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녹색당은 새누리당 비례 대표 1번 민병주 씨가 수명이 끝난 고리 1호기 핵발전소의 수명 연장을 결정하는 과정에 관여했다는 것을 밝혀냈다. 당시에 민병주 씨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전문위원으로서 고리 1호기 수명 연장을 위한 심사 과정에 참여했었다.
당시에 이루어진 고리 1호기 수명 연장 심사는 부실했다. 심사가 부실하지 않았다면, 전원이 끊어져도 비상 발전기가 가동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있는 낡은 핵발전소를 수명 연장해서 가동하라는 결론을 내렸겠는가?
그런데 여기에 대한 각 정당의 반응이 재미있다. 민병주 씨를 비례 대표 1번으로 정했던 새누리당은 아직까지 당 차원의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민병주 씨는 어제 "새누리당 비례 대표 1번 민병주" 명의로 간단한 보도 자료를 냈다. 아래에 덧붙인 보도 자료의 내용은 함량 미달이다.
ⓒ프레시안(이대희) |
수명 연장을 수명 연장이라 하지 못한다?
녹색당이 문제 제기한 것은 심사가 부실했기 때문에 비상 디젤 발전기의 문제조차도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민병주 씨가 한 얘기는 "비상 디젤 발전기가 작동되지 않아서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라는 말 뿐이다. 이건 언론 보도를 본 일반 시민이나 할 수 있는 얘기다. 본인이 심사를 해서 수명 연장을 한 발전소에서 사고가 났는데 "○○○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는 말을 하는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해명도 엉터리다. "인허가 방법, 절차 및 기술 기준 등이 국제 기준에 부합된다"고 하지만, 그건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녹색당이 문제 제기를 한 것은 심사를 제대로 했냐는 것이다. 심사를 제대로 했다면, 괜찮다고 하던 발전소에서 12분 동안이나 정전이 되고 냉각수 온도가 20도 가까이 올라가는 심각한 사고가 날 수 있느냐? 는 것이다.
그런데 민병주 씨는 여기에 묵묵부답이다. 본인이 심사한 대로라면, 외부 전원이 끊어져도 발전소 내에 있는 비상 디젤 발전기가 작동을 했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그렇다면 그에 대해 한마디라도 책임 있는 언급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무책임한 사람이 공당의 비례 대표 1번으로서 자격이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것은 민병주 씨가 '수명 연장'이라는 단어 자체에 거부감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민병주 씨는 보도 자료에서 "수명 연장이라 하는 말을 좀 더 분명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말한 후에 '계속 운전'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수명 연장'이라는 말을 쓰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수명이 끝난 발전소를 계속 돌리고 있는 것을 두고 '수명 연장'이라고 표현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수명 연장을 수명 연장이라 부르지 못하게 하고, '계속 운전'이라는 표현을 쓰라는 것은 말장난이다. 아마 수명이 끝났다는 표현이 부담스러우니까 그러는 것 같은데, 수명이 끝난 것은 분명하다. 핵발전소도 기계일 뿐이고, 설계 당시의 수명인 30년이 지났다면, 핵발전소의 수명은 끝난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공천 취소를 논할 자격이 있나?
이런 민병주 씨에 대해 민주통합당은 뒤늦게 성명을 내고 새무리당에 민 씨에 대한 공천을 취소하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민주통합당의 태도를 보면 뒷맛이 씁쓸하다. 고리 1호기 수명연장을 한 것은 다름 아니라 노무현 정부이기 때문이다.
고리 1호기 수명 연장이 추진된 것은 2005년부터 2007년 사이이다. 당시에도 환경 단체들이 고리 1호기 수명 연장을 반대했지만, 노무현 정부는 수명 연장을 결정했다. 그 과정에 민병주 씨는 원자력안전전문위원회 '원자로 계통 분과 위원'으로 참여했던 것이다.
게다가 민주통합당은 2005년 핵폐기물 처리장(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을 추진할 당시에 핵폐기물 처리장에 찬성했던 사람을 경북 영덕/울진/영양/봉화에 민주통합당 후보로 공천을 하기까지 했다. 이 지역은 녹색당의 탈핵 후보가 이미 나와 있는 지역이다.
민주통합당은 자신들이 정권을 잡고 있을 때 고리 1호기 수명 연장을 하고, 공격적으로 핵폐기물 처리장 건설을 추진하고, 핵발전소를 계속 건설했었다. 이런 과거에 대한 반성 없이 새누리당 비례 대표 1번 공천을 취소하라고 한다면, 누가 그 말을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겠는가?
