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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노무현의 '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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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나는 노무현의 '천적'이다"

한나라당 경선주자 인터뷰 ① - 최병렬 후보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이 본격화됨에 따라 경선주자 릴레이 인터뷰를 게재한다. 게재 순서는 경선주자들의 일정을 감안해서 인터뷰가 이루어진 순서에 따른다. 편집자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에 나선 최병렬 후보는 7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를 통해 영남권에서 노무현 후보를 누르고 사회 전반의 보수세력을 결집시킬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대 진보 구도로 대선 정국을 바라보며 최 후보가 말하는 노무현 후보에 대한 비교우위는 보수세력의 결집과 영남권 표심을 쥐고 있다는 점이다. 최 후보는 "우리 사회의 보수와 진보는 7 대 3"이라며 자신은 "보수세력을 결집시킬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같은 영남 후보라도 '반(反) 김대중' 정서가 팽배한 영남권에서 노 후보를 압도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라는 논리를 폈다. 최 후보는 "보수와 수구는 다르다"면서 자신은 "보수적 철학에 입각해 개혁하는 사람"이라고 포지셔닝 전략을 내비쳤다.

최 후보는 '노풍'의 실체를 인정하면서도 여기에는 노 후보의 "서민적 매력, TV에서의 말재주, 영남권의 지역정서" 등 거품적 요소가 있고 노 후보의 지지율 이면에는 "어떤 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음모론'에 입각한 추측과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최 후보는 "우리당은 지난 4년을 제왕적 총재 밑에서 합창을 계속해 왔기 때문에 지금도 대세론에 깊이 잠겨있다"고 말하고 "이 전총재는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노출돼 매력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최 후보는 또 이회창 전총재가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게 역전당한 지지도를 "이 전총재 자력으로는 반등세를 형성하기가 용이하지 않다"면서 "나를 뽑으면 당장 경상도를 한 손에 쥘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과 이 전총재의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최 후보는 이 전총재의 자기 관리능력 부족에서 찾았다. 최 후보는 "3백만 당원은 어떡해서라도 이 전총재를 다음 대통령으로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해 왔다"며 "그러나 결국 이 전총재가 자기 관리를 잘못해서 엉뚱한 일이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의원의 탈당, 김덕룡 의원과의 마찰 등도 이 전총재와 측근들의 안일한 태도가 빚은 사태라고 해석했다.

정계개편과 관련 최 후보는 "특정 정치인들을 통합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했지만 보수 성향의 사람들 속에는 "JP도 있고 박근혜도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정관용 정치에디터가 진행한 이날 인터뷰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1시간 가량 계속됐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이 전총재는 오랫동안 노출돼 매력을 잃었다"**

프레시안 : 이회창 후보로는 어렵다고 판단하는가?

최병렬 : 사실 지난 4년 가까운 시간동안 나는 이회창 후보를 대통령을 만들어서 나라를 바로잡는데 뒷받침을 하고 정치를 바꾸는데 족적을 남기고 정치를 털려고 했던 사람이다. 정치를 바꾸는 1단계로 대권, 당권을 분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은 내부적으로 공천권, 인사권, 의사결정권, 재정에 관한 것에 대한 별도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그런데 우리는 내부적으로 '대세론'이라며 날짜만 지나면 대통령은 따논 당상이고 다 된거라는 생각으로 총재도, 총재 주변사람들도 그냥 앉아만 있었다.

반면 민주당은 어떻게 됐나? 한국 정치사에 남을만한 국민경선제를 통해 주말 연속극의 대 성공을 거두고 있다. 물론 이것은 물 흐르듯 된 것이 아니고 상당한 작용이 있었다고 본다. 정확한 증거는 없지만 어떤 작용 없이 그렇게 굴러가기가 쉽지 않다. 그냥 물 흐르듯이 된 것이라면 정말 기적이다. 광주에서 일어난 일, 그 뒤 사람들이 정리되는 과정 등을 보면 참 묘하게 간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하루아침에 로케트를 타고 떴다.

우리는 어떻게 됐는가. 우리는 세상이 바뀌고 국민들이 바뀐 정치를 원하고 있는데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그런 과정에서 박근혜 의원이 보따리 싸가지고 나가고 김덕룡 의원도 나간다 안나간다 논란이 불거지고 당내가 어수선했다. 이런 것들이 시너지 효과로 나타나 우리는 내려가고 민주당은 올라갔다.

