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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李 대통령 이스라엘 비판, 명분·실리 모두 잡은 ‘나이스’ 외교…큰 자산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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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李 대통령 이스라엘 비판, 명분·실리 모두 잡은 ‘나이스’ 외교…큰 자산될 것"

[정세현-박인규의 정세토크 시즌 2] 왕이, 북미 회담 연결? "트럼프 '페이스메이커' 자청한 李, 중국의 페이스메이커도 돼야"

미국의 이란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협상 국면에 진입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핵 개발을 저지하겠다는 미국의 군사 공격이 실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번 전쟁으로 미국의 위상이 상당히 실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인규 <프레시안> 상임고문은 "미국-이란 전쟁이 발발하면서 미국 패권 몰락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제기된다"며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가능하게 해서 이란으로 하여금 세계 경제에 대한 레버리지를 얻게 했다는 점, 미 군사력의 효용성을 떨어뜨리고 약화시켰다는 점, 미국과 동맹국 간 관계가 약화됐다는 점, 네 번째로 미국의 도덕적 권위가 실추됐다는 점 등이 이번 전쟁의 결과로 꼽았다는 점을 언급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국제정치에서의 헤게모니 또는 리더십은 군사력과 경제력을 밑바탕으로 하면서 그 위에 도덕성, 이 세 가지가 삼위일체로 연결되면서 형성된다"며 "그런데 미국의 이란 침공은 명분도 없고 국제법에도 어긋난 것이다. 미국의 도덕성, 권위, 명분이 날아가고 오직 군사력만 남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0일 이스라엘군이 서안지구에서 숨진 팔레스타인인 시신을 옥상에서 밀어 떨어뜨리는 장면을 SNS 메시지로 게재한 데 대해 박 상임고문은 "굉장히 중요한 이니셔티브"라며 "걸프만 국가들도 이제 미국만 따라가서는 국가 생존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 이같은 환경에서 대통령의 메시지는 이후 우리에게 중요한 자산이 될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정 전 장관은 "이 대통령이 그런 흐름을 감지하고 이스라엘을 비판하면서 국제정치적 발언권을 얻게 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라며 "앞으로 다극화된 국제질서 속에서 한국이 일본보다는 오히려 외교적 발언권이 더 커지지 않겠나 싶다"라고 전망했다.

그는 "프랑스, 폴란드 등 유럽 국가들이 한국에 방문하는 것도 한국의 국제정치적 위상이 그만큼 높아진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는 경제력뿐만 아니라 방위산업 등으로 상징되는 군사력의 영향도 있다고 보이는데, 여기에 이 대통령의 '나이스'한 외교 때문에 '명분'도 갖게 됐다. 대단한 성과이자 변화"라고 평가했다.

정 전 장관은 "실리적인 측면에서도 적절한 발언이었다. 이란이 미국과 대등하게 싸우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이 대통령의 발언은 이후 한국의 중동 진출 및 석유 수급 등에 있어 굉장히 큰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는 미셸 박 스틸 전 연방하원의원을 새로운 주한미대사로 지명했다. 정 전 장관은 "해당 인사의 전문성 유무와 무관하게 그동안 이 사람이 보여준 반북 및 혐중 입장, 그리고 국내 극우적인 개신교 세력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라며 "상원 인준까지 받아서 대사가 되면 지난해 미국이 가동시켜려 했었던 소위 '한미 워킹그룹'을 다시 시도하려 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 내부에도 여기에 협조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되면 이재명 대통령이 내놓은 대북정책이나 한반도 평화공존 구상은 더욱 추진력을 받기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 전 장관은 "상원 청문회까지 통과한 인사를 우리가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기 전에 막아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한반도 평화 법안을 위해 노력하는 재미교포들, 또 민주평통의 미주지역협의회 등이 좀 나서줘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한편 미중 정상회담이 5월 14~15일로 예정된 가운데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이 평양에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면담을 가졌다. 이를 두고 정 전 장관은 "북한의 '지방발전 20X10' 정책과 5년 동안의 경제발전 계획이 같이 달성돼야 하는데 중국에서 물자나 지원을 받지 않으면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러한 부분의 지원을 받기 위해 왕이 부장을 융숭하게 대접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 전 장관은 중국이 "미국에 북한과 다리를 놔주는 대신 경제 및 군사 분야에서 자신들에 대한 압력을 줄이라고 요구할 수 있다"라며 "우리 쪽에서는 이런 중국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왕이와 중국을 도와주는 일종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미국과 북한을 동시에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중국이니, 중국과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어서 북한을 설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대담은 15일 서울 공덕동에 위치한 (사)한국통일협회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대담 주요 내용이다.

