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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북 압박', 중국 '대화 재개'…북핵 해법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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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북 압박', 중국 '대화 재개'…북핵 해법 동상이몽

[한중 정상회담 평가] 6자회담 재개 당분간 여의치 않을 듯

한중 양국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이 양측의 공동이익에 부합함을 확인하고 이를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북핵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를 놓고 양측의 온도차는 여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양국 정상은 북핵을 용인할 수 없다는 데 것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북한 핵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 없이 "한반도 비핵화"와 "조속한 6자회담 재개"를 강조했다. 실제 양국이 내놓은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에는 "한국측은 어떤 상황에서도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였다"고 명시돼있다. 중국은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은 것이다.

▲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직후 박근혜(왼쪽)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러한 양국의 입장 차이를 두고 "예상됐던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세종연구소 백학순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이 조속히 6자회담을 재개하자는 것은 북한뿐만 아니라 한국, 미국도 같이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대해 북한에 압력을 넣어달라고 중국에 말하고 있다. (기존의) 서로 다른 시각이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남대 김근식 교수 역시 "과거와 별로 다를 것이 없는" 합의였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북한의 핵보유를 반대하는 문장의 주어는 한국이고, 그 뒤에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에 대한 평화와 안정은 '같이' 합의했다고 나와있다"면서 "북핵 문제에 대해 '중국이 북한을 압박한다'는 우리 정부의 과도한 기대는 없었다"고 꼬집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려 했던 한국의 입장에 대해 중국이 '대화재개'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 선임연구원은 "한국은 대북 압박에, 중국은 대화 재개에 무게를 두고 이야기한 것이라고 본다"면서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는 우리의 입장에 중국이 일견 동의한 것 같이 보이기도 하지만, 중국은 굉장히 중립적인 입장에서 원칙적인 사안을 견지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양국이 한반도 비핵화에는 합의했으나 "상당한 이견과 차이를 보인 회담으로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중 정상회담, 6자회담 동력될 수 있을까?

한중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냈지만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 이에 따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빠른 시일 안에 재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백학순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은 이미 온갖 종류의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선언했지만 한미는 북한의 선제적인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며 양측이 대치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6자회담이 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백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이 '북한은 비핵화를 위한 고위급 회담을 미국에 제안했다'는 사실을 미국에 상기시키며,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는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중국이 이러한 이야기를 이번 회담 때 우리 측에 똑같이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결국 한미가 한중 정상회담 이후 어떻게 입장을 조율하느냐에 따라 6자회담의 시기도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장용석 선임연구원 역시 중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북한의 '선(先) 비핵화 조치' 원칙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에 6자회담의 조기 개최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장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중국과의 협력을 위해서라도 중국 입장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적인 측면도 있다"면서 "북미회담이든, 아니면 다른 대화 형태든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남북관계,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가 '장애물'

전문가들은 한중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에 남북 대화 재개를 기대해볼 수 있었으나,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가 큰 장애물이 돼버렸다고 진단했다.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북한 입장에서는 중국 대북정책 방향이 '압박'으로 전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상황 관리' 차원에서 남북 대화가 필요했고, 또 북미 대화를 위해서도 남북대화가 필요하다는 미국 입장을 고려해야 했다"며 북한이 북중, 북미 간 관계 때문에라도 남북대화에 응해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장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로 자신들의 '최고 존엄'이 모독당하는 상황에서까지 적극적으로 남북 대화에 나올지는 굉장히 의문스럽다"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이 미국이나 중국과 관계를 염두에 두고 대화의 모양새를 취하는, 형식적인 대화는 할지 모르지만 문제를 풀려고 하는 진정성 있는 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그는 한중 정상회담이 남북 대화 재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김근식 교수 역시 현 상황에서 북한이 남한과 대화를 하려 한다면, 그것은 북미대화로 가기 위한 '형식'에 불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011년 북한은 발리 남북 비핵화 회담을 형식적으로 진행한 뒤, 바로 북미 회담으로 직행했다" 면서 지금도 북한이 남한에 고개를 숙일 상황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지난 26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에서 신뢰 문제를 언급한 것을 봐도 진실성 있는 대화를 할 여건이 안 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한동안 남북관계의 냉각기는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한반도 비핵화 외에 한중 정상회담은


한중 양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놓고 여전한 온도차를 보였지만 회담의 전반적인 측면에서는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백학순 수석연구위원은 "양국 지도자가 앞으로 5년을 함께하기 때문에 이왕이면 협력적인 관계를 가져가야 한다는 공통인식이 있다. 중국에서도 박 대통령을 환영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백 수석연구위원은 구체적으로 "한중 FTA 협상, 정치·안보 분야 전략적 소통 강화, 인문유대 강화" 등을 구체적인 성과로 꼽았다.

김근식 교수 역시 한중 FTA에 주목했다. 김 교수는 "이번 공동성명에 한중 FTA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을 보면 중국이 경제적으로 한국에 상당한 관심이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중 FTA가 한국·북한·중국의 공동 경제협력 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정치·안보 분야 전략적 소통 강화'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한반도로 국한해보면 (원래) 이러한 소통 강화는 우발적인 상황을 줄이고자 하는, 예를 들어 북한의 도발적 행태를 억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다"라며 "(중국은) 이를 한국에도 적용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장 선임연구원은 "한국으로 인해 한반도 정세가 불안정해지는 측면을 안정적인 방향으로 모색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미·중의 대립구도 속에서 한미 동맹과 같이 중국에 위협이 되는 사안을 (더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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