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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소 스톱! 폐쇄하라!"

[김민웅의 '리브로스 비바'] 컴팩트의 <폐쇄하라!>

풍선 날리기

이 나라에서는 일부 세력이 풍선에 전단을 넣어 하늘에 날린다. 북쪽을 향한 선전 비난 행위다.

그런데 독일에서는 풍선에 엽서를 달아 그게 어디까지 날아가나 알아본다. 왜 그럴까? 바람이 불면 방사성 물질이 어디까지 퍼져나가는지 가늠해보기 위해서이다. 물론 진짜로 핵발전소 폭발이 일어나면 방사성 물질은 대기권 상층부까지 올라가서 낙하 확산하기 때문에 그 범위는 훨씬 넓다. 그러나 풍선으로 알아보게 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독일 전역이 방사능 피폭권이 되는 것을 알게 된다.

<폐쇄하라!>(김하락 옮김, 한얼미디어 펴냄)는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생태 에너지 개발을 위한 정치적 결단을 촉구하는 독일 단체의 캠페인(Campaign)과 액션(Action)을 결합한 '캠팩트(Campact)'의 집단 저작이다. 이 운동은 미국의 오바마를 당선시켰던 '무브온'을 본 땄지만 철저하게 정치적, 경제적 독립성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독일 핵발전소 산업의 이해에 좌우되기 쉬운 기존 정치권의 방향을 틀기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독일은 지난 해 9월 핵발전소 폐기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켰고 얼마 전 메르켈 총리는 2020년까지 핵발전소 완전 폐기를 선언한 바 있지만 그 실행은 사실 쉽지만은 않다. 기존의 핵발전소 산업이 행사하는 정치력과, 대안 에너지 산업의 발전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독일은 독일 국민 60퍼센트 이상이 핵발전소 폐기에 찬성하고 있고, 대안 에너지 발전을 위한 역량이 축적되어 왔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독일, 일본, 핵발전소 스톱 운동

▲ <폐쇄하라!>(컴팩트 지음, 김하락 옮김, 한얼미디어 펴냄). ⓒ한얼미디어
21세기에 들어서 인류에게 충격을 준 날짜 두 개를 들으라면, 단연 9·11과 3·11일 것이다. 하나는 미국의 심장부에서 터진 대규모 테러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 후쿠시마의 핵발전소 폭발 사고다. 그런데 후쿠시마의 경우는 그 피해가 여전히 진행 중이고 향후 또 어떤 변수가 작동할지 알지 못하는 참사다. 체르노빌 이후 핵발전소 안전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급증했지만, 그것은 낙후한 구소련의 체제 문제처럼 인식되었다가 후쿠시마에 와서는 안전도 제1을 자랑하는 일본의 경우라는 점에서 상황 인식은 급변하게 되었다.

독일은 이미 지난해 후쿠시마 이후 6만여 명이 반 핵발전소 시위를 벌였고 이는 독일의 중대한 정치적 문제가 되었으며, 핵발전소 산업의 주도자인 프랑스에도 충격을 주었다. 그런 판국에 한국은 아랍에미리트에 핵발전소 건설을 한다고 자랑하고 있으며, 이른바 녹색 에너지, 클린 에너지로 포장해서 선전하고 있다. 후쿠시마의 그 참상을 보았으면서도 이 나라의 핵발전소에 대한 안전 불감증은 우려를 넘어 비상사태의 수준이다.

캠팩트의 핵발전소에 대한 경고와 대안 에너지의 미래를 담은 <폐쇄하라!>를 펼치면, 핵발전소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없는 이들도 핵발전소의 실상과 그것을 둘러싼 정치권의 가공할 국민 속이기를 적나라하게 보게 된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매일 둘러싸여 살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이 나라에서는 핵발전소 반대 운동이 대중적 관심을 별로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더더욱 그 위험도는 높다.

핵발전소에 대한 거짓말을 물리쳐야

가령, 우리는 도대체 핵폐기물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그 진상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치명적인 위험은 이 핵폐기물에서 비롯된다. 핵폐기물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오랫동안 방사선을 방출한다. 방사선은 유전물질을 변화시키고, 적은 양으로도 암을 유발할 수 있다. 많은 방사선에 노출되면 즉사한다. 방사성 입자는 순환기를 통해 체내에 축적 될 수 있다. 몸 안에 들어가고 심지어는 세포에 침투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핵폐기물이 땅 속에, 바다 속에 몰래 버려지는 사례는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최종적인 핵폐기물만 문제일까?

