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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ㆍ오바마ㆍ시진핑, '삼각모델' 활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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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ㆍ오바마ㆍ시진핑, '삼각모델' 활용법

[한반도 브리핑] 한반도와 정상회담 삼각꼭짓점

관심을 모았던 한·미, 중·미, 한·중의 정상회담이 마무리되었다. 4월 초까지 군사적 대치와 일촉즉발의 기싸움을 벌이다가, 이후부터 그에 못지않은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졌다. 3개의 정상회담이 마치 삼각형의 꼭짓점처럼 기준을 잡고, 일본의 대북특사 파견, 그리고 북한의 대중국 및 대러시아 특사외교와 대미 및 대남 대화 제의들도 이어졌다. 한반도 위기와 북핵문제에 가장 깊이 관련된 3국의 정상회담과 함께 여러 동시다발적 대화 제의와 회담들이 만들고 있는 그림이 궁금해진다.

한미정상회담이 첫 테이프를 끊었다. 동맹 60주년이며 동시에 정전체제 60주년의 시점에서 만난 양국 정상은 전자에 방점을 찍었다. 한반도 위기상황을 반영하듯 미국의 대한반도 방위공약을 재확인했으며, 동맹관계의 내포와 외연을 확장하는 미래비전을 제시했다. 특히 북한의 비핵화와 핵무기와 경제발전의 병진노선을 불용한다는 원칙과 이에 대한 한미공조를 약속했다. 대화만을 위한 대화를 거부하고, 북한이 도발을 통해 보상을 받는 패턴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물론 대화의 문을 열어 놓았다고 밝혔지만 북한의 변화를 전제로 하는 것이기에 이는 대화를 위한 유인은 아니었다. 결국 여러 조건을 달아서 공을 북한으로 넘긴 셈이 되었다. 그리고 중국의 보다 적극적인 대북설득 및 압박 역할을 공식적으로 주문했다.

이어 이루어진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총 8시간에 걸친 긴밀한 협의를 통해 거의 모든 이슈를 다루었으며, 핵심 사안은 미·중의 새로운 관계정립이었다. 시진핑(習近平)주석은 그동안의 대외문제에 있어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스스로 강대국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국제문제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 또는 재균형(rebalancing) 전략이 중국 봉쇄가 아니라 동반자적 발전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중국의 신형대국관계 비전과 같은 맥락임을 알렸다. 북한문제도 중점적으로 다루어졌는데, 비핵화 원칙에 합의하면서 해결을 위한 공조를 다짐했다.

정상회담의 삼각꼭짓점 마지막은 한중정상회담이었다. 이명박정부의 친미 일변도 외교와 중국의 대북편향이 맞물리면서 수교 이후 최악의 상태에 빠졌던 한중관계를 복원한다는 양국의 높은 기대가 반영되어 회복의 길로 들어서는 계기를 만들었다.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지향하며 양국관계를 심화시키고, 북핵문제에 있어서도 비핵화 원칙에 합의하고 공조를 약속했다. '3불(전쟁반대, 북한혼란반대, 한국에 의한 통일반대) 1무(비핵화)'라는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의 변화 조짐도 눈여겨볼 만하다. 비핵화 원칙이 강조되고, 한국에 의한 통일반대 원칙이 사라진 것이다.

▲ 지난 6월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직후 박근혜(왼쪽)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 살펴본 3개의 정상회담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면 다음의 몇 가지 잠정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아직은 원칙론과 탐색전이라는 점이다. 세 정상이 첫 만남을 통해 상대방의 의중을 살피고, 자신의 뜻을 제시한 수준이었다. 예민한 문제들도 등장했지만, 대체로 긍정적인 협력부분에 초점을 맞추었기에, 구체적인 실천사항보다는 일반적인 원칙론이 지배했다. 문제는 한반도 상황이 출구가 보이지 않는 난국에 처해있다는 점에서 느긋한(?) 탐색전이라는 결과는 우리의 입장에서 아쉬움이 크다.

둘째, 북한 비핵화에 3국 정상 간의 대체적인 의견일치가 있었다는 점이다. 2차 핵실험 이후 지난 4년간 북한과 북핵문제를 분리하면서 유일한 지지자 역할을 해 온 중국의 변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한미정상회담에서 공개적으로 밝혔듯이 북핵문제에 대한 중국 역할론이 크게 부각되었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상당한 압박을 받게 된 것은 분명하고, 연속적으로 대화 제의를 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이 부분에 있어서는 동상이몽이 존재한다. 북한 비핵화라는 원칙과 목표에는 3국이 견해를 같이 하지만 해석 및 방법론은 매우 다르다. 중국이 대북정책에 있어 본질적인 변화까지도 저울질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속도와 정도에 대해서는 한미 양국과 다르다. 중국은 북한이 전략적 부채가 될 수도 있다고 인지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동북아의 전략적 환경이나 미·중 관계의 구조적 측면의 변화가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북한이라는 자산을 포기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북한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라고 표현함으로써 북한을 배려했으며, 비핵화를 한미와는 달리 대화의 전제조건이 아닌 대화를 재개한 후에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셋째, 3차례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북핵문제해결을 위한 접점 찾기는 힘들어지고, 대화의 동력도 떨어지고 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원칙론에는 공감을 표하지만 동상이몽인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중국은 대외정책 변화의 모색을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 중국 대외정책 특유의 보수성과 경직성도 감안해야 할 뿐 아니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포함하여 다시 도발할 경우 압박에 의해 중대결정을 하게 되는 상황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로선 북한을 설득해서 대화에 나설 것을 주문하고, 이를 한국과 미국이 수용해서 6자회담을 재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비핵화를 전제한 회담은 거부하고 있고, 한미양국은 북한의 변화 없이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설사 어떻게 해서 6자회담이 재개된다 하더라도 사실 북미대화나 남북회담이 없는 6자회담은 큰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다.

