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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전략의 한계 혹은 이념 과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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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전략의 한계 혹은 이념 과잉

[한반도 브리핑] 남북관계는 '상대방'이 있는 관계다

요즘 박근혜 정부가 북한과 일본에 하는 것을 보면서, 남북관계와 한일관계도 여느 관계처럼 '상대방이 있는 관계'인데 '저렇게 심하게 해도 되나?'하는 생각이 든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상대방이 있는 관계'라는 것은 '함께 관계할 일이 있다'는 뜻이고, 이는 '함께 관계하지 않으면 일을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어떤 일을 해결하기 위해 함께 관계한다'는 것은 '그 일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방향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한다'는 뜻이고, 그 구체적인 방법은 '그 일에 대한 상대방의 입장을 역지사지(易地思之)하고 상대방의 처지와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함으로써 상대방이 우리와 함께 윈-윈하는 방향으로 협력하고 나오도록 만든다'는 뜻이다.

그런데 '상대방이 있는 관계'인데, 마치 '상대방이 없는 관계'인 것처럼 역지사지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상대방에 대해 요구하고 비판하고 공격한다면, 우리가 설정한 목표에 대해 상대방의 협력을 얻을 수 없어 우리의 정책 자체가 실패하고 말 것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의 실패에서 절절히 경험했던 문제이다.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박근혜(왼쪽)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100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확히 알기 어렵다. 대선공약으로서 '대북 신뢰 프로세스'를 내세웠고, 지금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등의 표현을 쓰고 있지만, 그 목표와 로드맵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자세히 알 수 없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과 중국에 가서 한 발언을 보면, 북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보다 직접적인 느낌을 받게 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월 초 워싱턴에서의 한미정상회담을 마친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을 포함한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고립' 강조 △핵무기 개발에만 매달린 북한의 생존 불가능 △김정은의 새로운 전략노선인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의 성공 불가능 △북한의 '나쁜 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한 목소리'로 된 확고하고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성과 북한의 변화 불가피성 △북한 도발 시 한국군 통수권자로서 군의 판단과 그에 따른 행동에 대한 전적인 신뢰 표명 △북한의 개성공단 투자보장 등 약속 파기에 따른 남한과 전 세계 기업들의 대북 투자 불가능 △그러한 상황에서 북한의 경제적 성취 불가능 등에 대해 강한 어조로 언급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말했던 위의 입장을 지난 6월 27일 한중정상회담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중국지도부에게 반복하여 강조했다. 특히 강조된 것은 김정은의 새로운 전략노선인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의 '성공 불가능'에 대한 것이었다.

박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위의 입장과 관련하여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공개적으로 나와 있지 않기 때문에 알 수 없지만, 정상회담 다음 날인 6월 28일 오후 장더장(張德江) 전인대 상무위원장 면담에서 그는 "북한의 경제개발과 핵무기 개발 병진노선은 실현이 불가능한 목표"라고 말했다. 또 당일 리커창(李克强) 총리 면담에서는 "북한의 '경제개발과 핵무기개발 병진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음 날인 6월 29일 칭화대(淸華大)에서의 연설에서도 "핵개발을 하는 북한에 세계 어느 나라가 투자를 하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내건 핵무기 개발과 경제건설의 병행노선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고, 스스로 고립만 자초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재강조 했다.

