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인수를 추진중인 대우자동차의 노동조합에 대해 "노동쟁의를 1년에 5시간 이상 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명문화할 것을 요구, 물의를 빚고 있다. GM의 이같은 요구는 우리나라의 노동법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초법적 발상'을 드러낸 것이어서, 앞으로 적잖은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한 GM이 근거 자료로 제시한 '연간 노동쟁의 평균일수 5시간'의 신뢰성에도 큰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현지의 GM 노조는 자동차 빅3 가운데 가장 강성노조로 얼마전에도 54일간 장기파업을 한 기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연 5시간 이상 파업하면 대우차 인수 않겠다"**
GM은 지난 1일 노조와 회동한 자리에서 "GM의 전세계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노동쟁의의 연간 평균일수가 5시간을 넘지 않는다"며 연간 노동쟁의를 5시간 이상 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명문화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차 노조 관계자는 4일 "GM측이 연간 노동쟁의 평균일수에 관한 구체적 데이터도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같은 주장을 했다"고 확인했다.
대우차 노조는 이와 관련, 2일 노보 '민주광장'을 통해 "연 5시간 이상 파업을 하면 부평공장을 인수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노동조합의 쟁의권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다른 노조 관계자는 "GM측이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본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는 의사를 내비쳤다"며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쟁의를 전면 위배하는 것으로 노조를 완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따라 대우차 노사가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단체협약 개정이 더욱 난항을 겪을 전망이며, 대우차 매각을 위한 채권단과 GM의 본계약 체결의 마지막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GM측은 이밖에 노사 단체협약에 명시돼 있는 ▲회사 매각 및 흡수합병에 대한 노조 동의 ▲작업전환(job shift)에 대한 노조동의 ▲인사위원회 등과 관련된 조항의 삭제 또는 수정을 인수의 선결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미국 GM노조는 54일간 장기파업을 하기도**
GM의 이같은 노동쟁의 제약 요구는 국내 실정법인 노동법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초법적 발상'이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GM이 아무리 대우차를 인수하며 파업문제에 대해 확실한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쥐겠다는 노선을 고수하더라도, 국내 실정법마저 무시하는 요구는 지나친 횡포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GM의 전세계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노동쟁의의 연간 평균일수가 5시간을 넘지 않는다"는 GM측 주장의 신뢰성도 의문시되고 있다. 미국 GM은 지난 98년 장장 54일간의 장기파업 기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GM 노조는 98년 6월5일부터 7월29일까지 54일간 장기파업을 했다. 당시 파업으로 GM의 북미지역 29개 조립라인 가운데 27개의 가동이 중단돼 GM은 모두 22억달러의 피해를 보아야 했다.
이 파업은 GM노조의 상부단체인 미 자동차노조(UAW)의 지도아래 진행됐으며, 결국 GM은 회사측이 부품공장에 3억달러를 새로 투자하는 대신에 노조측은 15%의 생산성 향상을 받아들인다는 조건으로 타결됐다. GM노조는 실제로 포드, 크라이슬러 등 이른바 미국의 자동차 빅3 가운데 가장 강성노조로 알려지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따라서 미국 GM의 노조들에 대해선 법적 파업권을 인정하면서, 국내 대우차에 대해선 파업권을 제약할 경우 '노조간에 심각한 불평등'이 초래되면서 각종 부작용이 초래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즉 GM이 자동차 불황 등을 맞아 전세계적으로 구조조정을 해야할 경우 미국내 GM에 비해 한국내 대우차에 대해 한층 가혹한 인원감축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다음은 GM측 요구를 폭로한 대우차 노보 전문이다.
***대우자동차 노보 '민주광장' 362호(2002년 4월 2일자)**
차라리 노동조합 해체를 조건으로 내걸어라!
GM은 자기들 뜻대로 단체협약 개정을 해주지 않으면 본 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비상식적인 요구이지만 조속한 본 계약체결을 위해서 단협개정을 해주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GM과 대우경영진은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전 세계 GM사업장의 평균 쟁의로 인한 손실일수보다 부평공장이 작아야만 부평공장을 인수하겠다고 조건부 합의하였다.
노동조합은 생산량이든 생산성이든 품질이든 인수조건을 분명히 해서 GM이 조기인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연 5시간 이상 파업을 하면 부평공장을 인수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노동조합의 쟁의권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평화적인 노사관계는 노사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면서 쟁의를 가급적 피하는 것이지 아예 쟁의를 못하게 하는 것은 강압적, 폭력적인 노사관계인 것이다.
못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은 질적으로 다르다. 쟁의를 못하는 노동조합이 무슨 힘을 가지고 협상을 하고 우리의 요구를 관철시킨단 말인가? GM에 인수되기 위해서 쟁의권도 없는 허수아비 노동조합을 몇 년간이나 끌고 가란 말인가? GM은 차라리 노동조합 해체를 부평공장 인수조건으로 내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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