▲ 정세현(왼쪽) 전 통일부 장관과 박인규 <프레시안> 상임고문. ⓒ프레시안

박인규 : 미국-이란 전쟁이 발발하면서 미국 패권 몰락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에서도 트럼프가 전쟁을 일으켜서 4가지의 부정적 변화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첫 번째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가능하게 해서 이란으로 하여금 세계 경제에 대한 레버리지를 얻게 했다는 점, 두 번째는 미 군사력의 효용성을 떨어뜨리고 약화시켰다는 점, 세 번째는 미국과 동맹국 간 관계가 약화됐다는 점, 네 번째로 미국의 도덕적 권위가 실추됐다는 점을 꼽았다.

미국의 패권이 무너지면서 미국 중심 세계질서가 붕괴하는 과정인데, 실제 이란이 걸프 지역의 미군 기지를 거의 다 폭격해서 무용지물로 만들기도 했다. 걸프협력이사회(GCC)를 구성하는 6개국이(사우디아라비아, UAE, 쿠웨이트, 카타르, 오만, 바레인)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나 아마존, 구글 등의 데이터센터를 유치했는데 이 역시 공격을 받으면서 수입원이 줄어들었다.

중동에서 미국과 가까웠던 국가들 입장에서는 미국 군사기지 유치 및 미국 기업들과 합작이 안보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안보와 경제를 다 망치는 결과로 돌아오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만 따라가서는 앞으로가 어려워진다는 관측이다.

시카고 대학교의 로버트 페이프 교수는 이번 이란 전쟁으로 이란이 미국과 중국, 러시아 다음으로 네 번째 세계 강대국으로 등극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정세현 : 국제정치에서의 헤게모니 또는 리더십은 군사력과 경제력을 밑바탕으로 하면서 그 위에 도덕성, 이 세 가지가 삼위일체로 연결되면서 형성된다. 그런데 미국의 이란 침공은 명분도 없고 국제법에도 어긋난 것이다. 미국의 도덕성, 권위, 명분이 날아가고 오직 군사력만 남은 셈이다.

그 군사력도 사실 미국 혼자서 아니라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와 동맹국들의 지원 또는 협조 속에서 빛을 발했는데 이번에 이마저 약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미국 경제력도 쇠퇴하기 시작했다. 관세를 가지고 돈을 벌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을 봐도 미국의 경제력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저서 <온 차이나>(On China, 2012)에서 미국을 '쇠퇴하는 국가'로, 중국을 '떠오르는 국가'로 규정했는데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2026년의 상황을 보면 미국은 이번 전쟁을 계기로 권위가 날아갔고 군사적 영향력도 왜소해지고 있고 경제력은 이미 빈약해져 있는 상태다.

물론 미국 군사력이 이란과 전쟁에서 엄청나게 소모된 것은 아니고 또 미국은 방위 산업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 무기를 새로 만들면 되긴 하는데, 이것도 돈이 있어야 가능하다. '부국'이 되어야 '강병'이 되고, 또 강병을 통해 주변 국가를 찍어 누르면서도 명분 있는 압박을 가해야 권위가 서는 건데 이게 다 깨진 셈이다.

"부자는 망해도 3대는 간다"는 속담이 있다. 앞으로 미국이 앞으로 어느 정도 기간동안은 강대국으로 계속 자리를 지키겠지만 중국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치고 올라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10여 년 후에는 미-중-러에서 중-미-러로 순서가 바뀔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앞으로 외교를 어떻게 끌고 가야 할지가 문제다.

