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순 없어"

종교 지도자들 만나 대북관계 역할 당부

박근혜 대통령이 종교 지도자들을 만나 대북관계에서의 종교의 역할을 부탁했다. 북한의 핵실험에 이은 긴장으로 남북관계가 꽉 막혀 있다시피 한 가운데 인도적 지원 등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가동될 여건 마련에 힘을 모아 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북한을 겨냥한 강경 기조의 발언도 되풀이됐다.

박 대통령은 19일 7대 종단 지도자들과의 오찬에서 "그 동안 종교 지도자 여러분께서 민간교류를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고,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여러분께서 북한의 문호개방 등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하고, 국민들의 삶을 돌볼 수 있도록 보다 큰 역할을 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지금이라도 핵을 포기하고 올바른 길로 나온다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적극 가동해 북한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북 제재 문제와 관련해서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도 있고 해서, 국제사회와 같이 논의하면서 가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박 대통령은 다만 "북한의 핵위협은 얼렁뚱땅 넘어갈 수 없는 문제"라며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는 없다"고 하는 등 북한의 핵개발과 도발에는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러시아(구 소련)도 핵을 가지고 있었지만 결국 어떻게 되었느냐"며 "핵만 가지고 있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전 세계가 비핵화로 가고 있다. 핵을 가져봤자 되는 것은 없고 고립만 초래할 뿐"이라며 "핵무기로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나라에 어느 나라가 투자하려 하겠는가? 북한이 지금이라도 올바른 선택을 해주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김행 대변인은 종교계 지도자들도 북한의 핵 위협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면서, 종교인들은 북한의 태도 변화를 한목소리로 촉구하는 한편 박 대통령에게 "북한이 도발 위협을 거둔다면 종교계 차원에서 인도적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앞장서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 홍재철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김희중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종교간 대화위원장, 남궁성 원불교 교정원장, 최근덕 성균관장, 임운길 천도교 교령, 한양원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 등 7대 종단 지도자들이 참석했고, 청와대에서는 허태열 비서실장과 모철민 교육문화수석, 류정아 관광진흥비서관 등이 배석했다.

한편 청와대에서는 이날부터 '비상행정' 체제가 사실상 종료됐다. 윤창중 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실을 찾아 "오늘은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가 없었다"며 대신 일일상황점검회의가 열렸다고 전했다. 앞서 윤 대변인은 지난 6일 "상황점검을 위해 일일상황점검회의를 당분간 비서실장 주재 수석회의 형태로 매일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이 타결되고 장관들도 임명됨에 따라 국정 운영을 내각 중심으로 '정상화'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단, 이날 국무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총리실 관계자는 이날 예정됐던 정기 국무회의는 오는 21일 열리는 임시 국무회의로 대체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