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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희생자 3,767명"

미군 피해 줄이려 무차별 폭격

아프간 전쟁이 시작된 10월 7일부터 12월 6일까지 만 2개월동안 미군의 무차별 공습으로 목숨을 잃은 아프간 민간인의 숫자는 3천7백67명인 것으로 밝혀졌다. 하루 평균 62명의 아프간 민간인들이 미군의 폭격으로 목숨을 잃은 것이다.

미국 뉴햄프셔 대학의 마크 W. 헤롤드 교수는 언론 보도와 현지 목격자들의 증언 등을 종합, 미군 공습에 의한 아프간 민간인 희생자의 규모와 지역, 사용된 무기, 출처 등에 대한 분석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헤롤드 교수는 “미군의 첨단무기가 과연 미 정부의 선전대로 그토록 정확한가에 대한 의문 , 그리고 미 공습으로 인한 민간인 희생자가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이 연구를 시작했다”면서 “외국 언론에서는 민간인 희생자에 관한 보도를 접할 수 있었던 반면 미국언론에서는 거의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 국방부는 아프간 민간인들의 희생을 인정하지 않았고, 대부분의 미국 언론들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전제하에서만 희생자 관련 보도를 해왔다”면서 그러나 “희생된 사람들은 대부분 9.11 테러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가난한 민중들이었다”고 밝혔다.

헤롤드 교수는 다음과 같은 식으로 민간인 희생 사례를 수집했다.

10월11일, 미국 전투기 2대가 저녁식사 및 저녁기도 시간동안 칼람 지역 산악마을의 60여개의 흙벽돌집을 폭격. 민간인 1백~1백60여명 사망. (출처 : 파키스탄의 영어일간지 DAWN을 비롯, 가디언, 인디펜던트,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스콧맨, 옵저버, BBC 등)

10월13일 오전. F-18 폭격기가 2천 파운드의 합동집적공격탄(JDAM)을 카불 공항 남쪽 2km 지점 퀼라 미르 아바스 인근에 폭격. 민간인 4명 사망. (출처 : 아프간 이슬라믹 프레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프론티어 포스트, 파키스탄 옵저버, 가디언, BBC 등)

헤롤드 교수는 영국, 캐나다, 호주, 인도, 파키스탄 등의 신뢰할 만한 언론을 통해 이러한 사실 등을 기록해왔으며, 유엔 및 국제 구호단체, 비정부기구 등의 증언과 자료를 참조했다.

<표 1>

***악몽의 7일**

헤롤드 교수는 10월 11일, 18일, 21일, 23일과 11월 10일, 18일, 12월 1일에 발생한 민간인 대량 학살을 악몽의 7일로 기록했다. 미국은 이 기간동안 칸다하르의 탈레반 본거지인 작은 농장, 병원, 모스크, 시장 등을 폭격했다.(표 1 참조)

10월 11일 : 잘랄라바드 서부 카람 지역의 농장 마을에서 4백50여명의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피폭. 45~60여개 흙벽돌집 파괴, 민간인 1백60여명 사망.

10월 18일 : 칸다하르 인근 마다드의 사라이샤말리 중앙시장이 피폭, 민간인 47명 사망.

10월 21일 : 헤라트의 군병원과 모스크에 집속탄 투하, 1백여명 사망.

10월 23일 : 이른 아침, AC-130 폭격기가 칸다하르 북부 25마일 지점의 보리쵸카르와 쵸우카르-카레즈의 농촌 마을을 저공비행으로 맹포격, 민간인 93명 사망.

11월 10일 : 칸다하르 북서쪽 70킬로미터 지점인 카크레즈 지역의 농촌 마을인 사아카와 인접 마을에 폭격, 민간인 3백여명 사망.

11월 18일 : 칸다하르 접경마을에 B-52의 융단 폭격, 최소 1백50여명 민간인 사망.

12월 1일 : 잘랄라바드 남서쪽 50킬로미터 지점 카마아도 마을에 B-52 폭격기가 1천 파운드짜리 합동직접공격탄(JDAM MK-83) 25개 투하, 3백여 명의 거주자 중 156명 사망.

***민간인 희생은 ‘의도된’ 죽음**

수치상의 표면적 기록 외에도 그는 언론에서 보도된 사실에 근거해 민간인이 희생된 원인과 배경 등을 상세하게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아프간 민간인들의 희생을 유발한 원인은 다양하다. ▲ 미사일 및 폭탄 유도 장치의 기계적 결함 ▲ 인간의 실수에 의한 오폭 ▲ 폭격 목표인 군사시설이 민간인 밀집 지역과 인접 등.

