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전쟁 전야' 북한, 박근혜 실명 언급 안한 까닭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전쟁 전야' 북한, 박근혜 실명 언급 안한 까닭은…

[분석] "북미 갈등이 핵심…박근혜, 아직까지 대응 잘 해"

연일 북한이다. 3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의 긴장이 계속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4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담화를 내놓으며 현 상황을 '전쟁 전야'로 규정했다. 북한은 "조성된 정세는 '이 땅에서 전쟁이 일어나겠는가 말겠는가'가 아니라 '오늘 당장인가 아니면 내일인가' 하는 폭발전야의 분분초초를 다투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장 전쟁이라도 일어날 것 같은 이런 험악한 수사(修辭)의 뒷면은 의외로 차분하다. 북한이 한국에 대해 실제적인 행동으로 취한 조치는 개성공단으로의 출경 금지 하나다. 물론 남북 간의 각종 약속을 넘어 기본적 상식과 신뢰를 정면으로 저버린 이 조치는 곧 '안전핀'인 개성공단의 폐쇄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행동이다.

그러나 개성공단으로의 출경 금지라는 실질적 내용에 비해 여론의 출렁임은 더 크다. 북한의 호전적인 수사 탓이다. 이날 발표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의 담화를 많은 언론은 속보로 타전했다. 북한의 '언어적 도발'은 많은 한국인들에게 익숙해져 버린 일이 됐지만, 그런 관성을 깨고 충격을 주려는 북한의 시도도 나날이 발전하는 듯 보인다.

그런데 눈여겨볼 부분이 있다. 북한은 담화에서 한국 정부에 대해 "이명박 역도의 전철을 밟고 있는 남조선의 현 괴뢰당국자들과 군부 깡패들에게는 알아들을 수 있도록 벌써 우리의 경고신호를 보낸 상태에 있다"고 했다. 김관진 국방장관에 대해서는 인격 모독적인 원색 비난을 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이름은 어디에도 없었다.

북한이 앞서 내놓은 몇 차례의 입장에서도 "청와대 안방", "독기 어린 치맛바람" 등의 표현은 나왔지만 박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난하지는 않았다. 이는 지난 2008년 4월 1일자 <노동신문>에 바로 "이명박 역도"라는 표현이 등장했던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지난달 27일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부와 외교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당시 "남북한이 기존 합의를 존중하고 실천 가능한 합의부터 이행하는 것이 신뢰구축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이에 대해 "2008년 당시는 북미 간 대결보다 남북 간의 갈등 성격이 더 강했다"며 "지금은 북미 간 핵 갈등이 본질이고, 박 대통령에게 북한이 '열을 받은'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북한도 그 부분은 선을 넘지 않는 것"이라며 "실명 비판을 하며 박 대통령까지 적으로 돌릴 시기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또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신뢰 프로세스'를 얘기하니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미 대결 상황에서 한국을 인질로 잡은 거지, 박 대통령이 표적은 아니다"라는 것.

김 교수는 북한의 호전적 수사의 배경에 대해 "한국은 인질로 미국을 협상에 나오게 하려는 것"이라며 "미국과 협상을 하려면 미국이 협상 필요성을 느끼게 해야 한다. 그래서 긴장을 극대화하기 위해 한국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이날 발표된 북한 담화의 결론은 "혁명무력의 무자비한 작전이 최종적으로 검토, 비준된 상태에 있음을 정식으로 백악관과 펜타곤(미 국방부)에 통고한다"는 것이다. 담화의 마지막 문장은 "미국은 조성된 엄중한 사태 앞에서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정창현 국민대 교수도 "문제는 미국과의 관계인데 불똥이 남북관계로 튀는 것"이라며 "북은 박근혜 정부에 정책전환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 같다. 선(先)핵폐기라든지, 핵 문제와 남북관계를 연계시킨다든지 이런 것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북쪽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북한 담화 가운데 '이명박 역도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부분에 대한 해석이다.

정 교수는 "북한이 (대남 비난의) 강도를 높여 가고 있는데, 박 대통령에 대한 실명 비판이 나온다면 남북관계 단절이 오래 갈 것"이라며 "현재 북쪽은 아직까지는 박근혜 정부와 대화의 틀을 만들려는 생각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지난달 28일 미국 뉴욕에서 <한국일보> 취재진과 만난 유엔 주재 북한 외교관들은 6.15 공동선언에 입각해 남북 대화가 진행될 수 있다고 하면서 "우리의 타깃(목표물)은 미국이지 남한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청와대, 차분한 대응…진보도 "잘하고 있다" 칭찬

한국 정부의 대응도 북한의 도발적인 언사에 놀아나지 않고 차분한 기조로 유지되고 있다. 김장수 안보실장은 이날 오전 "청와대는 호들갑을 떠는 곳이 아니다"라고까지 했다. 청와대는 국가안보실 주도로 외교안보수석, 통일비서관 등이 참석한 회의를 매일 오전 열고 있으며, 통일부·외교부·국방부 등 유관 부처들 간에도 협조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임기 초반임에도 40% 초반이라는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박근혜 정부가 강경책을 잇달아 내놓으며 보수 결집을 유도하는 '안보 드라이브'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진보진영의 남북관계 전문가들도 호평을 내놓고 있다.

김근식 교수는 "진보 쪽에서는 박 대통령에 대해 지켜보고 있고, 오히려 보수가 불만"이라며 "박 대통령은 (신뢰 프로세스라는) 자신이 내놓은 원칙을 잘 지키려 하고 있고, 그런 것은 잘 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창현 교수는 "박근혜 정부 내에서 강경 발언이 때때로 나오는 것은 정세가 워낙 험악하기 때문에 대응하는 차원이지, 선제적으로 먼저 하는 건 아니다"라며 "정부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