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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비핵화해야" VS 北 "적대시 정책 철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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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비핵화해야" VS 北 "적대시 정책 철회해야"

[정욱식의 북핵이야기]<20>최룡해-시진핑의 가상대화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최측근이자 실질적인 2인자로 불리는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하고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은 일본과 대화에 나서는 한편, 6.15 공동선언 13주년 기념행사를 개성이나 금강산에서 개최하자고 제안해 주목을 끌고 있다. 올봄 한반도 위기 지수를 최대한 끌어올린 이후 대화 모드로 전환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가능케 하는 대목들이다.

작년 12월 북한의 위성 발사와 중국의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찬성으로 북·중 관계는 악화 일로를 걸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군부의 실세이자 최측근을 베이징에 보내고 중국이 이를 수용함으로써 양국 관계 및 한반도 정세의 향방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북한은 올해 들어 한반도 정전상태 등 근본문제 해결을 강조하고 있고, 대중 특사 역시 군사안보 정책의 핵심 실세인 최룡해가 맡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단순히 양국 관계의 조정이나 경제협력 및 중국의 대북 지원 확대 등에 논의 수준이 머물지 않을 것임을 예고해주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최룡해는 중국 지도부와 어떤 얘기를 나눌까? 시진핑 주석과의 면담 여부가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두 사람의 대화를 가상으로 꾸며봤다.<편집자>


▲ 최룡해(왼쪽)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AP=연합

시진핑: 반갑습니다. 이번 만남이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고 조선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최룡해: 환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정은 동지께서도 다소간의 오해를 풀고 양국 간 우호협력 관계를 발전시키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시진핑: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봅시다. 김정은 위원장께서 전하고자 하는 매시지는 무엇입니까?

최룡해: 올해는 조국해방전쟁 승리 60돌이 되는 역사적인 해입니다. 김정은 동지께서는 이 점을 강조하면서 세 가지 사안을 논의하길 원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조선반도의 근본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국이 적극 협력하자는 것입니다. 둘째는 역사적인 해를 맞이해 양국 관계를 더욱 굳건하게 하자는 것입니다. 셋째는 조국해방전쟁 승리 기념일(7월 27일)을 기해 시진핑 주석께서 평양을 방문해주시길 희망한다는 것입니다.

시진핑: 우리 역시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고 조선반도의 근본문제를 해결해 귀측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해소하길 희망합니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귀측이 핵문제와 관련해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 역시 김정은 위원장을 조속히 만나길 희망합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여건과 환경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최룡해: 핵문제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 때문에 생겨난 것입니다. 우리 역시 세계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고, 세계의 비핵화가 이뤄지면 핵 억제력도 내려놓게 될 것입니다.

시진핑: 그 말씀은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 아닙니까?

최룡해: 우린 다른 핵보유국들과 비슷한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중국 역시 세계의 비핵화가 이뤄지면 핵무기를 폐기하겠다는 입장 아닙니까? 또한 중국은 양탄일성(兩彈一星)에 힘입어 안보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발전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진핑: 조선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입니다. 김정일 위원장께서도 여러 차례 이를 강조하셨고요. 그런데 이제 와서 귀측이 핵무기 보유를 공식화하고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요. 저는 이를 납득하기도 동의하기도 어렵습니다.

최룡해: 우리가 조선반도 비핵화를 철회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줄곧 조미 간의 적대관계가 평화관계로 전환하고 이를 위해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조선반도 비핵화는 빠르게 추동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우리의 요구를 철저하게 무시했습니다. '시기상조'니 '핵문제부터 먼저니' 하면서 단 한 차례도 평화협정 논의 테이블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우리의 정당한 자위적 핵 억제력을 핑계 삼아 아시아-태평양 군비증강과 동맹 강화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시진핑: 왜 미국한테 빌미를 줍니까? 우리 역시 미국이 북조선을 구실로 삼아 우리를 봉쇄하려고 한다는 걸 잘 압니다. 그래서 귀측에 냉정과 자제를 촉구했던 것입니다.

최룡해: 우리 역시 자제를 했었습니다. 작년 4월에 우리의 광명성 3호 발사에 대해 유엔 안보리는 규탄 성명으로 우리에게 또다시 도발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핵시험을 하지 않았습니다. 작년 8월에 미국 관리들이 평양에 왔을 때, 그들은 미국 대선 이전에 추가 발사를 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발사 시기를 늦춰 12월에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결과가 어땠습니까? 이번에는 유엔 안보리가 의장성명이 아니라 제재 결의라는 초대형 도발을 해왔습니다. 중국이 이에 찬성한 것도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시진핑: 유엔 안보리는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귀측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금지하는 결의를 채택했었습니다. 국제 평화와 안정, 그리고 비확산을 위해 우리나라 역시 역할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귀측은 우리의 우정 어린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우리가 진정한 친구라면 우리 얘길 귀측이 경청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최룡해: 우리 역시 위성을 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귀측에 설명했었습니다. 귀측이 양탄일성을 마오쩌둥 주석의 찬란한 업적으로 기리고 있는 것처럼, '핵과 위성'은 김정일 동지의 최대 업적이기 때문입니다.

