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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한테 '대출'받았다 자랑하는 남자, 믿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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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한테 '대출'받았다 자랑하는 남자, 믿지 마세요!

[TV PLAY] TV 속 뻔뻔함에 관하여

최근 TV를 보다 귀를 의심하게 하는 문장을 들었다. '우리 곁에 꼭 필요한 금융서비스'. 대부업체 러시앤캐시의 광고 카피였다. 이 마지막 내레이션이 나오기까지의 맥락은 더욱 놀랍다. 남자가 여자에게 오늘 러시앤캐시에서 대출을 받았다고 말한다. 은행이랑 카드를 두고 왜 그랬냐는 물음에 쉽고 간단하다는 이유를 댄다. 이자가 비싸지 않는 질문에는 "버스랑 지하철만 탈 수 있나 바쁠 땐 택시도 타고", "시간 많으면 할인마트도 가고 급하면 편의점 가는 거지"라고 응수한다. 이 광고 안에서 대부업체를 이용한 대출은 '조금 비싼 대신 편하고 안심 되는 좋은 서비스'다.

광고 자체만 놓고 보면, 대부업체 광고 중 차별화된 전략과 소구 포인트를 내세운 소위 '잘 만든 광고'라고 평가받을지도 모르겠다. 이른바 '사채'라 불리며 지하경제의 영역에서 암암리에 거래되던 대부업이 몇 년 전부터 양성화되었다 하지만 대부업 광고에는 여전히 제한 요소가 많았다. 몇 년 전에는 대부업 광고에 출연한 연예인들에 대한 거센 항의 반응이 연이어 전해지기도 했다. 그 당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금 이자율이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제1금융권과 비교했을 때 매우 높은 이자라는 특성상, '쉽다, 빠르다'에 한정된 스토리텔링이 주를 이루기도 했다.

▲ 대부업체 '러시앤캐시'의 '무과장' 캐릭터.

그런 와중에도 '무과장'이라는 캐릭터를 내세운 러시앤캐시의 광고는 가벼운 코믹 터치를 통해 친근함을 추구하며 비교적 차별화된 접근을 시도했다. 대부업이 뭔지, 연 40%의 대출이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어린 아이들도 무과장 캐릭터는 알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번에는 러시앤캐시가 일종의 감성소구를 통해 대부업에 대한 인식 전환을 목표로 삼은 듯하다. 혹은 고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30대 급여생활자를 명확한 타깃으로 놓고, 고객이 갖고 있는 여전한 심리적 거부감을 적극적으로 제거하고자 하는 목적도 엿보인다.

러시앤캐시의 이번 광고가 케이블은 물론 일부 지상파에서까지 방송되는 시점에 드는 생각은, 이 광고가 품은 위험한 의도나 그로 인한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만이 아니다. 좀 더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감정은 이들이 참 뻔뻔하구나 하는 것이었다. 그렇다. 러시앤캐시의 광고를 보고 제일 먼저 느낀 것은 불쾌감이었다. 바로 눈앞에서 허술한 사기를 보는 것 같은 기분 말이다. 대부업을 택시와 편의점에 비유할 수 없는 이유(대부업 대출을 이용할 경우 이후 신용등급 산정에 영향을 받아 제1금융권 이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 택시와 편의점을 한 번 이용한다고 버스와 대형마트를 이용할 수 없는 게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면 어불성설이다)나 레스토랑을 가고 옷을 사는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고 해서 대부업을 '우리 곁의 금융 서비스'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등 논리적인 허점을 찾고 있는 스스로가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서다.

이런 식의 '눈 가리고 아웅'이 불쾌하고 불편하다. 맥락은 조금 다르지만 tvN <꽃보다 할배>의 이례적인 성공 이후 유사 기획으로 거론되다 최근 첫 회를 방송한 KBS <마마도>나 MBC <일밤> '아빠! 어디가?'의 영향이 명백한 KBS 추석 특집 파일럿 <슈퍼맨이 돌아왔다>, 비용을 지불하고 포맷 판권을 구입한 MBC <스타 다이빙 쇼 스플래시>를 무안하게 만들며 다이빙이라는 소재를 먼저 사용한 SBS <일요일이 좋다> '맨발의 친구들' 등 요즘 예능 프로그램에서 돌고 도는 포맷 표절 논란 역시 이런 불쾌감을 준다. 예능의 경우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명확한 스토리텔링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문제가 되는 것은 포맷의 유사성이고, 그만큼 표절 여부를 가리는 것이 더 어렵다. 뿐만 아니라 서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만들어지는 게 암묵적인 게임의 법칙같이 통용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따라 하기 혹은 표절이 아닌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 제기에 대한 반응은 무대응 혹은 오해일 뿐 세부적으로는 다르다, 그렇게 치면 안 베끼는 예능이 어디 있냐 하는 식이다. 지나치게 당당하거나 뻔뻔한 태도에 묻는 쪽이 무안해지는 형국이다. 게다가 비단 방송만의, 광고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불쾌감을 가중시키는 것 같기도 하다. 아무리 논리적이고 상식적인 지적을 해도 정작 문제의 당사자는 뻔뻔하게 웃으면서 오해라고 말하고, 아예 나와는 상관없다는 듯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게 지금 이 땅에서 왕왕 벌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예능과 광고에서 보여주는 이 '눈앞에서 사기 치기'와 가장 닮은 것을 보고 싶다면, 매일 아침 신문과 매일 저녁 뉴스를 보면 되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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