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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청산 프로그램' 가동한다

재신임안 인준, '노무현 당' 탈바꿈 시작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19일 "대선 후보로서 지금까지 행보가 '뉴 DJ 플랜'으로 비춰진 측면이 있다면 앞으로는 노무현 프로그램으로 가겠다"며 '노무현 당'으로의 변신을 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노 후보는 이날 오후 당무회의에서 자신에 대한 재신임안이 추인된 직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노무현 프로그램의 첫 번째로 민심수습을 위한 '청산 프로그램'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노 후보는 '청산 프로그램'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차별화나 단절로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된 것 아니냐"고 말해 부정부패 근절 방안 등 자신의 개혁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대안제시에 주력할 것임을 시사했다.

***"재보선 공천에 개입하겠다"**

노 후보는 또 "당내에 대통령선거 국면의 진로에 관해 이견이 있는 이상 해소과정이 필요하다"면서 "문호를 개방해 언제든지 재경선을 할 수 있도록 열어 놓음으로써 당내 노선상 갈등과 투쟁을 효율적으로 정리해 나갈 각오가 돼 있다"며 자신이 제기했던 '재보선 후 재경선' 방안이 여전히 유효함을 강조했다.

비주류 일각의 '반노 정서'에 대해서는 "옳지 않은 일에 일일이 대응할 수는 없는 것"이라면서 "앞으로 소신을 갖고 좌고우면하지 않고 대의를 좇아 단호하고 확실하게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노 후보는 8.8 재보선 공천과 관련, "상향식 공천제는 포기할 수 없는 민주주의 원칙"이라면서 "그러나 지구당 특성을 감안해 적절치 않은 상황에서는 중앙당의 적절한 관여를 통해 보완하거나 상향식 공천을 일시 유보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공천에 적극 개입할 뜻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노 후보는 "재보선 공천에 개입하더라도 합리적인 절차와 방법을 통해 하겠다"고 덧붙였다.

당내의 선대위 조기 구성 요구와 관련해 노 후보는 "그 문제는 그렇게 급하지 않다"면서 "당을 넘겨 받으려는 것처럼 의사표시를 할 생각이 없지만 당에서 필요하다고 요청한다면 수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당무회의, 만장일치로 노 후보 재신임안 인준**

한편 이날 열린 민주당 당무회의에서는 첫 번째 안건으로 상정된 노 후보 재신임안을 회의 개시 3시간여만에 만장일치로 인준했다.

이해찬 의원은 "전반적으로 후보 재신임쪽에 의견이 모아졌다"며 "다만 8.8 재보선 후 재경선 꼬리표를 놓고 논란을 벌였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장영달 의원은 "페널티킥 실축으로 위기에 몰린 안정환 선수가 마지막에 골든골을 넣어 영웅으로 됐듯이 노 후보도 지금은 위기지만 8.8 재보선을 거쳐 12월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라며 노 후보에 대한 재신임 주장했다.

인책론을 강하게 주장했던 조순형 의원 등은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일단 재신임해 줄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대선후보 경선당시 이인제 의원 지지세력이었던 장성원 의원도 "책임을 져야 할 문제이지만 일단 8.8 재보선까지 미루자고 하니 그렇게 하는 것이 낫겠다"며 후보 재신임 수용 의사를 표했다.

***비주류 반발 거세 탈당사태 배제 못 해**

그러나 이날 당무회의에는 안동선, 이윤수, 원유철, 홍재형 의원 등 비주류 의원들 상당수가 불참, 당 내분의 여진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노 후보의 사퇴를 주장해 온 비주류 측은 현재 노 후보 외의 대안을 제시하기 어려워 당내 주도권 다툼에서 밀리고 있다. 그러나 한계수위를 넘은 이들의 불만이 형식적 봉합으로 쉽게 무마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비주류 의원들은 재신임 추인에 반발, "뜻이 맞는 의원들을 결집해 당내 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며 집단행동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수도권, 충청권 등 중부권의 일부 의원들은 이번 주말께 모임을 갖고 노 후보 재신임에 따른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져 최악의 경우 탈당사태까지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지방선거 참패 이후 당내 사기가 현저하게 저하됐고 선거운동을 위한 조직체계 및 자금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노 후보의 일전불사 의지가 어느 정도 뒷받침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더욱이 노 후보의 지지율 하락 등 경쟁력에 대한 회의가 당 안팎에 적지 않고 현재로서는 국면전환의 계기가 될 만한 외부 변인도 보이지 않아 노 후보의 당 장악력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벼랑 끝에 몰린 민주당과 8.8 재보선까지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노 후보의 앞날에 적지 않은 부침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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