문제는 이 '병진노선'은, 우리의 선호와 관계없이, 현실적으로 '김정은의 전략적 노선'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김정은이 보고 있는 가운데 중국지도부에게 그 병진노선의 '성공 불가능'에 대해 반복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북한의 조평통 대변인은 7월 1일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을 빌려 박근혜 대통령을 '박근혜'라고 부르면서 박 대통령의 이번 '중국에서의 행각', 특히 북한의 "거듭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이번 행각에서 또다시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로선에 대해 감히 시비질한 것"은 "우리의 존엄과 체제, 정책로선에 대한 정면도전이고 용납할 수 없는 중대도발"이라고 했다. 또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으로 내든 신뢰프로세스라는 것이 리명박패당의 비핵, 개방, 3000과 한 치도 다를 바 없는 위험천만한 대결정책이라는 것을 만천하에 더욱 여실히 드러냈다"면서, "우리는 박근혜에 대해 지금 마지막 인내심을 가지고 주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남북관계의 전망이 점점 어두워만 가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왜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는 '상대방이 있는 관계'인데, 북한에 대해 '상대방이 없는 관계'인 것처럼 행동할까? 모르긴 몰라도 두 가지 이유, 즉 '전략적 능력의 한계'와 '이념 과잉'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우선, '전략적 능력의 한계'를 말한다면, 그것을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무척 거북하게 마련이고, 더구나 전략적 능력의 차이는 많은 경우 정도(程度)의 차이이다. 그러나 정치지도자와 정부는 무엇보다도 시공간적으로 제한되고 고립된 자신들의 경험을 위주로 한 지식과 문제의식,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한 정책 및 전략적 능력에 대해 크게 경계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반대로 진지하고 성실한 독서 등을 통해 5000년 동안 축적된 인류의 역사와 사상, 지혜를 연결하여 생겨난 지식과 문제의식(김대중 대통령 식으로 표현하면 '서생적(書生的) 문제의식')에 바탕을 두고 정책을 수립함으로써 전략적 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 또한 당연한 것이다. 실로 '내가 해봐서 아는데' 식으로 자신의 일천한 경험에 의존하여 문제의식을 갖는 경우와 역사가적 통찰력과 문제의식을 갖는 경우는 그 지식의 성격과 수준, 전략적 능력에서 천지 차이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념 과잉'의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이념 과잉은 무엇보다도 지도자가 갖춰야 할, 사물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데서 반드시 지녀야 할 '균형감각'과 '합리성'에 대한 거대한 방해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또한 어떤 분야와 다른 분야들 간의 연계성을 이해함으로써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이해 능력을 갖는데 치명적인 걸림돌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지도자나 정치권, 그리고 정책 커뮤니티가 '이념 과잉'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에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던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서 대통령과 참모들의 '이념 과잉'을 거론하면서 박근혜 당선자는 '이념 과잉을 경계해야'한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관련기사 보기 : 박근혜 인수위, '이념 과잉'을 경계해야) 당시 필자는 빌 클린턴과 한스 모겐소의 주장을 통해, 이념 과잉이 정책을 얼마나 비현실적인 것으로 만들며 어떤 폐해를 주는지 설명했었다.

빌 클린턴이 지적한 것처럼, 이념 과잉의 문제는 '이념에 바탕을 둔 자신의 해답을 미리 갖고' 있어서 실제 그것과 반대되는 증거와 경험을 아무리 제시한다 해도 미리 정해 놓은 답을 바꾸지 못하며, 결국 토론은 시간만 허비하게 만들기 때문에 이념 과잉은 문제해결을 위한 정책수립에 치명적인 것이다. 또한 한스 모겐소가 '외교의 성공'을 위한 '근본원칙'에서 지적한 것처럼 외교는 십자군전쟁 정신, 즉 선악 개념과 이념을 중심으로 하지 말아야 한다. 외교는 상대방국가들의 관점에서 정치적 상황을 바라보면서, 즉 역지사지(易地思之)하면서 해야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외교를 통한 문제해결은 불가능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북한에 대해 특정한 생각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또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일반 사람들이 아닌 정치지도자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는 개성공단 문제, 이산가족 문제, 금강산관광 문제, 또 여러 분야의 현안을 해결해야 하고 북한으로 하여금 우리 정부의 제안과 요구에 협력하여 나오도록 만들어야 하는 책무가 있다.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박근혜 정부가 북한을 다루는 데서 '이념 과잉'을 벗어나 북한의 입장과 처지를 '역지사지'하면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조속히 가동할 것을 주문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상대방이 있는 관계'에서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현안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전승전패를 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것이다. 전쟁에서도 전승전패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은데 하물며 '과정으로서의 통일'과 '통일지향적인 평화체제'를 이뤄나갈 수밖에 없는 우리들로서는 남북관계에서 전승전패를 맘먹거나 기대한다는 것은 실로 불가능한 일이다. 북한과 관계에서 단기간에 우리가 원하는 '완승'을 이뤄내려는 것보다는, 오히려 장기간에 걸쳐 민족화해, 평화정착, 통일이라는 우리의 목표를 달성해 내는 것이 바로 '완승'하는 것임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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