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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정치개입- 안 하나, 못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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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정치개입- 안 하나, 못 하나

진 부총리 해프닝 권력말기 한 단면 드러내

김대중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 이후 '김심(金心)'이 거론된 일련의 정치적 사안에 대해 청와대는 "대통령은 정치에서 손을 뗐다"며 '정치 불개입' 원칙을 거듭 천명해 왔다. 그러나 그때마다 일각에서는 '개입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최근 불거진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 선출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김심'이 작용했는가와는 무관하게 청와대가 이미 조정능력을 심각하게 상실했다고 보는 시각이 대두됐다.

추대 예정자로 거론된 진념 부총리의 단호한 부인, 이미 출마를 선언한 김영환 의원의 거센 반발, 일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진 배기선 의원과 이강래 지방선거기획단장의 한발 물러선 해명 등을 지켜보며 정가에서는 청와대의 '조정능력' 내지는 '입김의 힘'이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서울시장 선거와 더불어 경기지사 선거는 12월 대선의 전초전적 성격을 띠는 지방선거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민주당으로서는 임창열 현 경기지사가 재판 문제로 낙마하면서 한나라당 후보 예정자인 손학규 의원에 필적할만한 카드 물색에 부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와중에 부상한 '진념 카드'를 놓고 불거진 여권 내부의 잡음은 청와대의 '정치개입' 능력 자체가 상대적으로 위축됐음을 드러내는 반증으로 관측된다.

***진념 "대통령이 출마 종용하는 일 없을 것"**

진념 부총리의 경기지사 출마설이 갑자기 불거진 지난 2일 논란의 당사자인 진 부총리는 "정치는 하고 싶지도 않고 경기지사에 출마할 계획도 없다"고 밝히고, "민주당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일축했다.

그리고 진 부총리는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였다. "지금 대통령이 총재직을 그만뒀기 때문에 임명권자가 출마를 종용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그저 "정치할 뜻이 없다"고 하고 말면 될 것을 구태여 이런 말을 덧붙인 이유는 무엇일까.

언론에 진 부총리 출마설이 불거지기 이전에 청와대로부터 모종의 언질이 있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또 당으로부터 출마를 요청 받으면서 '김심'과 관련된 언급이 있었는지 여부도 확인불능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진 부총리의 이날 발언은 두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만약 청와대로부터의 직접적 요청이나 당을 통한 '김심'의 간접적 요청이 있었다면, 진 부총리 발언은 대통령의 요청을 거부한 셈이다. 반대로 만약 그러한 '김심' 전달이 아직 없었다면 이날 발언은 추후로라도 있을지 모르는 대통령의 출마 종용 가능성 자체를 아예 봉쇄하려는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지난 2일 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지구당위원장들의 밀실 담합에 의한 후보 추대는 국민의 정치개혁 욕구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며 "이미 10만명 이상이 참여신청서를 낸 상태여서 후보 경선이 무산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 "어떤 이유에서든 경선은 반드시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해 선발주자로서의 기득권을 포기할 수 있다"며 "진 부총리가 좋은 후보라고 생각하지만 경선을 수용, 도민과 당원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의 외압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았으나 김 의원의 이 같은 주장은 청와대의 정치개입 의혹에 대한 강한 경고성 메시지를 담고 있다. 김 의원은 4일 경기도지부 회의에서도 경선 관철을 강력히 주장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개입설 퍼지자 민주당 서둘러 진화**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경제부총리가 여당의 영입대상으로 거명되는 것 자체가 청와대와의 사전교감 없이는 불가능하다"면서 "청와대는 당장 정치개입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당 안팎에 파장이 커지자 문희상 경기도지부장은 성명을 내고 '경기도지부는 특정 후보의 합의추대를 위해 후보 지망자에게 사퇴를 권유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전도민참여 경선제의 실시 방침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다'고 못박았다.

김 의원의 사퇴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진 배기선 의원도 2일 기자회견을 통해 김 의원과의 접촉 사실은 인정했지만 '개인적' 의견이었다고 해명했다.

이강래 단장도 "시뮬레이션 결과 진 부총리가 출마하면 필승한다는 결론을 얻은 뒤 진 부총리를 만나 의사를 타진한 적이 있다"면서 "하지만 출마를 공식 제안한 것도, 당론으로 확정된 것도 아니다"고 한발 물러섰다.

***정치개입, '不可' 아니라 '不能'이라는 해석**

이상의 과정을 지켜 볼 때 경기지사 승리를 위해 민주당이 진념 카드에 대단한 욕심을 낸 것은 사실인 듯하다. 그러나 진 부총리는 이를 거부했다. 또 이미 출마를 선언한 김영환 의원은 강하게 반발했다.

과거 방식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모종의 조정역할을 담당했을 것이다. 정권재창출을 위한 중요 중간교두보인 경기지사 승리를 위해 필승의 카드를 만들고, 그 카드를 관철시키기 위해 예상되는 부작용은 사전 차단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진 부총리의 출마 거부도 김 의원의 반발도 없었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청와대의 그런 조정능력에 의문부호를 찍기에 충분한 사례다. 청와대 측은 "능력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개입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되길 바랄 것이다.

하지만 진념, 김영환, 배기선, 이강래 의원 등의 일련의 발언과 진행과정을 바라보는 정가의 해석은 청와대의 정치 '안 개입'이 아니라 정치 '못 개입' 쪽으로 흐르고 있는 듯하다. 권력말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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