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적 기대 속에 개막된 2002 한·일 월드컵이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분위기다.
30일 저녁 서울 월드컵경기장 옆 특설무대에서 진행된 전야제가 구성·진행·행사준비 등 모든 면에서 국민들로부터 '함량미달'이라는 차가운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2,002명 초청한다고 해놓고 초청장 수만장 살포?**
31일 아침 각 언론은 이날 전야제가 성공적이고 화려하게 진행됐다고 대서특필했다. 그러나 같은 시간대 전야제를 주최했던 월드컵 조직위와 전야제 제작대행사인 MBC 애드컴의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축구팬들의 거센 항의가 빗발쳤다.
이날 전야제에 갔던 시민들에 따르면, 우선 시작부터가 엉망이었다.
조직위는 당초 2천2장의 전야제 입장권을 추첨을 통해 발부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어인 일인지 정작 행사장에는 이보다 몇배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어 입장권 소지자들의 좌석안배는 물론, 행사장 주변의 질서 유지에도 큰 혼선을 빚었다.
게다가 조직위는 8시 20분경부터는 아무런 통보나 양해도 없이 입장을 중단시켜 굵은 빗줄기 속에 몇 시간을 기다린 수많은 시민들이 무거운 발걸음을 되돌려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외국 사람들 보기에 민망해…"**
이날 전야제에 초청장을 받고 갔다가 돌아온 한 네티즌(아이디 손예진)은 조직위 홈페이지의 게시판에 자신이 겪었던 일을 다음과 같이 폭로했다.
"안녕하십니까? 큰 행사, 준비하느라 고생들 많으실 텐데요.
어제 개막식 전야제 준비는 정말 실망에 실망입니다.
2천2명에 한해 발급한다고 한 전야제 티켓은 도대체 얼마나 많이 찍어서 뿌렸기에...어제 상암동에 온 사람들이 2만2천명은 되겠더군요. 더구나 7시까지 와야 입장이 된다고 해서 회사에 구차한 변명까지 해가며 퇴근해서 저녁식사도 굶어가며 2시간 가량을 줄을 섰는데 8시30분이 다되어서 기껏 한다는 소리가 그냥 집에 가라굽쇼?
주최측의 한마디 사과의 말은커녕, 항의하는 사람들을 위해 전경들 바리케이드나 세우고.....정말 그 잘난 대한민국의 힘없는 민초들은 그렇게 허무하게 비 쫄닥 맞아가며 집으로 가야했습니다.
너무 심한 거 아닙니까???
그 항의하는 사태를 일본 기자는 연신 취재를 해대고...입장권 티켓을 움켜쥐고 그 비를 맞아가며 기다리던 사람은 어떻게 해야될지 몰라 우왕좌왕....정말 외국사람들 보기 민망하더군요.
물론 큰 행사를 진행하다 보면 실수도 할 수 있겠지요...그러나 어제는 정말 너무 심하셨어요. 뉴스에서 성공적인 월드컵 전야제에 대해 나올 때 얼마나 우습고, 기가 막히던지.....
제발, 이제부터라도 정신차리고 정확하게 일처리하십시요. 어제 같아선 찾아가서 멱살잡이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비 오자 당황해 '땜방'의 연속**
진통 끝에 어렵게 막을 올린 전야제의 진행과 구성도 문제투성이였다.
전야제를 지켜본 시민들은 '세계 최악의 이벤트''리허설도 안했나'라며 야유와 비판을 보냈다. "2000년 5월 31일 전야제 제작대행사로 선정된 이래 2년여간 치밀하게 행사를 준비했다"는 MBC 애드컴측의 주장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이날 행사는 일부 프로그램이 우천으로 차질을 빚자, 3부로 구성된 골격 자체가 뒤죽박죽 되는 등 준비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
우선 조수미씨를 비롯한 한국과 일본의 대표 성악가들이 80인조 서울시 교향악단과 펼칠 계획이었던 '클래식 콘서트'가 취소됐다. 그러자 예정에 없던 가수 조용필씨가 무대에 올라 시간을 때웠다.
또한 이미 한번 나왔던 김덕수 사물놀이패는 공연이 끝난 뒤 다음 순서가 준비되지 않자, 시쳇말로 '땜방'을 위해 다시 한번 무대에 서야 하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게다가 전야제 진행을 맡은 탤런트 차인표씨와 아나운서 황수경씨는 베켄바워, 로저 무어 등 초청 귀빈들의 인사말조차 통역하지 않는 결례를 범해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날 행사를 지켜본 시민들은 "개막식에서도 이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느냐"며 조직위의 준비부족에 심한 우려를 나타냈다. 한 시민은 "마치 열린 음악회 월드컵특집을 보는 것 같았다"며 "전야제에 1백억원의 거액을 쓰고도 이 정도밖에 못한다니 한심스러울 뿐"이라고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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