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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파티에 왜 나만 초대 받지 못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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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파티에 왜 나만 초대 받지 못한 거야!"

[어린이책은 친구다] 황선미의 <초대 받은 아이들>

어린이날 발행되는 '프레시안 books' 89호는 어린이 책 특집으로 꾸렸습니다. 열두 명의 필자가 어린이 책에 대한 특별한 생각을 마음껏 펼쳤습니다. 여러분 마음속의 어린이 책은 무엇입니까? <편집자>

나는 친구가 많지 않다. 무슨 일이 생기면 달려와 주는 친구, 당연한 일처럼 자연스레 만나는 친구도 없는 것 같다.

불행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자주 보진 못해도 한두 명의 진실한 친구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때론 나도 무리에 끼고 싶다. 간혹 오랜 지기처럼 보이는 시끌벅적한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누가 나를 불러주고 챙겨주면 좋겠다. 나도 부담 없이 사람들을 부르고 어울리고 싶다.

"나는 생일에 초대받은 적이 별로 없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코미디언 흉내를 못 내기 때문일까. 애들이 재미있어 하는 사오정 시리즈나 만득이 시리즈도 내가 하면 분위기가 금방 썰렁해진다는 것을 나도 안다. 애들이랑 뒤엉켜서 장난치는 것도 내키지 않고 큰 소리로 다투며 주먹 싸움하는 것도 자신 없다. 그래서 친구가 안 생기는 거라면 나는 절망이다. 안 되는 걸 억지로 할 수는 없으니까."

어린이 책을 보면 가끔 깜짝 놀란다. 탄성이 나올 만큼 비슷한 내 모습을 발견한다. 이런저런 일로 아파하는 주인공을 보면 너무 가엾다. 작은 일에 상처받는 솔직한 마음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어린이나 어른이나 같은 고민을 하는 것 같다. 황선미의 <초대받은 아이들>(웅진닷컴 펴냄)은 무리에 끼고 싶은, 숨은 내 마음을 불러일으켰다.

"나도 좋아하는 친구 생일에 초대받고 싶다. 솔직히 말하면 초대받은 애들이 너무나 부럽다. 나에게도 단짝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불공평한 세상이다. 어째서 어떤 애들은 생일마다 초대받고 어떤 애는 그렇지 못할까."

민서는 공부도 곧잘 하고, 애들을 귀찮게 하지도 않는 애다. 책을 좋아해서 조용한 편이고, 특별히 눈에 띄는 애는 아니다. 민서는 같은 반 성민이와 친해지고 싶어 한다. 성민이는 반장에다가 코미디언처럼 말솜씨가 좋다. 민서도 다른 아이들처럼 성민이와 어울리고 싶지만 끼지 못한다. 그저 먼발치에서 곁눈질하고 자신을 책망하며 시무룩할 뿐이다.

▲ <초대받은 아이들>(황선미 지음, 웅진닷컴 펴냄). ⓒ웅진닷컴
황선미는 친구 생일에 초대받지 못해 어깨가 축 처진 둘째 아이를 보며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내 아들이 어디가 어때서…." 자식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민서 엄마는 작가의 분신으로 보인다. 민서는 성민이 이야기만 한다. 엄마가 볼 때 성민이는 그렇게 좋은 애가 아니다. 민서도 어렴풋이 성민이의 둔감함을 알지만, 그래서 그깟 생일에 초대받지 못했어도 당당하려고 하지만, 결국 자신은 무리에서 제외됐다는 사실이 속상한 것이다.

아들의 기운을 북돋아주려는 엄마의 계획으로 민서는 성민이를 마주한다. 비록 성민이는 민서를 초대하지 않았지만 성민이를 생각하며 그린 그림을 건네준다. 게임 시디 같은 화려한 선물 속에서 민서의 그림은 곧바로 아이들의 주목을 산다. 그러나 그림을 함부로 대해 다시금 속상한 마음을 억누르고 있던 찰나, 민서는 아이들 가운데 조용히 앉아 있는 아이를 발견한다. 선물을 감추는 재빠른 손놀림에서 성민이에게 주려다 만 하모니카도 보게 된다.

"나는 하모니카가 기영이에게 얼마나 중요한 건지 한눈에 알아보았다. 내가 여섯 달 동안 그려온 그림 공책보다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물건을 아낄 줄 모르는 애라고 생각해서 다시 가져가려는 걸 보면 안다. 성민이는 진짜 괜찮은 선물을 방금 놓쳐 버렸다. (…) 웬만해서는 알지 못한다.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지."

민서와 기영이는 서로 알아보는 친구가 된다. 그렇다. 나를 알아보는 친구 한 명만 있어도 된다. 진심으로 그렇게 믿으며 살았다. 그런데 자꾸 잊어버린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다. 때론 친분을 빌어 나란 사람을 과시하고 싶다. 다행히도 나는 이런 내가 부끄럽다.

민서라면 어땠을까. 어른이 된 민서 모습을 상상해봤다. 기영이 같은 친구 하나만으로 만족할 수 있을까. 또 다른 성민이가 나타나 마음을 흔들어 놓지는 않을까.

어릴 때 나와 지금의 나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어른이 되니 사람들과 친해지는 게 더 어렵다. 내가 먼저 남을 챙겨준 적은 얼마나 될까. 엄마의 생일을 몰라본 민서처럼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을 모르고 사는 건 아닐까. 여전히 내 마음은 아이처럼 어릴지라도 내게 없는 것을 부러워하거나 홀로 외로워하거나 의심하지 말고 소중한 사람을 놓치지 않으며 씩씩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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