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태에서 보듯이 환경 파괴나 환경오염은 지구촌 모든 생물체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이렇게 지구촌 곳곳에서 들려오는 경제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 모든 현상의 배후에 바로 경제성과 효율성을 내세운 회색 문명이 자리하고 있다.
자연의 수용 능력은 고려하지 않은 채 자행되는 과다한 화석 에너지 소비와 자연 파괴, 불공정한 무역, 살벌한 이권 다툼으로 인한 공동체 파괴 및 인간성 상실 등 회색 문명으로부터 파생된 다양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더욱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는 전 지구적으로 회색 문명의 주체로서 이기적인 개인, 공동체, 국가, 국제기구 모두가 직간접적으로 연계되어 있으며 어느 한 주체도 이 책임에서 예외일 수 없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 차원에서의 자각과 본질적이고 총체적인 전환을 거쳐야만 한다.
즉 파괴적인 '회색 문명'에서 공존공생의 '녹색 문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나는 이러한 전환을 설명할 수 있는 패러다임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을 기본 전제로 하는 '지역 사회 녹색 전환' 패러다임을 제시하고자 한다.
'지역 사회 녹색 전환'은 자연에 담겨 있는 '순환', '공생', '균형'의 원리를 기반으로 하면서 지속 가능 발전에서 강조하는 지역 사회의 경제, 사회, 환경 부문의 총체적이고 본질적인 전환을 의미한다. 여기서 지역 사회란 단순히 동일한 행정구역만이 아닌 수자원, 산림, 녹지 등의 자연생태, 문화, 역사 등의 사회 체계, 에너지, 산업, 기술, 일자리 등의 경제 체계가 비슷한 생활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공동체를 녹색의 가치, 즉 순환, 공생, 균형의 원리가 실현되도록 전환할 수 있는 정책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순환, 공생, 균형의 가치가 실현될 수 있는 경제 부문의 전환 정책은 크게 세 가지 핵심 전략으로 구성될 수 있다. 첫째 전략인 순환 경제 측면의 '지역 자원 순환 네트워크 구축'은 지역 산업 공생 네트워크 구축 사업, 지역 에너지 자립 시스템 구축 등의 과제를, 둘째 전략인 공생 경제 측면의 '공동체 경제 시스템 구축'은 사회적 기업 육성, 녹색 금융 시스템 구축, 친환경 먹을거리 보급 사업, 지역 화폐 시스템 구축, 녹색 구매 네트워크 구축 등의 과제를, 마지막 전략인 균형 경제 측면의 '지역 내 균형 발전 시스템 구축'은 녹색 산업 관련 일자리 창출, 도심 공동화 해소를 위한 도심 재생 프로젝트, 도시 농업 육성, 지역 고용 정책 등의 과제를 포함한다.
다음으로 사회 부문의 전환 정책은 다음 네 가지 핵심 전략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전략인 순환 사회 측면의 '지역 역사 문화 순환 기반 구축'은 지역 고유 역사 문화 자원 발굴, 지역 장소성 확보, 공평한 문화 향유권 확보, 창조적 문화 콘텐츠 발굴 및 보급 등의 과제를, 둘째 전략인 공생 사회 측면의 '공동체 사회 서비스 시스템 구축'은 보편적 복지 기반 확대, 24시간 육아/보육 시스템 구축, 영세 서민 보호 기반 강화, 사회적 약자 보호 시스템 구축 등의 과제를, 셋째 전략인 사회적 다양성 확보 기반 구축'은 다문화 사회 기반 구축, 양성 평등 시스템 구축, 공평한 교육 기회 확보, 소수자 권리 보호 시스템 구축 등의 과제를, 마지막 전략인 균형 사회 측면의 '열린 거버넌스 시스템 구축'은 주요 사안 별 주민 참여 채널 다양화, 정보 공개 합리화, 거버넌스 시스템 구축, 녹색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법, 제도 정비 등의 과제를 포함한다.
마지막으로 환경 부문의 전환 정책은 다음 세 가지 핵심 전략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전략인 순환 환경 측면의 '에너지 저소비형 도시 공간 구조 창출'은 녹색 교통 시스템 구축(대중교통, 자전거, 보행), 복합 토지 이용 체계 구축, 대중교통 지향형 개발(TOD, Transit Oriented Development) 전략 수립, 에너지 효율 개선 등의 과제를, 둘째 공생 환경 측면의 '생태적 어메니티 향상 기반 구축'은 생태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생물 종 다양성 보존, 도심물길 복원 및 창조, 지속 가능한 물 순환 시스템 구축, 생활권 녹지 및 공원 확보, 생태 면적률 도입 등의 과제를, 마지막 전략인 균형 환경 측면의 '환경 정의 구현 기반 구축'은 각종 개발로 인한 생물적, 사회적 약자 보호 기반 구축, 사회적 약자에의 환경적 피해 집중 방지 시스템 구축, 기후 변화 취약 계층 보호 시스템 구축 등의 과제를 포함한다.
결론적으로 지역 사회의 녹색 전환을 위해서는 먼저 시민의 인식 전환과 함께 공동체의 시스템 전환이 가장 중요하다. 그것도 부분적으로 변화되는 것이 아니라 총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바뀌는 방식과 내용은 철저히 생태적이어야 한다. 즉 이제까지 산업 사회를 거치면서 변화된 회색 문명으로 길들여진 지역 사회를 자연 속에 담긴 '순환', '공생', '균형'의 원리를 기반으로 사회를 구성하는 경제, 사회, 환경 부문을 전환해야 한다.
이는 단 기간에 이루어 질 수 없다. 이제까지 사회가 회색 문명으로 변화된 것보다 훨씬 더 긴 기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혜와 인내를 발휘하여 녹색 문명으로 우리 지역 사회를 전환해야 한다. 우리 현 세대뿐만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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