이란이 4극 체제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다는 전망도 어느 정도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이번에 전쟁을 치르면서 이란의 저력이 완전히, 물리적으로 입증됐다. 드론이나 미사일 능력뿐만 아니라 우라늄 농축도 상당한 정도로 진전된 것 같은데, 트럼프 대통령이 포기하라고 해도 이를 내려놓지는 않을 것이다.

핵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가 미국의 회유, 압박에 포기한 리비아의 지금 상황을 보면서 이란은 핵개발 계획을 더욱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또 핵을 포기하라는 압박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어려움을 감수해가면서 6번의 핵실험 끝에 사실상 핵 보유국이 된 북한을 봐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트럼프가 북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아무 이야기가 없지 않나.

미국이 아무리 이란에 반대급부를 제공한다고 해도 이미 시작된 우라늄 농축을 그만두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면, 이란은 사실상 잠재적 핵 보유국이 되는 것이고 결국 중동에서 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에 대한 중동 내 여론이 별로 좋지 않기도 하고.

박인규 :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 대해 '히틀러'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 지난 10일 이재명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의 본인 계정에 이스라엘괴 관련한 메시지를 게재했다. ⓒ이재명 대통령 'X' 갈무리

이런 와중에 이재명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의 본인 계정에서 이스라엘군이 서안지구 팔레스타인 사람을 건물 위에서 떨어뜨리는 영상을 게재하면서 국제인도법과 국제법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올렸다.

이건 굉장히 중요한 이니셔티브라고 본다. 걸프만 국가들도 이제 미국만 따라가서는 국가 생존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 이같은 환경에서 대통령의 메시지는 이후 우리에게 중요한 자산이 될 것 같기도 하다.

정세현 : 이 대통령이 그런 흐름을 감지하고 이스라엘을 비판하면서 국제정치적 발언권을 얻게 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특히 이 시기에 이 대통령이 메시지를 던지면서 앞으로 다극화된 국제질서 속에서 한국이 일본보다는 오히려 외교적 발언권이 더 커지지 않겠나 싶다.

프랑스, 폴란드 등 유럽 국가들이 한국에 방문하는 것도 한국의 국제정치적 위상이 그만큼 높아진 것으로 봐야 한다. 이는 경제력뿐만 아니라 방위산업 등으로 상징되는 군사력의 영향도 있다고 보이는데, 여기에 이 대통령의 '나이스'한 외교 때문에 '명분'도 갖게 됐다. 대단한 성과이자 변화라고 본다.

실리적인 측면에서도 적절한 발언이었다. 이란이 미국과 대등하게 싸우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이 대통령의 발언은 이후 한국의 중동 진출 및 석유 수급 등에 있어 굉장히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이런 정도로 한국의 국제정치적 위상이 올라간 상황에서는 앞으로 한미 관계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의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한국의 소위 '엘리트' 대부분은 미국을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생각하고 싶어 한다. 트럼프 정부 들어와서 이란 전쟁으로 미국이 국제사회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이건 일시적인 현상이고 전쟁이 끝나고 나면 미국은 예전의 권위를 다시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우리나라 외교가 및 관료사회가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길 거부할 수도 있다. 이미 이들은 우리가 어설프게 중국과 가까워져서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영향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상당한 비판을 하기도 한다.

박인규 : 미국의 '브레이킹 포인트' 라는 시사 유튜브 채널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을 굉장히 중요하게 다뤘다. 남한이 이러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가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진짜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이 채널에서는 일본에도 지난주에 5만 명 정도가 모여 반(反) 이란 전쟁 시위를 했다고 소개했는데, 미국의 전통적 맹방인 한국과 일본이 이번 사건으로 중국으로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란 전쟁이 제대로 끝나서 에너지 흐름이 원활해져야 하고 그러면서도 미국과 대척점에 서지 않으면서 우리의 안정과 번영을 유지해야 하는데, 그런 관점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방향을 잘 잡은 것이라고 본다.

정세현 : 트럼프는 중동 석유 대신 미국 석유를 사라고 하던데, 우리가 진짜로 미국석유를 사오려면 태평양을 건너와야 하기 때문에 물류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간다. 그런 의미에서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이란 편을 들어주는 것은 이후에 큰 자산이 될 것이다.