"1980년대 초 영국 BBC 방송의 한 기자는 일을 마치고 밖으로 나온 우라늄 채굴 아리트 광산의 노동자들을 보고 제 눈을 의심했다. 그들을 머리에서 발끝까지 방사능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고, 방독면을 쓰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광산 노동자는 대부분 투아레그 족속이었고 그 중에는 어린아이도 있었다. 아무도 그 작업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들에게 설명해주지 않았다. 이 광산은 프랑스의 세계적 원자력 기업 아레바(Areva)가 경영하고 있었다."

핵발전소에 필요한 우라늄 채굴은 다이아몬드 못지않게 피가 묻은 광석이다. 그런데 이 경우는 더더욱 그 피해가 막심하다. 수대에 걸쳐 어떤 희생이 나오게 될지 모르는 채 이들 부족 전체가 이 무서운 방사능 피폭권에서 매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잔혹한 문명의 다른 얼굴이 여기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핵발전소의 안전도에 대한 논란은 끝이 없다. 그러나 <폐쇄하라!>는 핵발전소 산업계, 그리고 이들과 한 통속이 된 권력은 언제나 안전하다는 거짓말을 되풀이한다고 주장한다. 핵발전소가 타격을 입을 때 가장 필요한 냉각 시스템은 전력을 비롯하여 핵발전소 내부의 내구성 그리고 여러 가지 요소가 충분히 받쳐줘도 제대로 완벽하게 가동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 그렇게 될 경우, 냉각되지 못한 연료가 어떤 상황을 만들어낼 것인지는 가공할 지경이다.

핵발전소를 둘러싼 정치

방사성 연쇄 반응을 통제하지 못하는 핵발전소가 되면, 후쿠시마는 후쿠시마만의 일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독일의 경우, 노후한 핵발전소의 사용 기한 연장을 몇 차례 되풀이함으로써 위험도를 증가시켰고, 그걸 통해 핵발전소 산업의 이익을 챙겨주었다. 통상 25년이면 폐쇄해야 할 핵발전소가 35년 사용 기간으로 늘어나면서 노후한 핵발전소의 위험도를 정부가 제도적으로 안전한 것처럼 보장해주는 사태가 생긴 것이다. 결국, 문제가 생기면 그 피해는 국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1950년대에서 1960년대 초반, 미국에서는 핵발전소 사고 영화가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다. 방사능 누출로 피폭된 인간이 돌연변이를 일으켜 거대한 힘을 발휘하는 상황을 드라마화했는데, 이 당시 핵발전소의 비율은 매우 미미했기 때문에 이런 영화가 핵발전소 산업의 이해와 충돌한다고 할 수도 없었고, 또 영화가 그런 목적을 갖고 있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제 이런 영화는 핵발전소 산업의 이해와 정면으로 대립하게 되어 있다.

<폐쇄하라!>는 단지 핵발전소의 위험성만 경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대안 에너지의 의미와 종류 그리고 그 혜택까지도 설명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미덕은 독일이라는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기는 하지만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우리의 에너지 정책 또는 우리의 에너지 환경에 대한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핵발전소 산업은 하나의 중대한 정치 경제적 기득권으로 군림해서 우리의 미래를 지속적으로 위협하고 말 것이다.

2011년 3월 11일, 저 후쿠시마의 아비규환이 바로 옆 나라 일본에서 벌어진 일이고 그 때 대기권을 향해 치솟아 오른 방사능은 이미 한반도 전역을 휩쓸고 우리의 먹을거리까지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에 눈 감는다면, 우리의 내일은 재앙을 준비하는 길이 될 것이다.

후쿠시마의 희생이 가르쳐준 교훈이 여전히 뇌리에 남아 있다면, "핵발전소 스톱, 폐쇄하라!"를 크게 외쳐야 할 때이다. 녹색 에너지를 위한 정치가 아니면, 이 나라의 운명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풍전등화(風前燈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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