고리 1호기 수명 연장에 관여했고 지금도 그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사람을 비례 대표 1번으로 공천한 새누리당은 말할 것도 없지만, 핵 발전 확대 정책을 폈던 과거에 대한 반성 없이 지금 '고리 1호기 반대'를 떠들고 있는 민주통합당도 믿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민심 무마? 그러나 고리1호기 재가동은 추진될 것이다
지금 부산 지역의 여론은 매우 좋지 않다. 그래서 부산 지역 정치권도 앞 다퉈 고리 1호기 폐쇄를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부산시의회조차도 고리 1호기를 폐쇄하라고 한다. 그러나 그 중에 고리 1호기 폐쇄를 위해 정치적 생명을 걸 정치 세력이나 정치인들이 과연 있을까?
그저께 지식경제부의 조석 제2차관은 고리 1호기의 폐쇄 여부에 대해 검토를 하겠다는 언급을 했다고 한다. 전형적인 총선용 멘트이다. 지금 여론이 악화되니까 일단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한 발언이다. 정부는 고리 1호기를 재가동하려 할 것이다. 물론 총선이 끝난 후에 할 것이다.
고리 1호기를 폐쇄하면 올해로 수명이 끝나는 월성 1호기도 폐쇄해야 한다. 이것을 지금의 정부 관료들이나 '핵 마피아'들은 받아들일 생각이 없을 것이다. 핵발전소들이 하나하나 폐쇄되는 순간, 핵 발전의 진실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발전소는 어떻게 해체할 것이며, 발전소 안에 쌓여있는 폐기물들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찬핵론자들은 최대한 발전소 폐쇄 시기를 늦추려 할 것이다.
그러나 시민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수명이 끝난 핵발전소는 당연히 폐쇄해야 한다. 따라서 총선 이후에 고리 1호기 폐쇄 여부를 둘러싼 격돌은 불가피하다. 그 때 어느 정당이 고리 1호기의 재가동을 진정성 있게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이제 선택은 유권자들의 몫이다.
민병주 씨의 보도 자료 고리 1호기의 계속 운전에 관한 심사를 제가 부실하게 했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습니다. 2007년 노무현 정부시절, 원자력법에 의거하여 한국수력원자력이 과학기술부에 고리 1호기의 계속 운전을 위한 인허가 신청을 하였습니다. 법에 따르면, 인허가에 대한 심의는 안전 규제 지원 전문 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안전 심사의 법적 위탁 기관으로 되어 있습니다. 저는 당시 원자력안전위원회 산하 안전전문위원회의 6개 전문 분과 중 하나인 계통 분과에서 활동하였습니다. 6개 전문 분과는 분야별 독립적으로 안전성 심사 보고서의 심사 목적, 심사 내용, 법적 기술 기준, 심사 절차 등 전반에 걸쳐 절차의 적절성과 타당성을 확인합니다. 이러한 인허가 방법, 절차 및 기술 기준 등은 2011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IRRS(통합 규제 서비스: Integrated Regulatory Review Service) 점검 결과 국제적인 안전 기준에 부합되는 것으로 인정받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고리 1호기의 문제는 경년열화된 기기 즉 노후 기기를 교체하면서 함께 교체한 비상 디젤 발전기가 작동되지 않아서 일어난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제원자력기구는 이번과 같이 공급 전원이 상실되어도 전원과 원자로 냉각수가 즉시 공급되도록 권고한 바 있습니다. 이번 고리 원자력 1호기의 경우는 원자력 안전전문위원회의 정밀 조사 후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가가 판명될 것입니다. 아울러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이라 하는 말을 좀 더 분명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원전은 원자로 용기와 같이 교체 불가능한 기기를 제외하고는 일반 화력 발전소와 같이 교체를 하면서 사용합니다. 국제원자력기구에서도 계속 운전을 지원하기 위한 안전 기준을 제공하고 있고 많은 나라에서도 40년 이상 원전을 운전하고 있습니다. 원전을 오랫동안 안전하게 사용하려면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예방이 중요하고, 이를 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문제점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에서 그 대책이 제대로 이뤄지는가에 대한 모니터링이 꼼꼼히 확인되어야 합니다. 원전은 확실한 대안을 찾을 때까지는 안전사고 예방에 더 주력해야 한다고 판단됩니다. 2012. 3. 28. 새누리당 비례 대표 1번 민병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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