미국이 중동의 미군기지를 재건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나오던데 그럴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가 중동 시장을 확보하는 쪽으로 외교를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이란과 관계가 좋은데, 이걸 활용하려면 우리가 미국과 일정 부분 거리를 둘 수밖에 없다. 미국에 계속 의존하는 것만으로는 우리의 자원 공급지로 중국도, 중동도 확보하는 것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이란 전쟁을 절묘하게 잘 활용해야 한다.

박인규 :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미국 정부가 대외전쟁 하느라 국내 경제를 망쳤다면서, 본인은 쓸데없는 전쟁을 안하겠다고 공약했고 집권하면 하루만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했는데 실제 이를 실천해 내지도 못했다. 여기에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어 전 세계 경제가 1929년 대공황이나 2008년보다 더 큰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2기 집권 이후 1년 3개월 정도가 되어가는 상황에서 기존에 본인이 표방했던 구상도 다 포기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미국과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가 쉽지 않은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가 주한 미 대사로 미셸 박 스틸 전 연방하원의원을 지명했다.

정세현 : 해당 인사의 전문성 유무와 무관하게 그동안 이 사람이 보여준 반북 및 혐중 입장, 그리고 국내 극우적인 개신교 세력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상원 인준까지 받아서 대사가 되면 지난해 미국이 가동시켜려 했었던 소위 '한미 워킹그룹'을 다시 시도하려 할 수도 있다.

이재명 정부 내부에도 여기에 협조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되면 이재명 대통령이 내놓은 대북정책이나 한반도 평화공존 구상은 더욱 추진력을 받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는 오래가지 못한다. 이 대통령 임기 중에 남북관계를 적어도 비적대적 또는 공존적 두 국가 정도까지는 만들어야 하는데, 이런 사람이 주한 미국대사로 오면 국내의 반북종미 세력들이 한미공조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을 흔들어 대면서 대통령 임기 중에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을 구현해 나가기 어려워질 수 있다. 미국은 이미 쇠락하고 있는데 그걸 인정하기 싫은 사람들이 계속 미국을 끌어 안고 가려고 하면서 이재명 정부의 평화 공존 정책을 늦추려고 할 것이고, 대사를 통해 미국의 간섭을 촉발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 상원에서 청문회를 거쳐 최종적으로 한국 정부에 아그레망을 요청할 건데, 청문회가 시작되기 전에 미국 내 한인 사회에서 해당 인물이 대사로 오면 한국의 외교는 상당히 곤란해질 수 있으니 이를 막아달라는 호소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감히 미국에서 지명한 대사를 우리가 어떻게 반대하냐는 목소리도 나올 수 있는데, 우리도 주미대사로 보내려던 인사를 미국이 노골적으로 반대해서 보내지 못했던 적도 있다. 미국이 마음에 안든다고 해서 결국 우리는 못 보냈는데, 미국은 그래도 되고 우리는 그러면 안되나?

물론 상원 청문회까지 통과한 인사를 우리가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기 전에 막아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한반도 평화 법안을 위해 노력하는 재미교포들, 또 민주평통의 미주지역협의회 등이 좀 나서줘야 한다. 한국 정부의 평화공존 정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인물로 다시 선정해 달라는 요구는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미 의원들도 지역구 주민들의 표는 중요하지 않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2기 트럼프 행정부 첫 주한미국대사 후보로 한국계 여성 정치인인 미셸 박 스틸(한국명 박은주) 전 연방 하원의원을 지명했다. 백악관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주한미국대사 지명을 발표하고 연방 상원에 인준을 요청했다. 사진은 연방하원 의원 시절 미셸 박 스틸. ⓒ연합뉴스

박인규 : 세계적 변화기에서 한국이 보다 자율적이고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는 외교 정책을 펴나가려고 하는데, 미셸 박 스틸이 대사가 돼서 한국에 부임하면 이재명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에 대한 반대 세력의 구심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가 뒷 채널로 미국에 거부 의사 밝힐 수 있을까?

정세현 : 한국 외교부는 그렇게까지 못한다. 그래서 청문회 자리부터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박인규 : 김준형 의원이 지난해 5월 대법원이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의 유죄취지 파기환송을 미국이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또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에 CIA 등과 만났다는 주장도 있다.