다음 대통령이 될 사람으로 우리 이회창 후보는 상당히 오랫동안 국민들에게 노출되어 왔다. 그런데 사람이 오래 노출되다 보면 매력이 없어진다. 그러니까 이회창 후보는 자력으로 반등세를 형성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못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게다가 하도 유언비어가 많아서 제2, 제3의 타격을 입을 위험부담이 있다.

반대로 노무현 후보는 어떻게 됐는가. 노무현은 흔히 거품이라고 한다. 거품일 수도 있다. 그러나 선거에서 거품이라는 것은 대개 인기만 있고 조직이나 자금이 없어서 나중에 백병전에서 무너지는 것이 거품이다. 하지만 이것은 거대 정부여당의 조직과 자금과 홍보기술이 뒷받침돼 있는 것이다. 이인제 후보가 얼마나 공격했나. 그런데도 여론조사 결과에는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나를 뽑아라. 그러면 경상도를 한 손에 쥘 수 있다"**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영남의 동태다. 사실 정치하는 사람이 지역문제를 발가벗고 거론하는 것은 조심스럽고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해를 위해서 솔직히 얘기하면 한국 정치, 특히 대통령 선거에서 결정적으로 결과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영남표다. 지난 97년에 이인제가 영남에서 표를 안가져 갔으면 그냥 이회창 후보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영남이 무너지고 있다. 여론조사를 가지고 판단을 하면 현재 노무현 후보 지지도가 PK 지역에서 40%, TK 지역에서는 35% 선이 됐다. 이렇게 됐기 때문에 지금 이회창-노무현 차이가 15%-20%가 나는 것이다. 원채 영남이 덩어리가 크기 때문에 영남에서 40%는 전체 판세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왜 영남에서 이런 일이 생기는가. 영남 출신 의원들 얘기를 들어보면 공통된 얘기가 '노무현이 경상도 사람 아니냐, 노무현 뽑으면 그게 경상도 대통령이지 전라도 대통령 되나. 솔직히 그동안 김대중에게 맞서는 것이 한나라당이고 한나라당의 중심이 이회창이기 때문에 이회창을 대통령, 대통령 한 것이지 까놓고 얘기해서 우리하고 무슨 관계있나'라고 한다. 이게 지역 정서다. 그렇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최근 이런 분석들이 나오면서 큰일났다는 생각을 했다. 가령 올 12월에 우리가 정권 못잡으면 한나라당은 공중분해된다. 경상도 사람인 노무현이 대통령 되면 실제 총선에서 경상도 사람들이 가만 있겠는가. 대통령 도와주려 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 한나라당은 공중에 뜨는 것이다.

최소한 우리가 보는 시각대로 하면 노무현은 김대중 대통령보다 과격한 사람이다. 나라가 어떻게 되겠는가. 이런 절박한 사정 때문에 나라도 나서서 우리 대의원들한테 '이것이 심각하다, 이회창 후보로는 경상도에서 현실적으로 문제가 생긴다, 차라리 나를 선택하시오, 나는 노무현 천적이오. 노무현은 김대중 당과의 커넥션이고 나는 김대중 반대당 커넥션인데, 그리고 나도 같은 경상도다. 그동안 내가 조용히 엎드려 있어서 세상이 나를 몰라서 그렇지 따지고 보면 나도 다양한 국정경험을 가진 사람이고 할때마다 너그러운 평가를 받은 사람이다. 나를 뽑아라. 그러면 경상도를 당장 한 손에 쥘 수 있다'고 말하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생각보다 나라의 안정을 원하는 보수세력이 많다. 내가 보수의 중심에 서고 결집하는데 문제가 없다. 그래서 나는 이 얘기를 우리 당원들에게 호소할 것이고 당원들이 받아들여 주면 되는 것이고 아니면 어쩔수 없는 것이다. 표현이 좀 그렇지만 우리 당원들에게 현재 상태로 가면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가라고 말하겠다. 그런데 의외로 우리당은 지난 4년을 제왕적 총재 밑에서 합창을 계속해 왔기 때문에 지금도 대세론에 깊이 잠겨있다. 이것은 구조적인 문제다.

프레시안 : 최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가 되면 영남은 노 후보를 제치고 최 후보를 중심으로 뭉칠 것이라는 말인가?

