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가 시작하고,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급물살을 타는 모양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6월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에서 한미 FTA 재추진을 공식 언급했다.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측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이런 식이라면 올해 안에 미국, 한국 의회에서 한미 FTA가 통과될 전망이다. 한미 FTA는 최근 미국이 맺은 FTA 중에서 가장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한국 시민의 사회적 권리를 침해하는 조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때문에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를 막론하고 많은 시민이 이를 염려하며 여러 가지 방식으로 저항했다. 2008년의 촛불 집회는 그 정점이었다. 이제 다시 한미 FTA가 추진되는 상황에서 <프레시안>은 지금 시점에서 한미 FTA의 주요 쟁점을 다시 한 번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이 기획은 남희섭, 박상표, 우석균, 이해영, 정태인, 홍헌호 씨 등 지난 수년간 한미 FTA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앞장서왔던 전문가들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이들은 앞으로 7회에 걸쳐서 한미 FTA의 문제점을 한 번 더 경고한다. <편집자> ① 한미 FTA, 드디어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 이해영 한신대학교 교수 ② 노무현의 뒤늦은 걱정 "한미 FTA, 이대로는 곤란하다" : 경제평론가 정태인 씨 ③ 쇠고기를 보면 안다…"한국은 미국의 식민지구나!" :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정책국장 ④ 한미 FTA…누리꾼은 고소되고, 포털 사이트는 폐쇄되고! : 남희섭 변리사 ⑤ "코미디 세 편이 노무현을 FTA 벼랑으로 몰았다" :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 |
현재 한국, 미국 양국 정상이 밝힌 일정대로 진행된다면 한미 FTA는 올해 11월에 '재협상'이 끝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런 일정을 밝힌 까닭은 11월의 미국 중간 선거용인 측면이 크다. 미국의 대북 압박이 최소한 11월까지는 갈 것이라는 예상도 미국 중간 선거 때문이다.
그렇지만 조금 더 큰 배경이 있다. 왜 하필 지금 한미 FTA가 지금 다시 추진되는 것일까? 전 세계적 경제 위기가 바로 한미 FTA 재추진의 배경이다.
첫 번째 배경은 미국의 경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출구로서 한미 FTA가 재추진된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FTA는 미국의 고용 창출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그는 2월 국정 연설을 통해 "국가 수출 구상(National Export Initiative)"을 발표하면서 향후 5년간 수출을 2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7월 7일에는 "미국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것"이라며 수출위원회 설립을 발표했다. 그는 주요 방침으로 24개국과의 무역 협상, 무역 장벽 해소 등을 들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자신이 'CAFTA(중미자유무역협정)에 반대표를 던졌고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를 지지했던 적이 없다'고 밝혔던 것을 보면 매우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NAFTA나 WTO 협정이 민주당 클린턴 대통령 재임 시절 시작되었다는 것을 상기해볼 때 놀랄 일도 아니다. 이러한 오바마 대통령의 자유무역협정의 첫 대상자로 한국이 선정된 것이다.
미국 정부는 의회 보고서를 통해 한미 FTA가 체결되면 한국에 대한 수출이 97억~109억 달러 정도 증가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서비스 상품 수출 증대를 별도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결국 한미 FTA를 통해 한국에 대한 수출과 미국의 고용을 늘리겠다는 것이 미국의 한미 FTA 추진의 배경이다.
미국발 전 세계적 경제 위기를 미국의 수출을 늘리고 무역 적자를 줄이는 공격적 무역 정책으로 극복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전략이다. 한국 정부는 한미 FTA를 통해 미국에 대한 수출을 늘리겠다고 선전한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정반대의 목표를 이루려 한다. 한구 정부의 꿈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두 번째 배경은 이른바 "지정학적" 이유다. 미국의 한 통상 전문지(<Inside U.S. Trade>)는 7월 12일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11월 한국 방문 때까지 한미 FTA를 둘러싼 이견을 해소하[는] (…) 목표를 제시한 것은 (…) 한미 동맹의 공고함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려는 미국의 희망이 반영된 것'이라고 전한다.
이 기사는 미국 통상무역대표부의 일정이 바뀌어 콜롬비아나 파나마 대신 한미 FTA가 우선 처리되게 되었다면서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동북아 지역에 한미 동맹의 공고함을 분명히 과시하고자 하는 지정학적 고려가 감안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 "지정학적 고려"는 여러 측면에서 심층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문제이지만 여기서는 미국이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미-중 관계에 대해서만 간단히 살펴보자. 지금 미-중 관계는 현재 세계경제 위기 속에서 상호의존적이면서도 동시에 적대적인, 모순적인 관계에 놓여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20년간 복잡한 경제적 연관망을 발전시켜왔다. 간단히 말해 중국은 미국이 중국의 수출품을 수입하는데 의존하여 고속 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고 미국은 중국과 아시아에서 돈을 빌려 미국 제품을 수입했다. 그러나 이러한 상호의존성이 경제적 대립 그리고 정치적·군사적 대립을 완화시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위안화 절상을 둘러싸고 점점 더 깊어지고 있는 미-중의 경제적 갈등이 이를 잘 보여준다.
미-중 간의 군사적 갈등도 경제적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만큼 더 격화되어 가고 있다. 당장 미국은 천안함 사태를 통해 일본 하토야마 정부에 압력을 가해 오키나와의 후텐마 기지 문제를 해결했고 미일 동맹의 강화를 얻어냈다. 또 미국 정부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한국 정부 입장을 지지하여 한미 동맹의 강화를 통한 "전 세계의 비상 사태 지역에 동원할 수 있는 군 병력의 풀 확대"를 향한 계획, 다시 말해 주한 미군을 전 세계적 기동 타격군으로 만들어 가는 또 하나의 발판을 얻었다. 여기에 미국은 중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동해에서 지난 25일부터 한미 군사 훈련을 진행시켰고 하였고 연내에 여러 차례 훈련을 반복하겠다고 한다.
미-중의 군사적 긴장의 고조는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7월 4일에는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미 제7함대의 전략 핵잠수함인 미시간, 오하이오, 플로리다호가 지난주에 아시아 지역의 주요 거점인 부산과 필리핀 수빅만, 인도양의 전초기지인 디에고 가르시아에 동시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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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에 중국은 오키나와 남쪽의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대규모 군사 훈련을 실시한 바 있고 천안함 사건 이후 6월 30일부터는 동중국해 해상에서 대규모 실탄 사격 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인도양, 남중국해, 말라카해협, 동중국해 등의 전략적 지역을 둘러싼 미-중 간의 갈등이 경제적 갈등과 더불어 격화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것만 보아도 미-중 갈등은 한반도를 둘러싼 갈등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에너지와 패권을 위한 지구적 갈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천안함 사건은 이러한 미-중 간 갈등 격화를 강화시키는 구실로 작용했다. 한미 FTA에 대한 미국의 "지정학적 고려"란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이해관철을 위한 정치적·군사적 배경이 있다는 뜻이다. 이는 결국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정부의 이익 관철은 중국-북한 vs 미국-일본-한국 대립 구도의 강화다. 이러한 동북아시아의 긴장 관계 고조가 한국에도 이익일까?
이는 미국의 이해이지 한국의 이익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경제 위기 시기의 미-중 간 갈등은 불길하게도 1929년 경제공황 이후의 미-일 간 갈등을 연상시킨다. 한국의 앞날에 도움이 되지 않는 미-중 갈등을 강화시키는데 동참하는 대가로 왜 한미 FTA를 왜 미국에게 더 내주는 쪽으로 재협상을 하자는 것일까?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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