시진핑: 왜 김정일 위원장의 업적을 자의적으로 취사선택합니까? 정녕 선친들의 유훈과 업적을 지키고 싶으면 조선반도 비핵화를 이뤄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리고 더 중요한 문제가 있어요. 귀측이 비핵화에 역행하는 언행을 보이면서 어떻게 조선반도의 근본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까? 그리고 자꾸 귀측과 우리를 비교하는데, 맥락이 다른 얘기를 자꾸 하면 대화를 진전시키기 어렵습니다.

최룡해: 큰 나라는 되고, 작은 나라는 안 되고 그런 입장이십니까? 귀측도 줄곧 국제관계에서 자주와 평등을 강조해오지 않았습니까?

시진핑: 우리 역시 귀측의 우려와 불만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하지만 귀측이 비핵화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는다면, 조선반도의 근본문제 해결도, 양국 관계의 발전도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해두고 싶습니다. 이 점은 김정은 위원장께도 꼭 전달해주세요.

▲ 중국 방문을 위해 평양 순안공항에 들어서고 있는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최룡해: 우리가 비핵화를 약속하고 영변 핵시설을 불능화했을 때에도 미국은 평화협정 논의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정중히 제안해도 무시했습니다. 우리가 힘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핵 억제력은 누구를 공격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자위력을 굳건히 하면서 근본문제를 해결하고 군비 부담을 줄여 경제건설에 집중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시진핑: 왜 과거에 집착하면서 변화된 현실을 제대로 못 보는 것입니까? 한국 정부는 이미 바뀌지 않았습니까? 귀측은 일본과도 대화를 시작하지 않았습니까? 제가 다음 달에 오마바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을 만납니다. 귀측이 두 가지 조치를 취해주면 제가 미국과 한국 정부를 적극 설득해보겠습니다. 하나는 비핵화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달라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북남관계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달라는 것입니다.

최룡해: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또한 미국과 남조선이 핵전쟁 연습을 수시로 벌이고 제재를 가해 우리의 발전권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는데 우리부터 핵문제 해결에 나서라고 요구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역시 대결이 계속되길 원하지 않습니다.

시진핑: 그럼 귀측은 현 상황을 타개할 만한 제안을 갖고 있습니까?

최룡해: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세 가지 구체적인 조치가 필요합니다. 첫째는 평화협정 논의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제재를 즉각 해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셋째는 우리를 겨냥한 군사훈련도 중단되어야 합니다. 미국이 이들 사안에 대해 성의를 보인다면, 우리 역시 핵문제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갈 것입니다.

시진핑: 한꺼번에 세 가지 모두를 이룰 수는 없습니다. 우선순위가 무엇입니까? 평화협정 논의 착수입니까? 그리고 평화협정 논의에 착수하면 귀측은 어떤 성의를 보일 수 있습니까?

최룡해: 세 가지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명확합니다만, 평화협정을 먼저 다뤘으면 합니다. 평화협정 논의가 시작되면 우리는 추가 핵시험과 위성을 포함한 장거리 로켓 발사를 유예하겠습니다. 또한 제재 해제와 군사 훈련 중단 등의 조치가 있으면 영변 핵시설 재가동을 유보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단의 상주도 허용할 수 있습니다.

시진핑: 제가 오바마와 박근혜 대통령과 충분히 논의해보겠습니다. 그런데 귀측의 핵 동결은 비핵화 약속과 병행해서 이뤄져야 합니다. 또한 평화협정을 위한 4자회담에 앞서 6자회담을 먼저 개최하는 게 순서에 맞는 것 같습니다. 6자회담을 통해 9.19 공동성명의 이해 의사를 재확인하고,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대체하기 위한 평화포럼 개시를 선언하는 방식을 취하자는 게 우리의 입장입니다. 필요하다면 저도 평양에 특사를 보내겠습니다. 이에 앞서 당신께선 김정은 위원장께 저의 뜻을 충분히 설명해주십시오. 저의 평양 방문이나 김정은 위원장께서 이곳으로 오시는 문제는 그때 가서 다시 논의하도록 합시다.

최룡해: 잘 알겠습니다. 또 한 가지 김정은 동지께서 꼭 전해달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시 주석께서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시면 '김정은 동지께서 오바마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하고 싶다'는 말씀을 꼭 전해주십시오. 이를 위해 제가 김정은 동지의 특사 자격으로 워싱턴에 갈 수도 있다는 말씀도요.

시진핑: 백악관에도 인민군 복장으로 가시렵니까?

최룡해: 저는 군인입니다. 그리고 인민군 복장으로 가야 우리와 미국이 아직 전쟁 상태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하하.

시진핑: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하지요. 다만 조미 정상회담도 귀측의 비핵화 의지가 있을 때에만 가능할 것이라는 점을 김정은 위원장께 전달해주세요. 조심해서 돌아가시고 김 위원장께도 안부 말씀 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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