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통한 관상 동맥(심장 동맥) 질환 위험도 감소의 이득 효과 중 약 35%만이 전통적인 위험 인자 감소로 설명될 수 있다는 최근의 보고는 운동 요법에 의한 혈관 강화 효과의 기전이 많은 부분 아직 비밀로 남아 있음을 암시해 준다고 하겠습니다.
혈관계의 구조와 기능적 특성
혈관계는 탄력성이 있는 일종의 관으로 순환을 담당하는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혈관은 대동맥-동맥-소동맥-모세혈관-소정맥-정맥의 순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부위에 따라 혈관 벽을 이루는 구조물의 크기와 성분이 달라, 필요한 기능을 갖게 해 줍니다. 혈관의 내벽을 이루는 내피세포는 한 층으로 되어 있으며, 모든 혈관에 존재합니다. 혈관에 분포하는 평활근이나 탄력섬유들은 혈관의 부위에 따라 다르게 분포합니다.
이런 구조적인 차이로 동맥은 혈관 저항이 크며, 이에 비해 정맥은 많은 양의 혈액을 저장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정상적인 상태에서 혈압 감소가 가장 큰 소동맥은 혈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혈관 부위와 달리 모세혈관이 한 층으로만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한 일입니다.
혈관을 이완시키는 물질은 산화질소(nitric oxide·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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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화질소(NO). ⓒ프레시안 |
최근에 많이 연구되는 산화질소는 혈관의 내벽을 이루는 내피세포로부터 유리되는 내피세포 의존성 혈관 이완 물질이며, 운동 훈련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또 산화질소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동맥 경화를 억제할 수 있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기에 더욱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종류의 운동이 산화질소의 생성과 활성도를 높이는 것일까요? 정답은 전신운동(whole body exercise)입니다. 일련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소규모 근육 집단을 사용하는 운동에서는 산화질소에 의한 직접적인 효과가 크지 않으나 비교적 큰 규모의 근육 집단을 사용하는 리드미컬한 운동에서는 그 효과가 더 우수한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건강한 사람에서 나타나는 효과보다, 비만,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등과 같은 심혈관 위험 인자를 포함하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더욱 두드러진 효과를 보인 것이 특징입니다.
2003년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학술지 <Circulation(순환)>에 실린 헴브레흐트(Hembrecht) 등의 연구 논문을 보면, 심장 질환이 발생하여 관상 동맥 우회 수술을 위해 대기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4주간의 사이클 운동을 실시한 결과 산화질소 합성과 내피세포 의존 이완 반응이 증가되었고, 그 결과 산화질소의 활성도가 증가됨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12개월간 꾸준한 운동 요법 환자와 관상 동맥에 스텐트를 삽입한 환자들을 추적 관찰한 결과 운동 요법에 의해서도 임상 증상을 포함하는 객관적인 우수한 개선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운동 요법이 저비용, 고효율의 치료 효과를 보여준 것입니다.
산화질소에 의한 기능적, 구조적 혈관 적응
운동 훈련은 초기에 산화질소 합성 효소의 증가를 통한 산화 질소 생산의 증가와 함께 활성도를 증가시켜 혈관의 기능적 변화를 유발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가 계속해서 혈관의 기능적 적응을 유지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운동 훈련에 나타나는 초기의 변화는 기능적 변화에서 혈관 구조 변경이라고 하는 구조적 적응으로 대치되어 지속적인 효과를 나타내게 됩니다. 이와 같은 내용은 2008년 팅켄(Tinken) 등에 의해 구체적으로 설명되었습니다.
8주간의 운동 프로그램을 통해 매 2주마다 훈련에 따른 혈관의 기능과 구조적 변화를 확인한 결과 초기의 기능적 변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되는 한편, 훈련 말기에 가까울수록 혈관의 직경이 증가되는 구조적 적응 현상이 관찰되었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산화질소에 의해 일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히 설명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여전히 중요한 것은 산화질소에 의한 초기 기능적 적응 현상이 혈관의 구조적 변화를 유도한다는 사실이며, 운동 요법이 기능적, 구조적 혈관 이완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체 내 산화질소 생성의 다양한 경로
인체 내에서 산화질소가 만들어 지는 대표적인 경로는, 산화질소 합성 효소를 통한 혈관 내피세포로부터의 생성입니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전형적인 생성 경로 이외의 다른 새로운 경로가 제시되었는데, 몇몇 자극에 의해 산화질소 전구물질인 NO3- 혹은 NO2-로부터 산화질소(NO)로 전환되는 것입니다. 이 때 생성되는 산화질소는 내피세포에서 합성되는 것이 아니며 전구물질로부터 직접 만들어집니다. 산화질소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대표적인 자극이 체내 저산소(hypoxia) 신호입니다.
2008년에 룬트베르크(Lundberg) 등은 이렇게 만들어지는 산화질소가 심근경색증, 뇌졸중, 고혈압, 위 궤양 등에 잠재적 치료 물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제안하여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운동을 하면 체내 산소 이용률이 증가되고, 요구량에 따라 헤모글로빈과 결합(참고 : 헤모글로빈 1분자에 산소 4분자가 결합되어 있음)되어 있던 산소가 더 많이 조직으로 유리됩니다. 이렇게 산소를 유리한 헤모글로빈이 산화질소 전구물질로부터 산화질소로 전환시키는 촉매가 됩니다. 최근 보고에 의하면 비타민C도 산화질소로의 전환을 높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비타민 C의 또 다른 매력입니다.
산화질소의 또 다른 이름, 천연 비아그라
고산 등반을 준비하거나 떠나는 분들께서 성공적인 등반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시고 있습니다. 특히 수천 미터 이상의 고봉을 등반한 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극적인 환경에 노출되는 것이므로 철저한 준비 없이는 이루어 낼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고산 등반을 위해 등정에 오르시는 분들 중에 비상약품으로 비아그라를 준비해 가신다는 말을 듣자 필자의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남성의 성기능 장애 중 발기 부전을 위한 치료제로 개발된 대표적 약물이 비아그라입니다. 정상적인 발기는 다양한 생리적 기전에 의해 유도되지만, 최종적인 단계는 혈관 이관입니다. 이러한 혈관 이완의 주요 기전은 산화질소의 작용과 일치합니다. 결국 비아그라는 산화질소 생성에 따른 세포내 변화를 유발하거나 혹은 지속시킴으로서 가능한 것입니다.
고산에 오르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고소병을 호소하게 되는데 비아그라를 복용하면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이게 과연 근거가 있는 내용인지 호기심이 생겨 고산 등반을 위해 적응 훈련을 계획하고 있는 등반대와 의논하여 적응 훈련 전후의 산화질소 농도를 측정해 보았습니다.
결과는 놀랍게도 훈련 전에 비해 1주일간 적응 훈련을 끝난 직후 산화질소가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를 보여 주었습니다. 앞으로 더 깊이 있는 연구를 해볼 예정이지만, 현재로는 고소 적응 훈련과 혈중 산화질소 농도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요약
효과적인 운동은 사람에게서 심혈관 위험도를 충분히 감소시킵니다. 많은 전통적인 위험 인자의 감소 효과 이외에 산화질소의 역할이 최근 강조되고 있습니다. 산화질소는 혈관의 기능적, 구조적 적응을 가능케 하여 혈관 이완 효과를 나타내 줍니다.
앞으로도 많은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하겠지만 여러 형태의 다이내믹한 전신 운동은 산화질소의 생성 및 전환을 유도하여 운동의 의한 유익한 효과를 지속적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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