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공모전 주제가 "생명을 구하는 원자력의 매력"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당연하게도 핵발전소를 긍정적으로 표현한 작품이 시상 대상이다. 원자력을 반대하는 학생은 참여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이는 명백히 "자유로운 생각을 표현할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인권도 침해(녹색당)"한다.
갈등의 현장에 원자력문화재단이 있다
원자력문화재단은 지난해 5월 1일 밀양 예림초등학교에서 4~6학년을 대상으로 '세계로 수출하는 우리나라 원자력의 우수성과 안전성'을 설명하는 원자력 안전 교육을 실시했다.
원자력문화재단은 매년 과학의 달과 스승의 날을 전후로 '원자력 일일 교사'를 실시하는데, 일례로 지난 2009년에는 한국수력원자력 등 원자력 전문가 약 500명이 전국의 초·중·고생 5만여 명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했다. 지난해 1월 2일 임기를 시작한 천병태 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은 공교롭게도 밀양 출신이고, 임기 시작 직후인 1월 16일 고 이치우(74) 어르신이 한국전력의 고압 송전선로 건설을 반대하며 분신 사망했다.
천 이사장은 71세로 경찰의 비호 아래 송전탑 공사 강행에 '알몸 시위'를 비롯해 온몸으로 저항하고 있는 밀양 어르신들과 동년배이고, 어쩌면 유년 시절을 함께 했을 수도 있다. 그 첨예한 갈등의 현장에서 원자력문화재단은 '에너지 교육'이라는 미명하에 밀양의 아이들에게 원자력 이데올로기 확산에 주력한 셈이다. 원자력 갈등이 있는 곳에는 늘 원자력문화재단이 똬리를 틀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5월 4일 부산을 시작으로 울주, 대구에서 공연된 어린이 매지컬 '마술과 함께 배우는 에너지 이야기' 공연에 6542명이 관람했다. 이들 지역은 핵발전소가 있거나, 반대 여론이 극심한 지역이다. 초등학생 자연이가 아빠(원자력에너지연구소 박사)와 단 둘이 간 캠핑에서 잠든 사이 외계인에게 납치된 아빠를 구하는 내용인데, 그 과정에서 원자력 에너지로 평화로운 생활을 하는 '원자력의 별' 등을 둘러본다는 내용이다. 공연은 무료라지만, 사실 우리가 낸 전기 요금으로 조성된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원자력문화재단에 연평균 100억 원씩 지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민의 쌈짓돈으로 원자력 공연을 하고 있는 셈이다.
방송과 교과서를 통한 원자력 이데올로기 유포
지난 2008년 7월 한국방송(KBS) 1의 <과학 카페>는 원자력의 부활을 다뤘다. 30년 전 미국의 핵발전소 기술을 익히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핵발전소 가동률과 운전 능력을 보유하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당시 원자력문화재단이 이 프로그램에 지원한 돈은 3억 8000만 원이었다.
원자력문화재단은 소위 간접광고(PPP) 방식으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과학 카페>와 <도전 골든벨> 등 13개 방송 프로그램에 총 28억 원을 지출했다. 또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일간지에 31억 원을 원자력 광고비로 지출했는데, 언론사별로 보면 단연 조·중·동이 각각 약 4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원자력문화재단은 지난 2005년부터 교과서 개정 요구안을 만들고 있는데, 일례로 고등학교 <화학 1>(교학사)은 원자력문화재단의 요청에 따라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활용되는 방법들로 '풍력의 이용' 대신 '원자력의 이용'이 제시됐고, 사진도 교체됐다. 또 고등학교 <경제 지리>(지학사)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업의 사례가 '조선 공업'에서 '원자력 발전'으로 교체되고, 아랍에미리트 핵발전소 수출 내용이 실렸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이지언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07년에서 2009년까지 초·중·등 교육 과정 교과서에 대해 매년 각각 309건, 240건, 269건의 수정 의견이 제출됐고, 이 중 각각 95건, 35건, 77건이 받아 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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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요금으로 지원하는 원자력 홍보는 법 취지에 역행
정부는 전력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전력 산업의 기반 조성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고자 부담금을 재원으로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설치하여 운용하고 있다. 또 전력 사업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증진시킴으로써 안정적인 전원 입지를 확보하고 발전소 건설의 촉진 및 원활한 발전소 운영을 도모하여 전력 수급 안정에 기여할 목적으로 원자력문화재단이 대국민 홍보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참고로 지난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원자력문화재단에 477억 원을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을 통해 원자력 홍보비로 집행했다. 반면, 같은 기간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 에너지 홍보비는 14억 원에 불과했다.
녹색당은 지난해 4월 지식경제부 장관과 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 등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혐의 사실은 전기사업법 및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홍보 사업에만 사용하도록 되어 있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원자력문화재단의 인건비, 운영비, 예비비 등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원자력문화재단이 임직원 인건비와 경상경비 등의 명목으로 지난 2005년부터 2010년까지 196억 9800만 원을 횡령했다는 내용이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의 횡령은 좌우의 문제를 넘어 중대 범죄이다. 검찰은 현행 법률상 명백한 횡령 건에 대한 수사에 즉각 나서야 한다.
국회, 원자력문화재단 지원 폐지 법안 처리해야
교과서 왜곡, 공연·박람회 등 원자력 이데올로기 유포, 언론 광고와 여론 조작, 편법과 횡령, 정부 예산 지원의 법적 근거 취약 등 원자력문화재단이 당장 폐지되어야 할 이유는 너무 많다. 18대 국회에 이어 19대 국회에도 원자력문화재단을 폐지하고, 재생가능에너지재단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상정돼 있다.
현행 전기사업법에서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사용 용도를 "전력 사업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증진하기 위한 사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발전소주변지역지원에관한법률은 오로지 원자력 홍보를 위한 원자력문화재단만을 지원 대상으로 하고 있다. 모순된 법 조항을 가칭 '자연에너지재단' 등에 대한 지원으로 수정해, 지속 가능한 에너지 체계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증진하기 위한 사업을 실시해야 한다.
내가 낸 전기 요금으로 원자력만을 일방적이고, 사실을 왜곡해 가며 홍보하는 것에 반대하며,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들에게 편지를 보낼 생각이다. 뜻을 함께 하는 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동참해 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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