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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게 운동이 되냐고?

[메디컬 피트니스] 걷기의 생활화

강남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62세 남성인 K씨는 최근에 은퇴를 했습니다. 살고 있는 집의 창문으로는 양재천이 잘 보이지 않지만 지난 여름 어느 날, 아내의 권유로 저녁 식사 후에 양재천에 나가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누구나 건강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한눈을 팔았다가는 부딪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걷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살고 있는 집에 이사 온 지 17년이 지났는데 이사 초기에 집 주변을 알아보기 위해 양재천에 나갔을 때는 날씨가 좋았음에도 아주 한적했음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사 올 당시를 더듬어 보니 17년의 세월이 참으로 빨리 흘러갔다는 생각과 함께 세월의 흐름 속에 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이제는 행동으로 표현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운동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면서 돈이 드는 골프나 체력이 필요한 테니스, 마라톤보다는 가장 쉬운 걷기부터 시작해야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걷는 게 과연 운동이 될까?

ⓒ프레시안
약 8개월 전에 "건강하고 싶다면 이 운동부터"라는 제목으로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기는 해야겠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시는 분들은 우선 걷기부터 시작하시라는 글을 올린 바 있습니다. 당시의 글을 찾아보시면 걷기를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이 걷기의 양을 늘여가는 요령, 하루 만 보 걷기의 중요성, 올바른 걷기를 위한 요령, 걷기 10계명 등을 접하실 수 있습니다.

제주도 올레길이 대한민국에 걷기의 새바람을 일으킨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국민들의 걷기에 대한 관심은 지난 15년에 걸쳐 꾸준히 증가되어 왔습니다. 15년 전, 경주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 걷기 대회가 열릴 때만 해도 "걷는 것이 뭐가 운동이 되느냐?"는 이야기를 듣는 일이 보통이었지만 이제는 걷기가 건강을 유지해 주는 훌륭한 운동임을 모르시는 분들은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31년 전, 미국의 카터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새벽 이른 시간에 경호원을 대동하고 조깅을 함으로써 우리나라에 조깅 붐을 일으키는데 일조를 했고, 그 후로 마라토너의 수가 날이 갈수록 늘어날 정도로 발전한 것과 비교하면 걷기는 상대적으로 늦게 출발했기는 하지만 최근에 들어와서 전파 속도만큼은 대단하다고 여겨집니다.

걷기는 몸에 무리를 주지 않은 상태로, 가장 손쉽게 행할 수 있는 운동입니다. 그 효과는 의심할 필요가 없으며, 서서히 걷는 양을 늘려 가신다면 세상의 어떤 운동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훌륭한 운동입니다. 특별한 요령이 필요한 것도 아니어서 발이 편한 신발을 싣고, 적당한 속도로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로 걸으시기만 하면 됩니다.

손이나 몸은 자연스럽게 유지하시되, 속도를 올리고 싶을 때는 양팔을 들어 팔꿈치를 굽히고, 몸과 리듬을 맞추어 자연스럽게 흔들리도록 두십시오. 혹시 물집이 생기는 것을 염려하신다면 발가락을 구분하는 양말을 신으시면 됩니다.

무슨 운동을 할지 결정을 못하신 분들은 우선 밖으로 나가서 자연이 전해 주는 공기를 마시며 걸어 보실 것을 권해 드립니다. 운동의 기쁨을 쉽게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 데서나 걸을 수 있으면 걷자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지내느라 운동 부족에 시달리는 분이 운동을 생활화하기 위해 승강기를 타는 대신 계단을 걸어서 오르내린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신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한 가지 동작을 반복하는 것은 똑같은 근육만 사용하므로 몸에 좋다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수십 층의 빌딩을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단지 몇 개 층을 오르내릴 때 걸어서 다니는 것은 권장할 만합니다. 특히 운동이 부족하신 분들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아파트 주변 인도를 뛰는 분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와 함께 걷는 분들도 꽤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인도 옆에 자전거 도로도 많이 설치되어 가고 있지만 일반적인 우리나라 도로 여건이 자전거 타기에 덜 적합해서 그런지 자전거를 타시는 분들보다는 걷는 분들이 많게 느껴집니다. 자전거 타기도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 좋은 운동인 것은 분명한데 자전거를 타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아파트 옆길보다는 자전거타기에 편리한 장소를 찾아 자전거를 운반해가야 하는 것이 단점이라 하겠습니다.