그에 따르면 앞 2개의 원인은 그 가능성도 희박하며 높은 민간인 희생자 수치를 설명하는 데 부차적인 원인이다. 그는 민간인 피해의 결정적 원인을 아프간의 군사시설이 대도시의 인구밀집 지역에 주로 위치해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80년대 소련과의 전쟁 경험과 이후 지속된 내전으로 대부분의 아프간 군사요새와 시설들을 도시지역으로 밀집됐다. 소련을 등에 업은 아프간 정부가 반군 무자헤딘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군사시설을 인구 밀집지역인 대도시에 구축했다는 것.

따라서 그는 군사시설, 정부청사, 통신시설 등에 대한 미국의 무차별 공격은 민간인 희생을 전혀 개의치 않은 처사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 군사전략가들과 정치지도자들은 아프간 민간인들의 생명을 매우 하찮게 생각하고 있으며 (발생할지 모를) 미군의 희생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마땅히 희생되어야 할’ 사람들로 여기고 있다.

“군사시설로 추정되는 곳에 근접해 살고 있는 아프간 민간인들은 희생될 것이고, 희생되어야만 한다. 이것은 미군의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 군사 시설들을 파괴해야 할 목적에 따르는 부차적 희생이다.”

부시와 블레어는 민간인 희생이 있을 때마다 ‘목표는 인근의 군사시설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이 아프간 민간인 희생을 피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주장은 공허한 것이라고 그는 비판했다. B-52, BLU-82의 융단폭격, CBU-87의 집속탄 투하 등, 미국 공군이 극도의 파괴력을 가진 무기를 사용한 것을 비판의 근거로 들었다.

<사진 2>

미국이 숱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아프간에 융단폭격을 퍼붓는 이유에 대해 그는 다음의 두 가지 근거를 들었다. 첫째, 미군의 희생을 바라지 않는다. 둘째, 값비싼 전투기를 잃고 싶어하지 않는다.

지대공 무기와 스팅어 미사일이 도달할 수 없는 9천m 이상의 상공에서 폭탄을 투하함으로써 미군 조종사와 비행기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그에 따르는 희생은 진흙집, 버스정류장, 연료운송트럭, 버스, 병원, 학교, 종교시설에 있던 민간인들에게 돌아갔다.

헤롤드 교수는 미국이 자행한 필요 이상의 폭격에 대해 아프간 사회에 최대한의 고통을 주려는 의도 외에 다른 설명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폭격은 대부분 어떠한 군사적 의미도 없는 곳에 가해졌다. 10월 25일, 미국은 민간인 버스를 폭격해 10~20여명의 승객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또 미국 폭격기가 글루코 마을을 공격했을 때, 일곱 명의 마을 주민들이 희생됐다. 이 마을은 그 어떤 군사시설과도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민간 시설에 대한 폭격은 의도적인 민간인 살상과 다름 아니며 미국인 및 외국인의 생명에 대한 미국의 이중 잣대를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이다.

“그들이 폭탄을 차에 싣고 사람들을 죽이면 잔인한 킬러다. 우리가 미사일로 사람들을 희생시키면 그것은 문명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그들이 죽이면 테러리스트이고, 우리가 죽이면 테러를 응징한 것이다.”

***미국 언론, 민간인 희생자 감추기 급급**

그는 미국의 정책 생산자들과 주류 언론에는 이 같은 아프간 민간인 희생이 전혀 보도되지 않았으며 그 결과 반대 여론도 모아질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미국 언론인들은 공공의 이익을 명목으로 민간인 희생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간인을 희생시킨 폭격은 적어도 미국에서는 전혀 뉴스화되지 못했다. 미국인들은 대량학살 소식을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며 “이 소식이 전해질 경우 전쟁 수행을 지지하는 여론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막대한 민간인 희생을 유발하면서 탈레반 근거지와 대도시에 대한 공습이 시작되고 반전운동이 전세계적으로 모아지고 있을 때, 미국 정부는 대중의 관심 속에 민간인 희생자 사안이 대두되는 것을 철저하게 차단했다.

또 보도가 된 경우도 민간인 희생과 관련해서는 정확한 수치를 밝히지 않았다고 헤롤드 교수는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로스엔젤레스 타임스의 종군기자는 아무런 부끄럼 없이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아마도 (희생자가) 많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전문가들은 1천명의 탈레반과 저항군, 그리고 다수의 민간인들이 폭격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관측했다.”

‘다수’라는 애매한 단어로 정확한 수치 공개를 거부하고 민간인 희생자들을 ‘적’으로 규정, 여론을 호도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헤롤드 교수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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