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차 동북아환경협력회의 참석차 미국 시에라 클럽의 미셀 페로 국제부 부의장이 방한했다. 행사 일정 관계로 시간을 재촉한 짧은 만남이었지만 63만명에 이르는 회원과 100여년 이상의 긴 역사를 가진 환경단체의 대표답게 시민행동과 NGO의 법적, 정치적 대응, 국제 연대의 방향에 대해 명료하면서도 사려 깊은 견해를 피력했다.
1984년부터 1986년까지 시에라클럽 전국 의장을 역임했으며,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클린턴 대통령 위원회에서 활동한 바 있는 페로는 정부간 협력 회의에 NGO 세션이 포함된 것에 적극적인 환영 의사를 밝혔다. 92년 브라질 리우 회의 이후 세계적으로 NGO들의 역할과 기여도가 높아지고 세계 시민들의 인식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NGO를 회의에 포함시킨 것은 전세계적인 분위기를 수용한 것이라는 평가다.
특히 이러한 회의를 통해 NGO들의 주장이 의회와 정부의 정책 결정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시적 성과로 나타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수질개선 법안, 대기오염, 쓰레기 문제와 관련된 법안을 변화시킨 사례와 멸종 위기종 보호지역을 1천만 에이커 이상 확보한 활동 등은 시에라 클럽이 미국 환경단체들과 시민들과의 연대를 통해 이루어낸 성과로 소개했다.
또 “적극적 정치 참여의 일환으로 지역 정부 선거에 개입, 85% 이상의 당선율을 보였으며 많은 정치인들이 시에라 클럽의 지지를 받기를 원하고 있다”며 영향력 있는 활동을 통해 미국 사회의 변화와 개혁을 이끌어온 시에라 클럽의 자신감을 피력했다.
부시 행정부가 교토 의정서에 여전히 서명을 거부하고 있는 점, 인도 대영댐 건설에 반대하는 로비활동을 수행했지만 무산된 점 등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나 NGO들의 노력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사회적 반대 여론을 만들어내고 환경 사안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높인 면에서 활동의 의미를 강조했다.
덧붙여 NGO와 정부간 협력, 국가간 협력을 통해 무역자유화로 인한 문제, 환경과 노동의 문제 등 급박한 현안에 적극적 대응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그녀는 또 NGO들의 국제 협력과 지구환경 문제 해결의 가장 큰 장애물로 정치인들의 의지 부족과 기업의 반환경적 태도를 꼽았다.
“각국 정치인들은 전세계적 시각을 가지지 못했으며, 현재 위기에 처한 환경적 현안이 얼마 후 인간에 대한 위협으로 등장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며 정치 지도자들의 인식 개선을 촉구했다.
또 “기업들은 환경 파괴적 사업에 너무 깊숙이 관련되어 있으며, 자신이 생산한 상품이 환경을 파괴한다는 결과가 검증돼도 좀처럼 생산과정을 바꾸려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장애 요인을 극복하기 위한 NGO들의 대처 방향에 대해 페로는 ‘상식과 대안’이라는 간단한 답을 던졌다.
예컨대, 야생동물 보호지에 석유 시추를 하려는 정부의 시도에 대해서는 석유보다 더 중요한 상식적 가치를 시민들에게 홍보하고, 에너지 효율성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행동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페로는 한국과 동북아 NGO들의 활동 방향에 대해서도 같은 맥락으로 제언했다. 상식과 대안을 가지고 공동의 관심 분야에 대해 지속적으로 교류와 협력을 전개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각 나라의 사회적 사안에 대해서 정보를 공유하고 무역 자유화의 폐해 등에 대해 공동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점 등을 그녀는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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