제주도 올레길뿐 아니라 걷는 분들에게 좋은 평판을 얻을 수 있는 길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산림청에서 관할하는 휴양림에는 걷기를 위한 임도가 계속 늘어나고 있고, 지방자치체에서도 걷기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제는 길만 만드는 것으로는 부족하여 걷기를 위해 지정된 특정 지역에 "이 길을 걸으면 몇 칼로리가 소모되는데 이것은 음식으로 환산하면 얼마에 해당하는 만큼 소모한 것과 같다"는 설명을 붙여 놓은 곳도 생겨나면서 걷기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등산을 즐기시는 분들 중에는 평지를 걷는 것은 운동량이 적으니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산길을 걷는 게 최고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등산은 등산대로, 걷기는 걷기대로 나름대로의 운동효과를 지니고 있으며, 운동을 처음 시작하시려는 분들이나 체력이 약한 분들에게는 걷기를 통해 몸을 만드신 후 다른 운동으로 바꿔 보시기를 권합니다. 산길, 숲길, 해안길, 긴 다리 위의 길 등 어디든 가리지 말고 건강을 위해서라면 걸어 다니는 것이 좋겠습니다. 도심의 길을 걷는 것은 자동차 배기가스와 같은 오염물질이 단점이긴 합니다만 자동차 운행이 뜸한 시간을 선택하여 걸으신다면 소기의 효과를 거두실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함께 걷는 즐거움 누리기

취미 생활은 동호인과 함께 하면 즐거움이 배가되듯이 건강을 위한 운동도 같은 목적을 가진 분들이 서로 격려해 가며 함께 하신다면 더 즐거운 마음으로 긍정적인 자극을 받아가며 생활화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조깅을 하며 몸을 다진 분들이 5㎞, 10㎞ 달리기 대회에 출전하시다가 실력이 늘면 하프마라톤이나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걷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정도 실력이 붙었다 싶으면 5㎞, 10㎞, 20㎞ 등으로 거리를 늘여 가면서 함께 걷는 행사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대한걷기연맹(☞바로 가기)과 같이 공인된 단체에 회원 등록을 하면 걷기행사에 참여하거나 공인된 코스를 걸어가는 경우 언제 어느 코스를 얼마나 걸었는지 모두 기록에 남게 됩니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목표를 정해 놓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시려는 분들은 자신의 기록을 갱신해 가는 즐거움을 맛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요즈음은 걷기 행사가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만 국제걷기연맹(IML Walking Association)에서 주최하는 국제 행사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매년 개최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국제적으로 공인받은 국제걷기대회(www.koreawalk.kr)는 매년 10월 마지막 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원주에서 개최되며, 올해로 벌써 16회째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 국제 걷기 대회 행사 일정. ⓒimlwalking.org

'명색이 국제 행사라는데 외국인이 과연 얼마나 참석할까?'라는 생각을 가지시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최근 수년간 하루의 참가 인원은 약 1만5000명 정도이고, 외국인은 약 300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걷기의 역사가 훨씬 긴 유럽에서는 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3주일간 휴가를 내어 오시는 분들도 약 100명을 헤아립니다.

3주일간 휴가를 낸다니 놀라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렇게 먼 거리를 날아오신 분들은 한국에서 이틀간 걷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다음 주에는 일본 히가시마츠야마에서, 그 다음 주에는 타이완 타이페이에서 개최되는 걷기 대회까지 모두 참여한 후 본국으로 돌아가실 정도의 마니아들입니다.

국제걷기연맹 본부가 있는 네덜란드에서는 매년 7월 첫째 주에 4일간 나이메헨에서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걷기 대회가 개최됩니다. 이때는 전세계에서 참가자들이 찾아와서 인구 7만 명의 소도시 나이메헨에 매일 약 4만 명이 걷기에 참여하는 장관을 보여 줍니다.

도시 전체가 축제 분위기로 바뀌며, 올림픽 마라톤 경기에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참가자들에게 박수를 치며 격려하듯이 나이메헨 시민 전체가 노래를 연주하고, 과자와 음료수를 나누어 주고, 현수막을 내거는 등 참가자들을 위한 격려 행사를 벌입니다.

건강을 위한 걷기가 생활의 기쁨과 즐거움을 누리기 위한 걷기로 발전하면 일상생활이 더욱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걷기의 생활화를 통해 건강과 인생의 즐거움을 동시에 찾을 수 있게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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