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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 그리운 첫사랑에게 복수의 칼 꽂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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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 그리운 첫사랑에게 복수의 칼 꽂나?

[TV PLAY] 박찬홍 & 김지우 콤비의 새 복수극 <상어>

"살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 상어. 되게 피곤하게 사는 상어. 그래도 바다에서는 가장 강한 상어."

KBS 새 월화극 <상어>의 첫 대사다. 남자 주인공 어린 이수(연준석)는 자신에게 캠코더를 들이미는 해우(경수진)를 향해 해맑은 표정으로 상어에 대해 이야기했다. 살고자 몸부림친 결과 가장 강한 존재가 됐지만 그럼에도 자신을 좋아해주는 이가 없어 불쌍한 상어. 그때는 몰랐을 것이다. 강하지만 결코 행복해보이지 않는 상어가 자신의 미래가 될 줄은.

시청자들도 몰랐다. 첫 회 소나기로 완성된 첫사랑 클리셰가 한 회 만에 거대한 복수극으로 바뀔 줄은. 첫 회부터 드라마의 지향점, 남자 주인공의 미래를 뚜렷하게 제시한 <상어>는 2회에 들어서자마자 현재와 과거, 사건과 또 다른 사건을 교차하면서 굉장히 어둡고 진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결코 가볍지 않다.

이수는 돈은 없지만 따뜻한 아버지 아래 자란 반면, 해우는 돈은 많지만 늘 불화가 끊이지 않고 사랑이 메마른 집안에서 자란다. 너무나 다른 환경이지만, 어딘가 결핍됐다는 공통점 덕분에 두 사람은 빠르게 서로 마음을 열고 가장 친한 벗이 되기로 한다. 이수는 다리를 다친 해우를 도와주고도 가난한 운전기사 아들이라는 이유로 해우 부친에게 뺨을 맞지만, 그럼에도 "계속 해우를 만나겠다"고 당당히 맞선다. 그리고 두 사람은 상대방에게 길잡이별이 되고자 한다.

▲ KBS 2TV 월화드라마 <상어> 포스터. ⓒKBS

두 사람의 미소만큼이나 해사하고 투명할 것 같았던 첫사랑은 예상했던 것처럼 어른들의 싸움 때문에 산산조각이 난다. 해우 부친은 음주운전을 하다가 뺑소니 사고를 내고, 해우 조부인 조상국 회장이 이수 부친에게 대신 죄를 뒤집어쓸 것을 요구한다. 결국 자신이 뺑소니 사고를 냈다고 자수한 이수 부친은 의문의 남자로부터 살해를 당한다. 아버지의 죽음 뒤에는 해우 부친이 있다고 생각한 이수는 해우 부친을 거세게 몰아붙이지만, 배후 세력은 따로 있다.

바로 조상국 회장이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죽고 누군가는 그것을 지켜보고 또 다른 누군가가 불안에 떠는 사이, 의자를 등지고 있는 조 회장은 손가락 하나 대지 않고 그들을 모두 조종하고 나선다. 그러나 이수와 해우 앞에서는 한없이 인간적인 할아버지 행세를 한다. 대학생들 앞에서도 정의를 부르짖는다. <상어>의 아우라는 여기서 나온다. 조상국 회장이 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여유롭게 바둑알을 정리하는 장면은 그의 비인간적인 캐릭터를 보여주는 동시에 묘하게 드라마의 긴장감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권력, 진실, 복수라는 흥미로운 키워드가 한데 모였다. "문서", "죗값", "그림자", "꼭 만나야 할 사람", "제안" 등 미스터리한 단서들이 하나둘씩 쏟아진다. 아직 해결된 사건은 아무것도 없다. 죽는 사람은 늘어나고, 범인은 잡히지 않으며, 조 회장은 여전히 어두운 서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게 서서히 <상어>는 드라마의 색깔을 쌓기 시작했다. 그것도 2회 만에 말이다.

그래서 <상어>는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다. 억울한 누명을 쓴 채 의문의 살인을 당한 아버지를 위해 진실을 파헤치는 이수(김남길)의 이야기인 동시에 세상 모든 진실에 대한 이야기다. "거인이 쓰러지고 다윗이 승리할" 중대 발표를 앞둔 역사학자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이 사건에도 조상국 회장이 개입돼 있기 때문이다. 역사학자가 밝혀낸 진실은 무엇인가. 이수가 아버지를 위해 파헤칠 수 있는 진실은 어디까지인가. 과거 이수 아버지가 조상국 회장의 은밀한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대학생이 뽑은 가장 훌륭한 인물'에 선정된 조상국 회장이 강단에서 "정의는 몸으로 실천하는 겁니다. 자신을 돌아보는 것에서 시작합니다"라고 강연하는 동안, 어린 이수는 아버지의 억울한 누명을 벗기기 위해 맨몸으로 형사에게 덤빈다. 두 장면이 교차하면서 <상어>는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인간의 진실이고 위선인지를 묻는다.

이제 <상어>에게 남은 것은 수많은 물음표를 차례로 정리하는 일이다. 아버지를 위해 법대에 진학하겠다고 결심했던 이수는 일본에 건너갔고, 해우는 이수가 꿈꿨던 검사가 되었다. 과연 12년 동안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강자가 된 이수는 과연 행복할까. 사랑하는 여자에게 칼을 꽂아야 하는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까. 2회 엔딩에서 발견된 열쇠의 라커룸에는 어떤 단서가 들어 있을까.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게 될 매 순간, 우리는 놀랄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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