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17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이날 오전 이뤄진 오바마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단순히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하게 되면, 그 사이에 북한이 핵무기를 더욱 고도화하는데 시간만 벌어줄 뿐"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전(한국시간) 박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미중 정상회담 관련 내용을 설명하는 한편 북한 문제와 관련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이 발언이 어떤 맥락 속에서 이뤄졌는지,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뭐라고 답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전날 북한의 북미 고위급 대화 제안이 '대화를 위한 대화'이며 시간 벌기를 위한 전술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남북대화가 무산된 상황에서 북미대화가 이뤄져 '통미봉남'과 같은 국면이 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묻어난다.
▲지난달 7일(미 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박근혜 대통령이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자료사진) ⓒ로이터=뉴시스 |
앞서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정세현 원광대 총장(전 통일부 장관)은 <프레시안>과의 긴급 인터뷰에서 "우리 정부로서는 일단 이것(북미회담)을 막으려고 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정세현 전 장관의 <프레시안> 긴급인터뷰 바로보기)
문정인 연세대 교수도 "북미 간 협상을 꼭 '통미봉남'으로 볼 필요는 없다"며 "특히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관점에서 보면 북미대화(와 남북대화의 관계)가 제로-섬 게임인 것은 아니다"라고 한국 정부의 유연한 대처를 주문했었다.
(☞관련기사 보기 : 문정인 "北, 美 대화제의는 중국 향한 제스처")
앞서 청와대는 양국 정상 간 통화 사실은 확인했으나 통화 내용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했었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은 오전 11시부터 20분 간 오바마 대통령의 전화를 받고, 지난 7~8일 개최된 미중 정상회담 결과를 청취하고 북한 문제 관련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밝혔을 뿐 북미대화 관련 내용은 "브리핑 내용에 없다"고 잘랐다.
이정현 수석도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은 대변인 브리핑 이상으로 발표하는 것은 자제하겠다. 양해해 달라"며 북미 고위급회담 제의가 통화 내용에 포함됐는지 여부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었으나 결국 이날 오후 5시경 기자실을 찾아 박 대통령의 발언 일부를 소개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박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중 정상회담 당시 (미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이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 지역의 안보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고 하면서 이에 대한 대응 의지를 강조하고, 북한의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중국 측도 적극 협력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중국의 의지를 표명하고,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용인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을 강조했다"고 전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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