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대선 예비주자 토론 프로 ‘선택 2002 예비후보에게 듣는다’에 지난 22일 두 번째 주자로 출연한 유종근 전북지사는 공교육 강화방안으로 평준화 정책 폐지를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유 지사는“사교육비 등 평준화 제도로 모든 부담이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전가된다”며 “학교간 경쟁을 부활하고 학교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공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또 유 지사는 “DJ 정부 인재풀이 개혁성 없는 정통 관료 출신과 전문성 없이 정치적으로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로 구성됐다”고 비판했다. 유 지사는 인사정책에 대해“사회적 명망이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 추천위원회가 2배수 또는 3배수로 장·차관 후보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총리 지명자와 함께 인터뷰를 거쳐 임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선거캠프의 대규모 지지 부대**
이날 유 지사는 촬영장소인 한국여성개발원(서울 은평구 불광동)에 오전 11시 35분경 도착했다. MBC 관계자들은 유 지사가 예상보다 늦자 리허설을 할 시간이 없다며 초조해하기도 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대규모 지지 부대. 선거캠프인 ‘강한 한국을 위한 포럼’ 관계자 10여명 등 30여명의 지지자가 유 지사를 응원하기 위해 촬영장을 찾았다. 1층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들은 유 지사가 정문에 들어서자 박수를 치고 ‘화이팅’을 외쳤다. 이 자리에 있던 한국여성개발원 관계자는 “각 후보들이 로비에 들어서는 모습도 천차만별”이라며 “어제 김근태 고문은 단촐하게 보좌진만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유종근 캠프의 한 관계자는 “새만금 간척사업 문제, 고관집 절도사건, 동계올림픽 유치 실패 등 취약점 위주로 토론을 준비했다”며 “TV 토론과 이후에 있을 합동연설회에 비중을 두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후보 대기실에서 분장을 마친 유 지사는 방송 10여분 전에 2층 촬영장에 도착해 사회자인 이인용 MBC 해설위원 및 패널들과 인사를 나눴다. 유 지사는 “이런 자리는 처음이라 긴장된다”고 말했으나 방청객들에게 농담을 던지는 등 비교적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이날 패널로는 박건영 가톨릭대 국제대학원장, 이주향 수원대 철학과 교수, 이필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정진민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참석했다.
***날카로운 질문 쏟아져**
“작년 ‘대우사태’ 때 유 지사는 ‘미국에서 공무집행 시 저항하는 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불법시위를 하는 노동자들의 인권은 보호받을 수 없다는 생각인가?”
“지난 99년 ‘고관집 절도사건’시 거액의 돈을 도둑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유지사는 IMF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경제자문 역할을 위해 수시로 관사의 비상용 헬기를 이용했다. 지도층의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라고 생각하지 않나?”
12시 5분 방송이 시작되자마자 날카로운 질문들이 쏟아졌다. 유 지사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 “대우사태 때 미국을 예로 든 것은 준법정신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99년 도난당한 현금은 도지사 취임 이전에 공직자 재산신고에 포함됐던 것이며 공무 이외에 관사의 헬기를 이용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유 지사는 공통질문인 '민주당 국민경선제에서 부정선거가 밝혀지면 사퇴할 의사가 있는가'와 공정한 경선을 위한 ‘시민 옴부즈만제 도입’ 제안에 대해 “두 제안 모두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고 말했다.
경선비용 마련 방법에 대해 유 지사는 “도지사는 후원회도 개최할 수 없기 때문에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개인 예금통장에서 사무실 임대료와 관리비를 지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돈이 없으니까 돈 안드는 선거를 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돈이 없다’는 발언에 대해 이주향 교수가 “서울 여의도에 1백평 규모의 선거 캠프 사무실이 있고 상근직원이 80여명이나 된다”며 의혹을 제기하자 유 지사는 “사실과 다르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그렇다면 상근직원이 몇 명이냐”고 되묻자 그는 “정확한 인원은 모른다”고 말했다. (토론이 끝난 후 관계자에게 확인한 바에 따르면 선거 캠프 상근자는 30여명이었다.)
***“자본엔 국적이 없다”**
유 지사는 평소 ‘검증된 경제전문가’를 자처했던 만큼 이 분야에 대한 질문이 집중됐다. 유 지사는 “외국 자본 유치에 한국 사람들이 지나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며 “기업 주인이 바뀌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족자본을 부정한다는 말이냐”는 질문에 유 지사는 “기업가의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지 애국이 아니다”라며 “자본엔 국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패널들은 새만금 갯벌 간척사업 문제, 전북도립국악원 민간 위탁 문제 등 도지사로서의 실정이라고 지적되는 지역 현안에 대해 추궁하기도 했다.
유 지사는 호주제 폐지에 대해서는 찬성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부 패널들, 유 지사 경제관 비판**
약 1시간 50분간 계속된 토론회가 끝나자 유 지사는 “실수 없이 무난하게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경제, 교육 정책 등 국가경영 비전을 충분히 설명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고 아쉬움을 표하며 “후보자간 비교 우위가 확실하게 드러날 수 있도록 후보자간 토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참석한 한 패널은 “유 지사가 제시한 경제정책은 대다수의 국민들이 공감하기 힘든 내용이었다”며 “특히 외국자본에 대해 지나치게 긍정적 측면만 강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패널은 “유지사가 정말‘검증된 경제전문가’인지 국민들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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