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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 시인, 만해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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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 시인, 만해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지난 시인들의 사상적 고뇌를 기억하겠다”

김지하 시인이 최근 펴낸 시집 '화개(花開)'로 창작과비평사가 주관하는 제17회 만해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만해문학상은 등단한 지 15년 이상된 작가의 최근 3년간 문학적 성과를 바탕으로 선정한다.

신경림, 김우창, 임형택, 최원식씨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는 12일 "한 송이 꽃의 개화를 통해 어둠과 고통 속에서도 아름다운 세계를 향한 섬김과 공경의 마음을 발견하고 빼어난 서정시편을 창조함으로써 우리 시의 수준을 끌어올린 점이 인정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김 시인은 "지용상 이후 큰 상이 또 돌아와서 얼떨떨하다"며 "지나간 시인들의 사상적 고뇌를 기억하는 마음으로 받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시인은 유신시절 설악산 백담사에 피신했던 당시 만해 한용운 선생에 대한 교감을 회고했다. 만해의 '반비례'라는 싯구를 인용, "백담사 골짜기에서 돌을 때리며 흘러가는 개울물이 '반비례'가 아닌가 생각했다"며 "(백담사에) 죽으러 들어갔는데 이렇게 만해상까지 받을 정도로 살아온 것도 '반비례'가 아닌가"라고 김 시인은 말했다.

김 시인은 이에 앞서 지난 4월 '백학봉(白鶴峰)'으로 제14회 정지용 문학상에 선정된 바 있다.

수상작으로 선정된 '화개'는 김 시인이 '중심의 괴로움' 이후 8년 만에 펴낸 시집으로 5~7년 전에 써둔 1백여편의 미발표 시고를 중심으로 엮었다. '화개'에 실린 시 중에서 김 시인이 추천하는 4편의 시를 소개한다.

***花開**

부연이 알매 보고
어서 오십시오 하거라
천지가 건곤더러
너는 가라 말아라
아침에 해 돋고
저녁에 달 돋는다

내 몸 안에 캄캄한 허공
새파란 별 뜨듯
붉은 꽃봉오리 살풋 열리듯

아아

'花開!'

***아내에게**

내가 뒤늦게
나무를 사랑하는 건

깨달아서가 아니다
외로워서다

외로움은 병

병은
병균을 보는 현미경

오해였다

내가 뒤늦게
당신을 사랑하는 건

외로워서가 아니다
깨달아서다.

***초겨울**

이 계절
참되다

잎새 떨어진 나뭇가지들
뼛속에서 한겨울 어귀찬
바람 소리 꿈꾸고

감추어진 온갖 아픔들
모두 드러나
죽음이 죽음에게
생명의 비밀을 속삭이는 때
아 초겨울

병든 남편이
병든 아내를 간호하는 잿빛 나날의
갇힌 방으로부터
포근한 남쪽
돌아갈 길은 끊기고

흰 눈은 아직 내리지 않고

조용한 기다림

이 계절 참되다.

***첫 문화**

말하고 싶어
견딜 수가 없다

아파트 사이
공터에 나가

입에
손을 모은다
속삭인다

'꽃이 피었다아-'

'꽃이 피었다아-'

한겨울에
석 달 만에

'난초 피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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