최병렬 : 나는 그렇게 믿는다.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서 영남 사람들은 못받아들인다. 같은 경상도인데, 노무현은 그쪽 커넥션이고 나는 이쪽 커넥션 아닌가.

프레시안 : 노무현 대 이회창 구도면 지역으로는 노무현이고 안티 김대중으로는 이회창인데 지역이 더 앞선다는 논리인가?

최병렬 : 분석이라기 보다는 현상이 그렇다는 말이다.

***"나는 이 나라의 보수세력을 결집시킬 수 있는 자신이 있다"**

프레시안 : 김대중 대통령은 누구를 지지한다고 보는가?

최병렬 : 그 의중을 읽어볼 방법이 없지만 나타나는 것을 보면 노무현이 아닌가 싶다. 이회창을 누를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현재로는 노무현이지 않은가.

프레시안 : 노무현 대 이회창 구도로는 노무현이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구도를 만들어 왔다고 보는가?

최병렬 : 추측이기는 하지만 이인제로는 도저히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고 누가 설계를 했다면 노무현을 내세워서 이인제를 꺾으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노무현이 이렇게까지 이회창을 뛰어넘을 것이라고는 예상 못했으리라고 본다. 이인제는 눌렀지만 이회창보다는 밑에 있는 결과를 상정했을 것이다. 그러면 노무현 가지고도 안된다는 말이 나온다. 그 때 노무현을 가지고 정계개편을 해서 정몽준 등을 디자인 했을 수도 있다. 물론 1백% 추측이다.

그런데 지금 뜻밖의 상황이 벌어진 것 아닌가. 이제 노무현이 양보하려고 하겠는가. 생각 밖으로 노무현이 로케트를 탔기 때문에 이 사람들은 노무현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 만일 어떤 설계가 있었다면 추가적인 리그루핑은 필요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프레시안 : 노무현의 급부상에 대해서는 이것으로만 설명이 되지 않는다. 무슨 설계가 있었다손 치더라도 이렇게까지는 예상을 못했을 것이다. 왜 갑자기 이렇게 떴다고 보는가?

최병렬 : 우리 정치가 상당히 긴 세월동안 대통령이라면 이회창, 이인제의 독판이었다. 이에 대해서 국민들이 변화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서민적 매력, TV에서 말재주를 가진 노무현이 나타나자 그에 쏠린 것으로 생각한다. 여기에는 상당부분 고등학교 밖에 안나와서 사회적으로 성공한 것에 대한 평가가 뒷받침 하지 않았나 싶다. 서민들, 젊은 사람들, 현실 정치에 신물을 내는 사람들, 그리고 조금 차이는 있지만 '우리고향 사람' 하는 경상도 사람들의 정서가 합쳐진 결과 아니겠는가.

프레시안 : 그렇다면 서민, 젊은층의 노무현 지지표를 대통령 후보가 되면 가져와야 하는 것 아닌가?

최병렬 : 그 표를 다가져온다는 말은 허무맹랑한 소리다. 전체적으로 보면 우리 사회의 진보와 보수가 3대 7이다. 7을 차지하는 보수는 정교하게 말하자면 나라를 개혁해 가는데 보수적인 철학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고 광범위하게 말하자면 나라의 안정을 바라는 중산층을 통틀어 보수라고 생각한다. 이 사람들은 현재 흩어져 있다. 그런데 진보세력은 젊은이들, 민주화 과정에서 투쟁의 대열에 참여한 사람들이 주를 이룬다. 민주화 과정을 겪으면서 진보세력은 고도로 훈련되고 조직화됐다. 운동역량과 발언권을 가지고 있다. 사실 그보다 훨씬 많은 보수세력은 몇몇 사람들의 부패, 과거 민주화 이전의 과정에서 독재, 인권탄압적 요소들로 오해를 받고 있다.

하지만 보수 세력이 나라를 만드는데 벽돌 한 장이라도 얹은 사람들인데 이 사람들이 모두 죄인처럼 취급받는다. 보수 하면 나쁜 것처럼 취급받는다. 나는 이것이 잘못됐다고 본다. 보수가 왜 나쁜가. 진보, 보수는 함께 있는 것이다. 보수가 나쁜 것이 아니라 부정하고 부패한 수구가 나쁜 것이다. 나라를 생각하고 안정적 생활을 추구하는 이 사람들이 괜히 죄인처럼 취급받는다. 나는 이 세력을 결집시킬 수 있는 자신이 있다.

