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뚜, 그러니까 분홍돌고래는 사람들을 홀린다고 했다. 어느 날 아마존 강가에서 너무나도 잘생긴 청년이나 창백한 금발의 황홀한 미녀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걸 조심하라. 그건 당신을 수중 도시 엥깡찌로 이끌고 가려는 분홍돌고래가 변신한 모습이라고. 그것을 모른 채 어떤 여인들은 분홍돌고래의 아이까지 임신하게 되는데, 그 아이는 돌고래처럼 정수리에 숨구멍이 나있고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물처럼 녹아내린다고, 그러니 보뚜를 조심하라고.
보뚜, 엥깡따두, 이니아 조프렌시스, 부페오 콜로라도, 야쿠루나…. 분홍돌고래를 일컫는 단어는 많다. 그리고 지칭하는 단어의 개수만큼이나 분홍돌고래는 좀처럼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아마존 강 원주민들은 그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엥깡따두를 만난 사람은 누구나 넋을 잃고 만다. 그를 만났던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얘기를 한다. 그것이 꿈이었을 거라고, 혹은 유령이었을 거라고, 혹은 속삭이듯 수면에 부딪는 빗물의 후끈한 숨결이었을 거라고.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비극이 억누를 수 없는 욕망과 충돌하는 이곳 아마존에서는 그 어떤 불가능한 일도 가능하다."
사이 몽고메리는 <보스턴 글로브> 자연 칼럼니스트이며, 지구 생태에 관한 뛰어난 책 여러 권을 쓴 작가다. 그녀는 이전에 호랑이와 뱀을 연구했다. 그러다가 예기치 않게 분홍돌고래와 마주쳤다.
▲ <아마존의 신비, 분홍돌고래를 만나다>(사이 몽고메리 지음, 승영조 옮김, 돌베개 펴냄). ⓒ돌베개 |
그녀는 자문했다. "하늘에 있어야 할 그 빛이 물속에 있었다. 어떻게 강물 속에서 저런 분홍빛 생명체가 떠오를 수 있을까." 미국 뉴햄프셔의 집으로 돌아온 다음에도 몽고메리는 분홍돌고래를 잊지 못했다. 그것은 종종 몽고메리의 꿈에 등장해서 유혹적으로 헤엄을 쳤다. "몇 년 후 해양 포유류 회의에서 어떤 분이 내게 그 이유를 들려주었다. 분홍돌고래는 넋을 앗아간다는 것이다."
몽고메리는 그 회의장에서 분홍돌고래가 광범위하게 서식하는 아마존 강에 대해 들었고, 즉시 짐을 꾸렸다. 단지 분홍돌고래를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그녀는 만물이 '물의 언어'로 말하는 곳, 천둥 번개가 치고 동물들을 순식간에 날려버리는 거친 '남자 비'와 흐느끼듯 몇 시간 내내 줄기차게 내리는 '여자 비'가 공존하는 곳, "땅이 팬케이크처럼 평평한데, 서로 반대 방향으로 흐르는 강들"이 있는 곳, 과일만 먹고 사는 물고기와 오로지 물고기에게 먹힐 과일을 만들어내는 나무들이 있는 곳, 아마존 강으로 갔다.
아마존 강은 안데스 산맥에서 발원한 술리몽스 강과 브라질 고원에서 발원한 네그루 강의 물줄기가 만나 이뤄진다. "두 강은 수심이 다르다. 그래서 서로 마주친 후에도 6킬로미터 이상 더 흘러간 후에야 뒤섞이게 된다. 결혼하지 못한 연인들처럼, 두 강은 검은 손가락과 흰 손가락을 깍지 낀 채 나란히 흘러간다." 그리하여 아마존 강에서 '단절된 여러 역사'와 '상반되는 정체성'이 합류하며, 좁은 도시에 갇혀 안달복달 살아가는 사람들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거대한 전체성이 가능해진다.
보뚜의 수중 음파 탐지 기능을 따라잡을 수 없었고, 광대한 지역을 자주 옮겨 다니기 때문에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는 보뚜의 개체를 구별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몽고메리는 카누 둘레를 호기심에 차 맴도는 보뚜의 숨소리를 필사적으로 센다. 평균 2분마다 한 번씩 그들은 물속에서 숨결을 내뿜는다. 그것이 보글거리는 부드러운 거품으로 올라온다. 몽고메리는 물속에 손을 담그고, "감미로운 애무 같고, 유령의 입맞춤 같은" 그 거품을 통해 "만질 수 없는 것을 만져보고, 볼 수 없는 것을 바라본다."
