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이회창 대통령후보 장남 정연씨 병역문제를 수사중인 서울지검 특수1부가 이 후보의 최측근인 이형표씨에 대한 계좌추적과 함께 조만간 소환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수사결과에 정가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후보의 최측근인 이형표씨에 대한 계좌추적은 검찰이 상당히 구체적인 근거자료를 확보하지 않은 한 착수하기 쉽지 않은 사안으로, 김길부 전 병무청장에 대한 계좌추적 신청을 기각했던 법원이 이형표씨에 대해선 계좌추적을 허용한 점만 보아도 검찰이 뭔가 확실한 단서를 잡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기도 하다.
정가 일각에서는 이후보를 17년간 보필해온 이형표씨의 계좌추적이 자칫 이후보의 정치자금 문제로까지 비화되는 게 아니냐며 검찰의 수사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검찰, "이형표씨 병역비리 개입했다는 제보 있다"**
검찰은 10일 이형표씨가 정연씨 병역면제과정에 개입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하고 계좌추적에 나섰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이 후보 집안일을 도와온 이씨가 정연씨와 수연씨 병역문제 등에도 개입했다"는 제보에 따라 이씨를 조만간 소환해 병역면제 과정에 직접 개입했는지 여부를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계좌추적과 관련, 검찰은 수사초기부터 "이씨가 정연·수연씨의 군대문제와 관련해서도 심부름을 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내사를 진행해 왔으며, 지난주에는 법원에서 정식으로 영장을 발부받아 계좌추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검찰은 정연씨와 수연씨가 각각 면제판정을 받은 91년 2월과 90년 1월 전후 이씨 계좌에서 수천만원대의 뭉칫돈이 빠져나간 흔적이 있는지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은 "단서가 확보된 것이 아니고 단순한 사실관계 확인 차원으로 이해해 달라"며 계좌추적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으나 이씨 계좌추적에서 구체적 증거가 드러날 경우 수사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이형표, "90년대초 이회창 판사의 월급 뻔했고 은행통장에 들어갔다"**
문제의 이형표씨는 지난 86년 이회창 후보의 대법관 시절때 비서관 생활을 시작으로 변호사때는 사무장을 맡아 자금관리를 총괄하는 등 이후보의 정계입문 전부터 지근거리에서 이 후보를 보필해온 핵심 측근으로 유명하다. 이형표씨는 97년 대선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회창 후보는 변호사 시절에 수임료 문제는 사무실 직원들에게 모두 위임할 정도로 돈 문제에 깨끗했다"며 자신이 자금관리를 해왔음을 밝히기도 했다.
이형표씨는 그후 이 후보가 감사원장이 되자 비서관으로 따라 갔고, 총리가 됐을 때에도 비서진 가운데 유일하게 총리실로 들어갔다가 이 후보가 총리직을 그만 두고 함께 사표를 쓰고 나왔다. 이 후보가 그후 정치권에 몸담은 이후에도 이 후보 지근거리에서 활동해 왔으며, 현재는 이회창 후원회 조직 관리를 맡고 있다.
이형표씨는 현재 제기된 의혹설과 관련,"한인옥 여사를 잘 알지만 병무청을 함께 가거나 개인적으로 병무청에 연락해본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후보의 자금관리 역할에 대해서도 이씨는 "터무니없는 소리다. 병역비리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90~91년초 이회창 후보가 판사였을 시절에 판사가 받는 돈이 뻔하고 은행통장으로 돈이 입출금되는데 내가 무슨 돈을 관리할 수 있단 말이냐. 누가 검찰에서 그런 소리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를 음해하는 것이다"라고 일축하고 있다.
***정치자금 뒤지는 것 아니냐**
정가 일각에서는 그러나 이씨가 최근까지 이 후보의 후원회에서 일하고 있는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경우에 따라서는 사건이 병역비리 의혹을 넘어서 이 후보의 정치자금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당연히 한나라당은 이형표씨 계좌추적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남경필 대변인은 9일 "정치검찰이 이후보 주변을 샅샅이 뒤지는 것은 정치공작을 위한 것"이라며 "정치공작을 위한 표적수사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뒤져봐도 아무 것도 안 나올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야당 대통령후보의 개인집사 성격이 짙은 이형표씨 계좌를 뒤지는 데 대해 분노반 불안반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요컨대 이형표씨 계좌추적권을 따낸 검찰이 과연 이형표씨의 90~91년초 계좌만 추적하겠느냐는 의문이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97년 대선때 DJ의 비자금 문제가 대선쟁점으로 불거졌을 때도 김영삼대통령은 이를 수사하지 말라고 지시한 적이 있다"며 "이회창 후보의 집사격인 이형표씨의 계좌를 추적한다는 것은 정치도의상 있을 수 없는 행위"라고 강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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