그래서 이재명 당시 후보에 대한 유죄 취지 파기 환송도 미국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이 혹은 법원이 단독으로 움직인 것은 아니지 않냐는 추정이다. 그런 세력이 미셸 박 스틸 전 의원을 대사로 만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재명,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의 '페이스메이커' 역할도 해야

박인규 :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잘되어 호르무즈 해협이 풀리고 전쟁이 소강상태로 접어들면 5월 14~15일로 알려진 미중 정상회담도 열릴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실제 이때 회담이 열리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접촉할 수 있을까?

정세현 :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이 평양에 다녀왔는데 김정은 위원장이 집무실 바깥까지 나와서 배웅을 하더라. 북한은 중국의 적극적 경제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번 9차 당대회에서 다음 10차 당 대회까지 5년 동안 경제 목표를 제시했는데, 인민경제나 생필품, 식량문제 등의 해결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를 해결하려면 비료를 비롯해 공장 가동에 필요한 원-부자재가 외부에서 일정 부분 들어와야 한다. 그런데 북한이 필요로 하는 지원을 해줄 수 있는 국가는 중국밖에 없다.

북한의 '지방발전 20X10' 정책과 5년 동안의 경제발전 계획이 같이 달성돼야 하는데 중국에서 물자나 지원을 받지 않으면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러한 부분의 지원을 받기 위해 왕이 부장을 융숭하게 대접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나서서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동아시아에서 위상이 높아지고 미국에 대해서도 레버리지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에 미국에 북한과 다리를 놔주는 대신 경제 및 군사 분야에서 자신들에 대한 압력을 줄이라고 요구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북미 관계 개선과 관련된 영향력을 미중 간 협상 카드로 쓰기 위해 왕이가 북한에 간 것 아닌가 싶다.

원래 왕이는 3월 초에 북한에 가려고 했는데 이란 전쟁이 발발해서 가지 못했다고 하더라. 이후에 방한도 계획하고 있었는데 이 역시 순차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런데 이 계획만 놓고 보면 중국이 동북아 내에서 국제정치적 위상을 높여서 이를 미중 정상회담에 활용하려 했다는 관측이 가능하다.

우리 쪽에서는 이런 중국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그에 발맞춘 행보를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왕이와 중국을 도와주는 것도 일종의 '페이스메이커' 역할 아닌가. 또 이를 통해 한중관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우리가 여기서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해야 이재명 정부의 한반도 평화 공존 정책을 현실화할 수 있다. 미국과 북한을 동시에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중국이니, 중국과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어서 북한을 설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우리도 북한이 필요로 하는 것을 미리 파악하고 그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북한이 보건의료를 발전시키겠다고 하는데, 거기에 MRI나 CT 등 필요한 기기가 많다. 그런데 이건 우리가 중국보다 잘 만드는 분야다. 김 위원장에게 인민 지지를 끌어내려고 하는 국내 정치적 목적이 있다면, 적대적 두 국가 이야기 그만하고 남쪽 지원 받으라고 설득할 필요도 있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를 내려놓게 하려면 그들이 필요한 것을 줘야 하는 것도 있고.

북한은 남한과 직접 교류가 많아지면 젊은 세대들이 한국화가 되는 것이 겁나서 적대적 두 국가를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 소식통을 접촉해보니 북한에서는 단둥까지만 물건을 가져다 놓으면 자기들이 알아서 가져가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하더라. 남한의 지원이 아예 필요 없다는 입장은 아닌 셈이다.

또 중국은 우리와는 다르다. 중국은 북한을 자기들 품안에서 멀리가지 못하도록 통제하기 위해 도와주는 측면이 강하다. 그런 점도 어필할 필요가 있다.

물론 현 시점에서는 중국을 경유해 북한과 관계를 가져가야 하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는 중국의 협조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그림을 그리려면 4월 말까지는 왕이가 한국에 다녀가야 한다. 중국도 미중 정상회담에서 레버리지를 높이려면 한국이라는 변수를 활용하고 싶을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이러한 부분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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