프레시안 : 자신감을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최병렬 : 보수냐 진보냐는 정책으로 나타난다. 나는 정책적인 나름대로의 신념을 가지고 있고 그동안 정부 안에서 해 왔던 것이 줄곳 같은 톤이었다. 그것은 내 신념에서 나왔고 이를 위해서 일했던 솜씨를 보여주었다. 나는 사회의 헝클어진 모습을 추스르겠다. 선거운동을 할 때부터 대통령 취임, 그 이후의 과정에서 일관되게 이 문제를 풀어갈 것이다. 내가 그렇게 해 나가면 이 사회의 흐트러지고 방황하고 있는 보수세력이 결집할 수 있다고 본다.

개혁, 개혁 하는데 지난번 기자회견 할 때 내가 그랬다. '나는 개혁적이지 않고 수구적인가. 나는 내가 생각하는 보수적인 철학에 입각해서 개혁한다. 나에게 이 나라를 맡기면 반쯤 들었다 놓을 것이다. 내가 왜 개혁이 아닌가. 진보적 개혁과 보수적 개혁이 있다'는 주장을 했더니 기자들이 동감했다.

***"이회창은 믿음가는 보수가 아니다"**

프레시안 : 선거에 임하면서 이것들을 압축된 슬로건으로 표현을 한다면 어떤 것이 되겠는가? 최병렬이 그리는 대한민국의 미래, '난 이렇게 만들겠다' 라는…

최병렬 : 아주 쉽게 얘기하면 부국강병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다 담지 못한다. 몇 개를 나열하라면 우리 헌법의 기본정신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원리를 확신한다. 그리고 나는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기업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뒷받침을 해주고 그 대신 이 기업은 투명하도록 만들어서 우리 경제가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강력하게 뒷받침을 할 것이다.

그러면서 환경, 개인능력 등에 대한 사회복지도 지원을 할 것이다. 그러나 현 정부가 하는 것처럼 돈 갈라주기는 아니다. 미래에 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 그런 쪽으로 가는 것이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현재 교육을 평준화시키는 쪽이다. 그러나 우리 교육은 현실적으로 평준화할 수 없다. 따라서 공교육 쪽에서는 건강한 국민을 길러내고 고등교육을 받을 권리를 부여하는 교육을 하는 것이고 사교육 쪽에서는 국제경쟁력 있는 개방적 체제로 가야 한다. 그래서 그 분야에서는 21세기 국가가 필요로 하는 인재가 나오도록 해야한다.

그러나 사교육 쪽에서 교육비 부담이 많아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렇다면 공교육 쪽의 가난한 학생들이 돈은 없지만 능력이 있다면 국가가 장학금을 대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교육은 국민의 고등교육을 받을 권리를 충족시켜지는 교육과 경쟁력있는 교육 쪽으로 양분화해야 한다. 그래야 교육이 살아난다.

프레시안 : 이른바 보수원류 논쟁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이회창 후보와 비교해서 보수세력을 하나로 뭉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최병렬 : 원조, 원류라는 말은 적당하지 않다. 다만 이회창 후보에 대해서 보수세력은 믿음이 가는 보수로 보지 않는다. 당 바깥의 보수세력들은 이회창씨가 갈팡질팡한다고 본다. 나에게는 그렇지 않다.

***한나라당의 어려움은 이 전총재의 '자기관리 실패' 탓**

프레시안 : 경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보는가?

최병렬 : 계량화해서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굉장히 어렵다고 본다. 우선 인천에서 13일날 경선을 하는데 나는 여기에서 3등 할 것으로 예상한다. 어떤 후보는 4년을 쥐고 있어 확고한 기반을 가지고 있고, 또 어떤 후보는 지난 공천 때 가까운 사람을 내서 11명의 지구당 위원장 가운데 3명을 가지고 있다. 완전히 조직선거다. 나는 그런 것이 아무것도 없다.

게다가 지금은 지구당 순방도 하지 못하게 한다. 홍보물도 당일 대회장에서만 나누어 주게 했다. 나는 무얼 가지고 운동하겠는가. 유일한 방법은 전화 뿐이다. 내 발은 다 묶여 있다. 아마도 내가 누구인줄도 모르고 투표를 할 것이다. 인천은 아주 어렵다. 결과가 뻔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 다음은 울산이다. 울산은 우리가 준비를 하니까 인천보다는 나을 것이다.

