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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아닌 성착취" vs. "성매매 합법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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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성매매 아닌 성착취" vs. "성매매 합법화 우려"

성매매 여성은 범죄자인가?'…성매매 방지법 개정안 공방

성매매 개념을 '거래'에서 '성 착취'로 전환해 성 매수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매수 대상 여성은 처벌하지 않도록 하는 '성매매 방지법' 전면 개정안이 발표됐다.

14일 민주당 남윤인순 의원, 새누리당 김정우 의원, 진보정의당 서기호 의원, 성착취반대 및 성매매여성비범죄화 공동추진위원회, 민변 여성인권위원회 등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성매매 방지법 전면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개정안을 발표했다.

공청회에는 법무부, 여성가족부, 경찰청 담당자들과 관련 전문가들도 참석해 전면 개정안에 담긴 성매매 여성 비범죄화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성 매수자 처벌은 강화, 매수 대상자는 처벌 대상서 제외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하 처벌법) 및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법(이하 보호법)은 지난 2004년 제정됐다. 2000년 성매매 업소 집결지였던 군산 대명동에서 5명의 여성이 화재로 사망했고, 곧이어 2002년 개복동에서 비슷한 화재로 총 14명의 여성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난 뒤였다. 두 사건을 계기로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현실이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졌고, 이는 곧 성매매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는 성매매 방지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법이 제정되고 9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성 산업은 외려 진화를 거듭해 왔다는 지적이 많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정미례 정책팀장은 "성 산업이 고도로 지능화되면서 교묘하게 여성들을 성 산업으로 유인하고 있다"며 "또 한 번 들어서면 성매매에서 벗어날 수 없게 하는 다양한 공급망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인신매매와 같은 강제·강요로 성매매를 하게 된 여성만 형사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는 현행법은 현실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정책팀장은 "현행법에 따르면 성매매 여성이 피해 사실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처벌을 감수해야 하므로, 필요한 법적 지원과 도움을 사전에 회피하게 된다"며 "심지어 가해자를 고소‧고발하려 해도 수사 당국이 '당신도 처벌받을 수 있다'며 피해 여성을 범죄자 취급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일각에서는 성매매 여성을 '비범죄화'해야 한다는 요구를 계속해왔다. 최근에는 민주당 김상희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 10명이 형사 처벌 면책을 받는 성매매 피해자 범위에 성을 파는 행위를 한 사람을 추가하는 성매매 방지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하지만 정 정책팀장 등은 피해자 범위를 확대하는 일부 개정안으로는 '성매매는 개인의 자유로운 거래 행위'란 인식을 근절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매매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 금전적 필요로 자신의 신체를 상대방의 지배에 예속시키는 불평등‧폭력 문제"라며 "성매매 관련 법을 성 매수자와 성 매수 알선 업자에 초점을 맞추어 다시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이날 발표된 전면 개정안은 기존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란 법률 이름을 '성매수 및 성매수 알선 등 범죄의 처벌에 관한 법률'로 바꾸었다. 또 법안에 들어가는 주요 단어도 '성을 사는 행위를 한 자'는 '성 매수자'로, '성을 파는 행위를 한 자'는 '성 매수 대상자'로 바꾸어 규정했다.

현행법상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적용받던 성매매 여성은 전면 개정안에 따르면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성 매수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서 강화된 3년 이하, 3000만 원 이하의 처벌을 적용받는다.

▲ 영등포 성매매 집결지. ⓒ프레시안(최형락)


"비범죄화는 성매매 합법화 논의로 이어질 것"

한편, 공청회에 참석한 법무부, 여가부, 경찰청 관계자들은 이와 같은 전면 개정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법무부 홍종희 인권정책과 여성아동정책팀장은 "성매매 여성만 비범죄화하면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한 처벌법의 입법 취지가 퇴색될 것"이며 "나아가 비범죄화 논의는 자칫 성매매 관련자 전체를 처벌해선 안 된다는 완전 합법화 논의로 뻗어 나갈 가능성이 높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도 법무부와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홍현주 여가부 권익증진국 과장은 "현행법에 문제가 있기보다, 그 법을 제대로 시행하지 못한 정부의 소극적 태도가 문제이진 않았는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며 개정안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홍 과장은 "만 명 중의 한 명이라도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하는 여성이 있을 수 있고, 경제적으로 궁핍하지 않으면서도 성매매를 하는 여성이 있을 수 있는데, 성매매 여성 전체를 비범죄화하면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를 어떻게 바라볼지 우려된다"고도 말했다.

경찰청 김종보 생활질서과장은 "성 구매자만 처벌하는 스웨덴 상황을 살펴보면, 사법 당국이 단속을 할 때 성매매 피해자가 고객 관리 차원에서 구매자에 불리한 증언을 하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며 "비범죄화로 사건을 입증하고 기소를 하는 데 어려움이 커지고, 성 산업이 더욱 음성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비범죄화가 되면 오히려 성매매 피해자가 이전보다 쉽게 성 수요자(또는 가해자)를 신고할 수 있을 것이란 긍정적 기대도 내비치고 있다.

공청회를 개최한 남윤인순 의원 측은 관련 정부 각 부처와 관련 단체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뒤 오는 7월 중 성매매 방지법 전면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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