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이익집단의 정치활동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교총이 지난 13일 정치활동위원회를 발족시킨데 이어 의협도 지난 18일 전국의사대표자회의를 갖고 정치활동특별위원회와 정치지원팀을 구성하기로 결의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내년의 대선과 지방선거를 겨냥해 이익집단들이 기존에 음성적으로 벌여왔거나 공개적인 경우 소극적으로 해왔던 정치 활동을 적극적 공개적으로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정치권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또 교총의 경우 현행법상 교원들의 직접적인 정치활동이 금지되어 있어 이를 풀어나가는 방법이 관심이 된다.
교총은 지난 13일 초.중등.대학 교원과 외부인사 등 17명이 참여하는 정치활동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위원장에 김윤태 전 서강대 교수, 부위원장에 이은웅 충남대 교수를 각각 선임했다. 집행부에서 결정한 사항에 대한 심의기구인 정치활동위원회는 교총의 한시적 특별기구 형태로 존재하면서 교원단체의 정치활동이 보장될 때까지 관련 활동을 벌이게 된다.
김윤태 위원장은 “정치활동위원회 결성은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에 교원들의 정치적 의사가 반영되도록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며 “교원단체인 만큼 일단은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현행 교육 및 선거관계 법률이 교원들의 정치적 기본권과 교원단체의 정치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하고 있다”며 “관련 법 개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교총은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에 대비해 ▲ 교원의 대선 후보자에 대한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 발표 ▲ 교육 공약 개발 및 정당의 교육 정책 비교 평가 ▲ 교육정책 토론회 등의 활동을 전개하고 향후 법 개정 추이에 따라 특정 정당 및 후보자 선거지원, 정치자금 모금 및 기탁 등도 검토해 추진해나가기로 했다.
한편 의협 신상진 회장은 지난 15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창립 93주년 기념식에서 “의료계도 전문가 집단으로서의 자율성을 보장받기 위해 정치적 힘을 결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의협은 전국의사대표자회의를 통해 각종 선거에서 올바른 의료정책을 표방하는 후보를 공개지지 하는 등 실행 가능한 방법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익단체들의 정치세력화는 우리나라에서도 노동. 농민단체들을 통해 이미 오래전에 자리 잡은 현상. 그러나 최근 의사, 교사 등 소위 ‘전문직’ 집단들도 정치세력화에 나서고 있으며 다른 전문직 단체도 이같은 추세에 따를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 이들 단체들은 공개적으로 정치 의사를 표명하기 보다는 소극적인 정책 세미나 또는 음성적인 로비활동을 통해 자신들의 의사를 반영시켜왔다. 특히 음성적인 ‘물밑작전’이 유지돼온 것은 정치권은 특정 정책에 대한 반대 집단의 표를 잃지 않을 수 있고 이익집단들은 자신의 이해를 관철시킬 수 있기 때문.
그러나 최근 교총, 의협 등이 공개적으로 정치활동을 벌이겠다고 나선 것은 정치과정이 변하고 있어 물밑 작전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의약분업 등을 둘러싸고 종전의 방식을 벗어나 격렬한 집단행동을 벌이기도 했다.
미국 등 서구에서도 이익집단들이 특정후보와 정당 등을 공개 지지함으로써 자신들의 이해와 요구를 관철시키고 있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미국교원단체(NEA)는 민주당의 고어 후보를 공개 지지했으며 각종 이익단체들은 여러 선거에서 회원들에게 지지할 후보를 공개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익단체가 공개적으로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하는 형태의 정치참여 방식이 원만하게 수용될 지 여부는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않고 있어 그 전망이 불투명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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