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미국 상공회의소 주최 '라운드테이블' 행사에서 댄 애커슨 제너럴모터스(GM) 회장에게 'GM의 한국 투자 철수 설이 있었는데, 이 자리에 참석하신 걸 보니 철수는 아닌 것인가?'라는 취지의 질문을 했다. 이에 애커슨 회장은 "엔저 현상과 상여금을 포함하는 통상임금, 두 가지 '문제'가 해결되면 절대로 한국 시장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애커슨 회장의 '통상임금' 발언은 퇴직급여나 실업급여, 시간외수당, 육아휴직수당 등의 기준이 되는 금액을 월급명세서 상의 '기본급'이 아닌 실제 지급받은 월급 액수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을 의미한다. 한국GM 노조는 현재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며, 1심 및 2심에서 승소한 상태다.
박 대통령은 애커슨 회장의 말을 듣고 통상임금 이슈에 대해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며 "GM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 전체가 겪고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한때 박 대통령의 발언이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을 통해 기자들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대통령이 "(통상임금 문제를) 확실히 풀어 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다. 오해가 일자 조 수석은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드러낸 발언으로 제가 (대통령 발언을) 해석한 것"이라고 정정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진짜 문제는 그 다음이다. 조 수석은 통상임금 이슈에 대해 "현대기아차 등에 관련 소송이 30여 건이 되는데, 만약 이 (법원의) 결정이 굳어지면 산업계 전체는 38조 원 가량의 추가 부담을 지게 되고 수출 경쟁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조 수석은 기자들이 '통상임금에 대한 법원 결정이 번복되지 않으면 GM이 80억 달러를 투자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 것인지'를 묻자 "그렇게 될 것"이라며 "어떻게 투자하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80억 달러가 그대로 날아간다면 우리 경제에는 정말 심각한 타격"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최고위급 경제 관료인 청와대 경제수석이 법원 판결에 대해 평가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자칫 '청와대가 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미치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살 수 있음은 물론, 발언 내용을 보면 재계 쪽 입장만 반영했을 뿐 노동자들의 처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아 불편부당의 원칙에도 어긋나기 때문이다.
조 수석은 "사법부의 판단에 문제를 제기하는 건 아니"라면서도 "노사정위원회가 있으니 어느 정도 타협할 수 있는지 봐야 할 것"이라며 정부가 이 문제에 개입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논평을 통해 "GM대우를 비롯한 60여개 노조가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이유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결에 따른 것으로 그동안 사용자들이 부당하게 지급하지 않은 임금을 제대로 돌려받자는 것"이라며 "외국 대기업의 투자축소 위협에 굴복해 스스로 공언한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라는 시대적 과제에 역행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노총은 "그동안 사용자들은 관행적으로 상여금, 식비, 교통비 등의 명목으로 통상임금을 축소시키고 포괄역산제 등으로 소정 근로시간을 늘려, 결과적으로 '일은 더 시키고 임금을 덜 주는'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해 왔던 것"이라면서 "행정지침만 바꾸면 되는 것인데도 노동부는 여전히 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며 잘못된 행정해석을 고수하고 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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