마지막으로 짚어볼 것은 최근의 국제정치에서 특이한 현상 중 하나가 국내변수의 영향력 상승이며, 이 역시 북한문제 해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부분이다. 과거에는 미·소 대결이나 중동분쟁처럼 대외적 변수가 국내정치에 큰 영향을 끼쳤는데, 최근에는 국내변수가 대외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동북아 지역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는데, 새로 출범한 정권들의 권력기반 구축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는 국제적 고립이라는 손실이 따르는 무리한 대외정책을 고집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와 김정은이 가장 두드러지고, 정도 차이는 있지만 나머지 4개국도 비슷하다. 유화정책이라는 비난을 받아온 오바마가 강경해지고 있는 것이나, 공산당 권력독점의 정당성 약화를 강력한 민족주의로 대체하려는 시진핑, 그리고 권위주의에 대한 내부 반대를 억누르기 위해 강경한 정책을 선택하는 푸틴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의 박근혜정부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도발이 큰 원인이었지만 안보담론의 강조를 통한 외교 포퓰리즘으로 권력기반을 다지고 있다. 이명박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었고, 이에 대한 수정을 대선공약으로 내세웠기에 대화의 동력이 여타 5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갈수록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과 NLL 회의록 공개 사건으로 이런 경향이 더 강화될 수도 있다.

북한문제가 새로운 한중관계 및 중·미 관계 구축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험대가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시진핑의 신형대국론에 있어서도 북한은 걸림돌인 동시에 첫 시험대라고 할 수 있으며, 현재 압박과 설득을 모두 동원하고 있다. 북한의 선택이 남아있는데, 문제는 북한이 중국이 제안하는 6자회담 복귀는 수용할 수 있지만, 한미 양국이 요구하는 비핵화에 관한 진정성 있는 행동변화는 수용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김정은의 핵심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병진노선을 폐기하라는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북한은 3차 핵실험 이후 핵무기를 생존을 위해 결코 포기할 수없는 수단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미국에 안보를, 한국에는 경제지원을 받기 위해 협상에 매달리는 굴욕적인 외교는 안 하겠다는 것이다. 여전히 벼랑 끝 전술로 미국과의 협상을 이끌어내려는 측면이 남아있지만, 핵보유국의 힘을 과시하는 방향이 더 두드러졌다. 비핵화협상이 아닌 핵군축회담을 통해 핵보유를 인정받으면서 미국의 보상카드에 따라 핵전력의 동결 또는 감축을 제시하려는 전략이다. 이는 또한 제재국면 속에서 중국에 인공호흡기를 달고 연명하기 보다는 미·중 간의 패권경쟁을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음을 인식한 것이기도 하다. 즉 미·중의 세력균형의 대립구도 속에서 대중국 의존정책보다 위협적 행위를 통해 자신의 전략적 위상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을 봉쇄할 의도가 없다고 밝혔지만 원래 미국의 재균형전략에는 양면이 존재한다. 중국이 미국중심의 질서에 순응할 경우에는 협력관계지만, 중국이 이를 거부하고 도전할 경우에는 봉쇄로 방향을 틀 수 있다. 지난 수년간 미·중 관계를 악화시킨 전략적 갈등의 요인들이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언제든지 재부상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그래서 북한문제가 대(對)중관계에 있어 미국에도 매우 중요한 리트머스시험지인 것이다. 대북정책에 대한 중국의 변화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 경우 전통적인 삼각형이 다시 중심에 부각될 것이다. 원래 미국의 재균형전략의 중심은 동맹국들과의 협력, 그중에서도 한-미-일의 협력이다. 중국이 대북문제에 협조적으로 나오고, 일본의 우경화가 한일 협력을 방해하면서 위축되었지만, 상황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다시 부각될 수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한-미-중의 삼각형이 모처럼 진영외교를 벗어날 수 있는 기회다. 남북관계가 나빠지고, 한-미-일의 삼각형이 재부상하는 것은 정권에는 이익이 될지 모르겠으나 국익에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새로운 3국 공조를 대북압박용만으로 축소 활용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북한의 병진노선에 대해 무조건 포기하도록 압박하기보다는 경제지원과 평화체제 논의 등을 통해 북한의 안보불안을 해소시킴으로써 비핵화로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박근혜정부의 신뢰프로세스가 이명박정부의 선(先)핵폐기론처럼 전제조건화되어서는 안되며, 말 그대로 신뢰를 형성하는 과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이 주도적으로 대화재개의 조건 수위를 낮춤으로써 모처럼 마련된 한-중-미 공조를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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