발점은 교육에 있다는 생각에서입니다. 낮은 단계의 교육도 있겠지만 대학단계, 또는 최고지성의 단계에서 충분히 검토를 하고 능력을 키워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 교육체제 안에서는 못해온 것이지만 작더라도 대안적인 사회 안에 대안적인 교육체제를 만들자는 말입니다.

교육도 유기체적인 것입니다. 처음에는 허름한 건물 하나에 학생 몇십명, 교수 몇 명으로 출발하는 것이지만 작은 것부터 성공을 시켜나가야 합니다. 한 두 사람이라도 능력을 가지고 이해한 사람들을 내보내서 '교육은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이구나'를 보여주면 그 다음은 우리가 다 하는 것이 아니죠. 다른 곳에서도 유사한 교육이 자라나게 해야 하는 것이지 우리 덩치만 키운다고 될 일은 아닙니다. 작은 떡잎을 제대로 살려나가면 결실은 결코 작지 않으리라는 생각입니다.

프레시안 : 정확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월러스틴의 세계체제론에서는 한 나라 차원의 근본적 변화는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자본주의 세계경제 전체가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장 교수님의 온생명론도 이와 유사한 사상체계로 이해됩니다. 상당히 큰 사업인데 외국과의 연대는 진행되는 것이 있습니까.

장회익 : 외국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여럿 있는 것으로 압니다. 찾아서 연락 하려고 해요. 개인적인 차원이기는 하지만 벌써 몇군데서 힘을 합쳐보자는 연락이 와요. 예를 들어 일본의 경우 교토대학에서도 같은 문제의식에서 사업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시작만 하면 국제적인 협력도 곧 성사될 것으로 보고 작지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봐요.

프레시안 : 말씀하신 바와 같이 환경문제가 나오면 원론적으로 좋은 얘기는 다들 합니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에서는 달라집니다. 독일에서는 홍수 이후에 녹색당 지지율이 높아진다든지 하는데 우리나라 현실정치에는 환경 문제가 별다른 영향력이 없는 듯한 느낌입니다. 막연한 질문이지만 대선이 얼마 안남은 상황에서 현실 정치를 보는 느낌은 어떻습니까.

장회익 : 정치라는 것이 정치가한테만 맡겨서는 안되는 것이죠. 표를 찍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느냐가 중요하죠. 예를들어 노무현 후보의 새만금 사업에 대한 입장은 굉장히 실망스러웠습니다. 그쪽에서의 정치적인 계산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그리고 아주 작은 것이지만 현실문제로 가면 하나 옮기기가 굉장히 어렵게 느끼는데, 정치와의 관계에서 순수성만 강조하거나 너무 현실타협적이기 보다는 힘을 당기되 끊어지지 않을 정도를 유지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프레시안 : 오랜 시간 말씀 감사합니다.

장회익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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