프레시안 : 어렵다고 생각하면서 후보를 하겠다는 이유는 무엇인가?

최병렬 : 인천이 어렵다는 말이다. 다른 곳에서는 차츰 대의원들을 설득할 것이다. 대의원들의 잠을 깨울 것이다.

프레시안 : 경선에서 지면 당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

최병렬 : 당의 국회의원이다. 별것 없다.

프레시안 : 어디선가 선대위원장을 하겠다는 말이 나왔다.

최병렬 : 그것은 내가 민주주의의 원리를 말한 것이다. 내가 선대위원장을 하겠다는 말이 아니다. 내가 나온 것은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내려가서 나온 것 아니냐고 누가 물었다. 사실이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지지율이 내려갔다고 당을 뛰쳐나간 이인제하고 비슷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차원이 다르다. 이인제는 민주주의의 규칙을 깨고 나간 것이고 나는 민주주의 규칙에 따라 치열하게 싸우고 경선 끝난 뒤에 깨끗이 승복하고 그때 누가 원하면 선대위원장이라도 할 수도 있는 것이라는 민주주의의 원칙을 말한 것인데 그걸 가지고 내가 선대위원장을 한다면서 짜고치는 고스톱이라고 했다.

프레시안 : 최 후보는 우선 당에 인지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가.

최병렬 : 인지에 성공하면 나를 선택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지는 것이다. 우선 내가 할 일은 오늘의 냉엄한 상황을 대의원들에게 인지시킬 수 있는냐 없느냐의 싸움이다.

프레시안 : 민주당이 흥행 대박을 이어가는 마당에 자칫하면 한나라당 경선이 이회창 대 이부영의 싸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 그렇게 봤을 때 최 후보가 나서는 것이 이회창 후보 입장에서 나쁠 것 없지 않나?

최병렬 : 이 전총재도 그렇게 생각을 해야 정상이다. 그런데 싹쓸어 모으려고 난리다.

프레시안 : 본선의 영남표를 생각해서라도 최 후보가 경선을 통해서 부상해서 영남권에도 여러 가지 얘기를 하면 그런 것이 이 전총재에게 바람직한 것 아닌가?

최병렬 : 잘은 모르겠지만 이 전총재는 혹시 내가 TV 토론 등에서 자신을 공격할까 봐 그러는지 모르겠다. 지금 돌아가는 분위기는 조직선거의 양상이다. 지구당 위원장들 줄세워서 싹 쓸어모으려고 하고 있는데 나는 그렇게 해보라고 놔둔다.

프레시안 : 경선에 출마한 이상 이제는 이 전총재와 맞수가 아닌가. 맞수인 이 전총재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최병렬 : 사람은 저마다 장점, 단점이 있다. 이회창 후보도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 전총재는 사람을 아우르는 것을 못한다.

프레시안 : 이번 경선에서 이 전총재에 대한 주된 공격 포인트는 무엇인가?

최병렬 : 우리는 4년 전에 이 전총재를 내세워서 정권을 빼앗겼다. 물론 직접적으로는 이인제가 튀어나가서 경상도 표가 깨지면서 정권을 빼앗긴 것이다. 그러나 이인제가 왜 나갔나? 이 전총재의 가정 문제 때문 아닌가. 하지만 그 후에 나를 비롯해서 우리당 누구도 이 전총재에게 그것을 가지고 불평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동정심이 갔다. 그렇게 지난 4년이 지났다. 우리 3백만 당원은 어떡해서라도 이 전총재를 보호해서 다음 대통령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해 왔다. 가히 이회창을 옹립하다시피하는 분위기였다.

그렇다면 이 전총재 자신도 그에 맞게 해야 한다. 정치인으로써 인간적인 도리와 책임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오늘 이렇게 됐는가? 결국 또 자기 관리 잘못해서 엉뚱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온 국민이 열린 정치를 원하는데 박근혜 문제 생겼을 때 박근혜가 하는 주장 다 들어줘도 경선에서 질 리 없었다. 그러나 총재와 총재 주변의 몇몇 사람들은 '나가려면 나가라, 그래봐야 다음에 자기가 국회의원이라도 하겠냐'는 생각이었다. 결국 그런 것이 오늘날 당을 이렇게 만들었다. 내가 이 전총재라면 그동안 오매불망 자기 하나를 믿고 해온 당원들이나 밖에서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식으로 대답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프레시안 : 포용의 정치력의 부족, 개인관리의 잘못, 상황 판단의 잘못 등으로 요약할 수 있을 듯 하다.

