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교사 등 전문직 집단의 정치참여가 본격화되면서 이를 둘러싼 논의가 일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비전문적 정치세력에 의한 의료정책이 왜곡된 진료행위를 강요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국민건강을 위한 의료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의사의 정치참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를 둘러싼 논의를 발전시키고 독자들의 이해와 판단을 돕기 위해 정치참여 당사자측과 관련 전문가의 차례로 게재한다. 우선 대한의사협회 정우석 홍보이사의 의견을 소개한다. 편집자
의료계가 지난 의약분업 전후로 벌어졌던 소용돌이 속에서 줄기차게 주장했던 것은 진료권 보장과 국민건강 중심의 의료정책이었다.
진료권이 무너지면 국민이 제때에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가 무너진다. 진료권에 대한 외부의 강압적인 침해는 환자에 대한 소신진료를 가로막고 방어진료, 후진진료를 양산한다. 이는 의료비의 지출을 증가시키고 환자와 의사간의 불신을 조장하며 치료가 실패할 가능성을 높인다. 종국에는 의료공황상태라는 심각한 사태를 맞이할 수 있다.
이러한 의사들의 예측은 불행하게도 하나씩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의료에 대한 비전문적 집단의 정치세력화는 국민 건강과는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의료정책에 관여하고 있다.
이미 정치계와 깊숙이 관련을 맺고 있는 비의료계 이익집단들, 의료정책을 사회정책이 아니라 경제정책으로 인식하고 있는 정부, 일부의 부정만을 앞세워 전체 의사들을 오로지 규제와 통제 속으로만 몰고 가려는 정치인들이 현재 망가진 의료 정책의 주범이다. 특히 의약분업은 경제적 부담과 국민적 고통의 증가, 왜곡된 진료행위의 강요만을 가져왔다.
의사들은 일선에서 진료실을 지키며 환자와 정면으로 마주하기 때문에 현 의료정책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의사들의 주장은 항상 정치세력들에 의해 막히고 왜곡되고 규제를 받는 방향으로만 바뀌었다.
어떤 정책이든 순리와 원칙이 아니라 힘에 의한 정책결정, 민의가 아니라 관에 의해 주도되는 여론조성과 정책추진, 자율이 아니라 규제에 의한 정책실행이라면 후진성을 벗어날 수 없고 국민들에게 고통을 안겨 준다.
우리나라 의료 정책은 여전히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심지어 시민이라는 이름을 둘러쓴 정치세력에 좌지우지되고 있다. 의사들의 주장은 번번이 묵살되고 집단이기주의로 호도됐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들의 대다수가 의사들의 정치 세력화를 필요하다고 느끼게 됐다. 의사들의 정치세력화는 의사들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 건강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의사들이 정치 세력화를 선언한 또 다른 축은 의료정책에 대한 무뇌적(No Brain), 무지적(No Knowledge), 무의적(No Mind) 정책결정이다. 한 마디로 정부가 의료나 국민 건강이라는 개념이 희박한 상태에서 정책을 결정하고 추진한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전문성이 있는 의료계의 의견은 철저하게 무시해 왔다.
의료정책이 의료의 주체인 의사와 국민이 도외시되고 원칙도 없이 정치적 영향력에 따라 좌우되는 모습은 국민건강 파탄으로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의사들의 정치세력화는 의사들이 직접 정책결정과 추진과정에 뛰어들어 국민건강의 희생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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