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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신상정보가 샌다<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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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신상정보가 샌다<上>

정보 담긴 문서, 붕어빵 봉지로 둔갑

노점상에서 받아든 붕어빵 봉지에 당신의 신용카드번호,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가 적혀 있다면? 당신이 채무자인데 자신의 이름, 계좌번호, 전화번호, 미환급액 등이 적힌 빵 봉지를 받아든다면?

보존 연한이 지나 폐기처분돼야 할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문서가 10원짜리 붕어빵 봉지로 둔갑해 마구잡이로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또 관공서만이 아니라 금융기관의 문서까지 유출된 것으로 드러나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

지난 26일 경기도 성남시 한 노점상에서 수거한 붕어빵 봉지는 올 4월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름, 직장주소, 신용카드번호(외환카드) 등이 적힌 신용카드 발급대장이었다.

근처 다른 노점상 봉투는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병역사항 등 87가지 개인정보가 담긴 주민등록 대사표(전산자료 확인을 위한 문서)였다. 개인의 토지소유에 관한 상세한 내용이 25가지 항목으로 나뉘어 기록돼 있는 종합토지과세내역서, 지가조사부 등도 있었다.

이 봉투를 만든 서울 가락동 소재 봉투제작회사에는 각종 서류들이 사람 키보다 높게 쌓여 있었다. 여기에는 각종 관공서 문서를 비롯해 '본 자료는 허가자 외의 사용을 금하며 관리에 주의를 요함’이라고 주의사항까지 쓰여 있는 한 금융기관의 기한부 예금만기 도래명세서도 있었다. 중소기업은행에서 유출된 것으로 보이는 이 문서에는 계좌번호, 이름, 잔액,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우편번호 등이 빼곡히 적혀 있다. 또 채권추심 상황 진행내역서도 있었다. 이 문서에는 채무자들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전화번호, 친척 전화번호, 미환급액 등 13가지 개인정보가 들어있다. 심지어 우울증으로 병원에 입원했다는 개인 병력까지 쓰여 있다.

***신용카드번호까지 유출**

시민단체들의 연대모임인 '지문날인 반대연대'가 제보를 받고 지난 10월 22일부터 26일까지 경기도 성남시 일대 노점상이 쓰는 봉투를 수집하고 봉투제작회사를 직접 방문.조사한 결과, 공공기관 문서 12종, 금융기관문서 3종 등 총 15종의 문서를 발견했다.

자신의 개인정보가 담긴 문서가 빵 봉지로 돌아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시민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류광순(인천시 청학동)씨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피해는 없었지만 계좌번호 등이 노출됐다니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문서가 유출된 기관인 경기도 시흥시와 중소기업은행 측은 “보존연한이 지난 문서는 한국재향군인회와 위탁계약을 체결해 폐기처분해 왔다”며 “문서유출 책임은 한국재향군인회에 있다”고 주장했다.

경기도 시흥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6월 5일 한국재향군인회 경기사업소와 보존연한 3년(96~98년)이 지난 각 실·과·소의 일반문서 6천8백여권과 동사무소에 발생한 주민등록 대사표 등 모두 1만6백kg의 일반문서를 폐기처분키로 하고 위탁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운반하는 일부 업자가 파쇄 또는 소각해야 할 문서 가운데 종이 재질이 좋은 주민등록 대사표 등을 서울 가락동 소재 봉투제작회사에 몰래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재향군인회 측은 “문서를 수집, 제지공장에 납품해야 할 트럭운전기사가 봉투제작업자와 짜고 문서를 유출시킨 것 같다”며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경기사업소를 없애는 등 보안 대책을 철저히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재향군인회는 문서가 얼마나 유출되었는지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재향군인회는 지난 27일 "자체조사 결과 7백여kg에 달하는 시흥시 정왕3동 7만여명의 개인별 및 세대별 주민등록 대사표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외에도 금융기관의 문서까지 유출됐다"는 지적에 관계자는 “모르고 있었다”며 매우 당황해 했다.

한편 지문날인 반대연대의 실무담당 윤현식씨는 “개인정보 유출 책임을 물어 관련자들을 업무상 배임죄로 형사 고발할 뿐 아니라 피해자들을 모아 민사소송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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