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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막장 드라마"에 분노한 촛불, 전국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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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막장 드라마"에 분노한 촛불, 전국 확산

[현장] 8일째 촛불 켜진 광화문…부산·대구·광주·제주 등에서도 열려

국정원의 불법 정치 개입을 규탄하는 촛불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광화문에서는 8일째 촛불이 켜졌고, 부산·대구·광주·제주·충북 등지에서도 집회와 시국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28일 저녁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등 209개 시민·사회 단체 주최로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3000여 명(경찰 추산 1300여 명)이 참석해, 국정원 선거 개입 진상 규명과 관련자 엄벌을 촉구했다.

집회에 앞서 저녁 7시에 열린 거리 강연회에는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박주민 변호사와 민주당 진선미 의원,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가 연사로 나섰다.

최근 '국정원 저격수'라는 별명을 얻은 진선미 의원은 "돈 없고 '빽' 없는 사람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 투표권인데, 저들은 그 투표권마저 송두리째 앗아갔다"고 말해 참가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진 의원은 "국정원장이 되자마자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난하고 '이명박 대통령 만세'와 같은 인터넷 댓글을 달게 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그가 비호하고자 했던 세력에게 국가 안보와 이익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며 "자신들의 치부를 문제 삼지 않을 정권이 재집권토록 하는 게 진짜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국정원 사건은 1950년대에 미국 공화당이 만든 매카시즘의 부활이자, 미수에 그쳤던 워터게이트 사건보다 심각한 정보 기관의 정치 개입 사건이며, (4월혁명으로 이어진 1960년) 3.15 부정 선거의 재연"이라고 꼬집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국정원을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한 손에는 촛불을, 다른 한 손에는 팻말을 들었다.

▲ 28일 국정원 규탄을 위해 시민·사회단체가 연 거리 강연회에서 촛불 집회 참석자들이 사회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프레시안(최하얀)

ⓒ프레시안(최하얀)

ⓒ연합뉴스

직장인 오성미(가명·51) 씨는 국정원과 새누리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대화록 공개를 "선거 부정을 덮기 위한 국정원의 막장 드라마"라고 표현하며 "그 막장 드라마에 시민이 화가 났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집회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남양주에 사는 주부 김지원(가명·45) 씨는 "국정원이 자신들의 잘못을 덮기 위해 이미 고인이 된 사람(노무현 전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화가 난다"며 "국정원이 '국익'이란 것을 진정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효민(가명·24) 씨는 "인터넷에 공개된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전문을 다 읽었지만, 'NLL 포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며 "국정원이 댓글 사건을 덮기 위해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관련 기사 보기 : '盧 발언 NLL 포기 아니다' 53%…'포기' 의견의 2배)

국정원 규탄 촛불 집회가 열릴 때 그 맞은편에서는 180도 다른 내용의 표어를 든 보수 단체들이 집회를 열었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과 대한민국바로세우기본부 회원 등으로 구성된 40여 명의 참가자는 "촛불 난동 세력 즉각 물러나라"는 피켓을 들고 맞불을 놓았다.

경찰은 이날 촛불 집회 참가자와 보수 단체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광화문 일대에 30개 중대, 2100여 명을 투입했다.

▲ 이날 '국정원 규탄' 촛불 집회가 열린 곳 맞은편에서는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의 맞불 집회가 열렸다. ⓒ프레시안(최하얀)

서울 외에도 부산 서면, 광주 금남로, 대구 동성로, 대전 역사광장, 제주 시청 등지에서도 국정원 규탄 집회가 열려 촛불은 전국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또 동국대 교수 51명과 전남대 교수 15명도 이날 시국 선언에 동참했다.

한편, 법원은 이날 국정원 규탄 집회에 대한 경찰의 집회 금지 통고에 제동을 걸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종로경찰서가 지난 21일 내린 집회 금지 통고 효력을 다음 달 7일까지 정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참여연대 등은 당초 예정한 장소인 서울 동아일보사옥 앞에서 관련 문화제를 문제없이 개최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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