최병렬 : 이회창 후보 선대위원장에게 나를 좀 설득해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우리가 이회창 중심으로 단결해서 대통령 만드는데 이러이러하게 하면 된다'는 설득을 하면 내가 오늘 당장 관두겠다고 말한 일이 있었다. 솔직한 심정이다.

프레시안 : 4년동안 옆에서 열심히 도왔는데 지금 상황에서 상당히 서운하게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최병렬 : (한숨을 길게 내쉬며) 아휴, 자세한 얘기는 안하겠다. 나중에 내 회고록에나 쓰지…

프레시안 : 민주당 경선은 노무현 후보의 승리로 보는가?

최병렬 : 그렇게 본다.

***"본선에서 당선되면 4년 중임제 개헌을 추진하겠다"**

프레시안 : 임동원 특사 파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최병렬 : 선거철이니까 있음직한 일이다. 물론 어떤 근거가 없으니까 그냥 내 생각일 뿐이지만 김정일 위원장도 남쪽 선거의 어느 편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없겠는가?

프레시안 : 김정일 위원장이 금년 내에 서울 답방을 할 것으로 보는가?

최병렬 : 선거가 어떻게 되느냐하는 분위기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근거가 없어 말을 함부로 할 수는 없다.

프레시안 :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최병렬 : 같은 값이면 미국 기종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다만 단종에 따른 문제 등이 있는 것으로 안다. 기술적인 문제는 세부적으로는 모르겠지만 만약 같은 값이라면 주한미군 등을 고려, 미국 것이 무난하다고 본다. 라팔이 뛰어나게 좋은데 정치적인 이유로 구닥다리 비행기를 산다는 것이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까지야 하겠는가?

그에 깔린 반미 정서가 문제다. 한미 관계는 이중적인 성격이 있다. 하나는 우리가 주권국가라는 사실이다. 또 하나는 국방에 미국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두가지를 지혜롭게 해결해야 한다. 나는 용산 미군기지에 미군들을 위한 아파트를 짓겠다는 것에 반대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한미관계에 있어서 우리가 주권국가라는 사실은 필요 이상으로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주한미군에 관해서는 예산과 안보의 문제로 활용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독일이 통일한 후에도 왜 미군을 주둔시키나. 일본이 오끼나와에 왜 미군을 두고 있는가. 돈 안들고 안보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한미군 자체에 관해서는 관대한 입장이다. 하지만 독극물 방류 등 주한미군과 관련된 법적 문제에 대해서는 주권국가로서의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프레시안 : 후보가 되면 정계개편을 바로 할 것인가?

최병렬 : 정계개편은 그렇게 인위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프레시안 : JP와의 연대설도 있다.

최병렬 : 우리 사회의 큰 틀에서 보수 성향의 사람들을 통합한다고 했지 정치인들을 통합한다고 하지는 않았다. 물론 그 속에는 JP도 있고 박근혜도 있다.

프레시안 : 후보가 되는 순간 바로 제안해서 누구와 합치는 일은 안하겠다는 뜻인가?

최병렬 : 큰 원칙은 밝힐 것이다.

프레시안 : 내각제 개헌은 후보가 되면 추진할 것인가?

최병렬 : 본선에 당선이 되면 마지막 1년을 포기하더라도 개헌을 해서 선거의 텀을 맞출 것이다. 제일 좋은 것은 4년 중임제다. 그러면 선거의 텀이 맞는다. 아니면 그때 국민이 원한다면 내각제도 고려할 수 있다.

프레시안 : 본선 공약은 아닌가?

최병렬 : 어느것이 반드시 좋고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상황에 따라서 국민들의 흐름을 봐서 할 일이다. 다만 내가 대통령이 되면 임기 1년을 단축해서라도 선거 텀을 맞추겠다는 것은 공약으로도 가능하다.

프레시안 : 긴시간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다.

최병렬 : 후보 자격으로 만족스러웠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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