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은 결코 깨끗한 에너지원이었던 적이 없다. 방사성 물질과 폐기물은 항상 인간과 여타 생명체 그리고 환경에 심각한 위협을 가해 왔다. 2011년 일본에서 지진과 쓰나미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전 세계에 걸쳐 정치적 지진을 촉발했고, 결국 대부분의 정부는 새로운 원전 건설 계획을 철회하거나 보류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대부분의 정부에 대한민국 정부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새로운 핵발전소를 공격적으로 짓는 것은 물론이고, 가장 위험하고 낡은 핵발전소인 고리 1호기를 재가동하기로 오늘(7월 4일) 결정했다. 전원이 끊어져서 원자로 내부 온도가 급상승하는 사고를 낸 낡은 핵발전소 하나 폐쇄하지 못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이 이렇게 된 것은 정부가 철저하게 잘못된 정보로 국민들을 현혹시켜 온 탓이 크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변화의 조짐도 있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핵 발전에 의존하는 삶의 방식에 대해 회의를 품게 된 것이다. 그래서 지난 3월 10일에는 서울시청 앞 광장에 1만 명의 사람들이 모여 탈핵을 외치기도 했고 녹색당이 창당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정부의 거짓된 선전에 속고 있다. 그래서 핵 발전을 하지 않으면 전기를 못 쓰게 된다고 생각하거나 전기요금이 폭등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전혀 근거가 없는 얘기다. 핵 발전을 아예 시작하지 않은 유럽의 국가들도 전기를 쓰고 산다. 핵 발전을 하다가 2022년까지 탈핵(탈원전)을 하기로 한 독일 같은 나라에서도 전기 요금이 폭등했다는 소식은 없다. 어떻게 보면 정부가 하는 얘기는 거의 유언비어 수준이다.
한 번 근본적으로 생각해보자. 전기를 많이 쓰고 사는 것이 삶의 목적은 아니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기를 많이 쓰는 삶이 아니라 행복한 삶을 꿈꾼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행복한가?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는 별로 행복하지 않은 국가이다. 물질적 풍요에 비해 행복도가 떨어지는 국가이다. 반대로 핵 발전을 하지 않고 우리보다 1인당 전기 소비량이 적은 나라들이 우리보다 더 행복하게 사는 경우들은 많다. 이런 경우들은 어떻게 볼 것인가?
올해 4월에 발표된 유엔 세계 행복 보고서를 가지고 한번 살펴보자. 아래의 그림에서 진한 초록색이 가장 행복한 나라들(세계 1위에서 20위), 약한 초록색이 그 다음으로 행복한 나라들(세계 21위에서 40위)이다. 그리고 파란색은 별로 행복하지 못한 국가군이다. 대한민국은 별로 행복하지 못한 국가군에 속한다. 세계 56위로 나타났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행복도 1위인 나라는 어디일까? 덴마크이다. 덴마크라는 사회는 여러 가지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다양성을 보장하면서도 청소년들의 자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육 시스템과 사회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회적 논의를 거쳐 핵 발전을 아예 시작하지 않은 국가이다. 그런데도 전기 쓰고 살고 세계에서 가장 행복하게 산다.
그럼 전기는 어떻게 생산하느냐고? 핵 발전을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덴마크는 풍력 발전같은 재생 에너지에 일찍부터 관심을 기울였다. 그래서 세계 최고 수준의 풍력 발전 기술을 가지고 있다.
덴마크는 선진국이라고 생각하니까 우리가 얼마나 불행하게 사는지? 피부에 와 닿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코스타리카를 보자.
1인당 국내 총생산(GDP)이 우리의 절반 수준도 안 되는 중남미의 코스타리카 같은 국가는 핵 발전을 하지 않고서도 우리보다 훨씬 더 행복하게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타리카는 세계 행복도 12위로 소득 수준에 비해 매우 행복하게 사는 국가이다. 그런데 코스타리카는 에너지의 95퍼센트를 재생 에너지에서 충당하고, 2021년까지 에너지원의 100퍼센트를 재생 에너지화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 나라이다. 그래도 행복하게 산다.
반면 전기를 펑펑 쓰면서 세계 1위의 핵 발전 밀집도를 보이는 대한민국의 행복도는 어떨까? 대한민국은 세계 56위니까 코스타리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도가 떨어지는 국가이다. 우리 못지않게 핵 발전에 의존해왔던 일본도 세계 44위로 별로 행복하지 못한 국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걸 보면서도 핵 발전에 의존해야만 하고, 전기를 펑펑 써야만 행복하다는 미신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이걸 보면서도 핵 발전 외에는 대안이 없다면서 고리 1호기를 재가동하고 신규 핵발전소를 계속 지어야 할까?
그래서 핵 발전은 우리가 보다 행복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넘어야 할 하나의 상징적 장벽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이렇게 핵 발전에 의존하는 것은 성장과 물질만 추구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에서 인간은 행복하기 어렵다. 성장과 물질만 추구하기 때문에 10만 년 이상을 보관해야 하는 위험한 핵폐기물을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핵 발전을 확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사회이기 때문에 청소년들을 극단적인 경쟁으로 내몰고 비정규직을 양산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핵 발전은 성장주의와 그것이 낳은 불행과 불평등의 상징이다. 한 사회의 공동체성이 얼마나 깨졌는지, 얼마나 다음 세대를 생각하지 않고 사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다.
그래서 핵 발전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단지 전기 생산 방식이 바뀐다는 것만 의미하지 않는다. 사회 구성원들을 불행으로 몰아넣고 있는 성장주의에서 벗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떻게 보면 탈핵은 불행한 사회에서 벗어나기 위한 출구인 것이다. 그래서 '행복을 원한다면 탈핵을 하자'고 얘기하고 싶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 진행하는 연재입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이 연재를 통해서 한국 사회의 현재를 '초록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이런 시도는 이명박 정부의 '녹색 성장'이 아닌 '초록 대안'을 찾으려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활동의 일부분입니다. ☞바로 가기 :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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