거기서 그녀는 영혼 혹은 정신을 뜻하는 그리스어 '프시케'가 '숨' 혹은 '한바탕 바람'을 뜻함을 떠올린다. 분홍돌고래를 통해 생명 존중이라는 근본적인 자세를 배우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비단 '동물'에게 그치지 않는다. 서구인들이 아마존 강에 몰려들어 고무를 채취하고 사금을 채취하고 석유를 채굴하고 나무를 베어가고 닥치는 대로 강바닥을 쓸고 다니며 다수의 물고기들을 멸종 위기로 몰아넣는 행위에 대한 분명한 반대 의사를 실행에 옮기게 만든다.
"양치류와 노래기는 대륙의 이동과 충돌을 견디고 살아남았다. 잠자리는 건기와 소행성 충돌과 지각 변동을 견디고 살아남았다. 그러나 이곳이 인간의 탐욕으로 인한 대 격변을 이겨내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 다수의 환경 보존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과 달리, 우림을 위협하는 것은 지역민들이 아니라 외부인들이다."
분홍돌고래에 대한 관심은 마침내 주민들의 옛 삶을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보전되는 보호 구역이 아마존 강을, 세계를,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이어진다.
몽고메리는 보뚜와 함께 보낸 시간을 이같이 정리한다.
"나는 '헤아린다(fathom)'는 말이 왜 물과 관계가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 낱말은 깊이가 있고 난해한 것을 이해하고자 한다는 뜻이다. 패덤(fathom)은 고대 영어 파이듬(faethm)에서 유래한 말이다. 그것은 '벌린 두 팔'을 뜻한다. 처음에는 물의 깊이나 밧줄의 길이를 나타내는 말로 쓰였는데, 거기서 '수심을 잰다'는 뜻이 파생되었고, 더 나아가서 물이 아닌 것의 깊이도 '헤아린다'는 뜻으로까지 발전했다.
패덤은 물론 돌고래가 자기 세계의 의미를 꿰뚫어보는 방법이기도 할 것이다. (…) 이해(under-standing)를 한다는 것은 뭔가 깊은 것, 뭔가 아래에 있는 것, 처음 혹은 기원을 헤아린다는 뜻이다. 세계를 헤아리고 싶은 갈망이야말로 우리 인간의 가장 뿌리 깊은 갈망일 것이다. 헤아림, 곧 두 팔 벌림은 신성한 탄원의 몸짓이라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자크 데리다의 <에코그라피> 중 '유령 기록(spectrographies)'에는 이런 문구가 깃들어 있다.
"'환영(phantom)'이란 말은 파이네스타이(자기 자신을 드러내기, phainesthai), 눈앞에 나타나기, 백일하에 드러나기, 현상성을 똑같이 가리킨다. (…) 이것은 밤의 가시성이다. (…) 마술적인 다른 '출현', 진짜 말 그대로 기적적인 유령 같은 '재-출현'을 미리 허용하고 또 감추는 사라짐."
몽고메리가 말하는 헤아림(fathom)과 데리다의 환영(phantom)의 거리가 그렇게 멀 것 같지 않다.
다수의 인간들은 세계를 정복했다고, 이제 알지 못할 것과 보지 못할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몽고메리와 아마존 강의 사람들은 밀림이 인격체로 가득 차 있음을, 강 아래 수중 도시가 있음을, 그리하여 우리가 강을 들여다 볼 때 강의 생물들도 우리를 올려다보며 어떤 진실을 찾아내려 애쓴다는 것을, '유령'이라 취급받는 것이 태초부터 우리를 감싸 안고 이 세계를 창조한 무엇임을 믿는다. 그들은 별 수 없이 귀신들린 사람들이다.
아마존 강과 분홍돌고래에 홀린 작가 사이 몽고메리의 논픽션 <아마존의 신비, 분홍돌고래를 만나다>는 그 어떤 환상 소설보다 더 자유롭게 꿈과 환상과 현실을 넘나들고, 진화의 단계를 파헤침으로써 세계 기원을 알아내고자 하는 과학자들의 고심을 뛰어넘는 정교한 판타지 어드벤처물이다.
또한 그 어떤 허세 떠는 여행기도 따라잡을 수 없는 감동과 진심 어린 존중심을 잃지 않는 기행문이고, 개인적으로 브루스 채트윈의 <파타고니아>(김혜강 옮김, 달과소 펴냄)에 이어 두 번째로 남아메리카에 가고 싶다는 절실한 충동에 몸살 들게 한 책이다. 신화와 꿈과 과학의 완벽한 결합, 아마 당신도 이 책을 펼쳐드는 순간 더할 나위 없이 야생적인 분홍색 꿈으로 잠겨들 것이다. 유일한 충고는 이것뿐이다.
"보뚜를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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