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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긴장완화, 기대가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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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긴장완화, 기대가 깨졌다"

[분석] 한미 정상회담, 무엇을 남겼나

한반도 안보 위기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았던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대통령이 북한의 변화가 우선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유지함에 따라 남북관계의 긴장 국면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종연구소 백학순 수석연구위원은 한미 양국이 그동안 상호 공조를 통해 취해왔던 대북정책이 정상회담에서도 이어졌다고 평가하면서 "평화정착과 북핵문제가 보다 근본적인 해결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기대가 깨졌다"며 "앞으로 남북관계, 북미관계, 한반도 긴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 박근혜(왼쪽) 대통령과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정상회담 이후 당분간 긴장 국면을 완화시킬 수 있는 별다른 계기가 없다는 점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백 수석연구위원은 긴장 국면을 해소할 특별한 계기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북한이 먼저 협조적으로 나오지 않으면 안보 강화, 즉 억지력 강화를 통해 북한을 처벌하겠다는 기존 한미 양국의 입장이 명확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MB정부 5년의 남북관계 실패가 되풀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조업 중단 한 달째를 맞은 개성공단의 정상화도 불투명해졌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개성공단은 남북관계의 전체 맥락과 관련이 있다"고 전제한 뒤 "북한은 (남북관계 차원에서) 큰 틀의 새 판짜기를 요구하고 있고 우리는 '남북관계 정상화'라는 차원에서의 새 판짜기를 생각하고 있다. 각자가 생각하고 있는 내용과 범위가 다르다"며 이 부분에 대한 양측 입장 차이를 조정하는 것 때문에라도 개성공단 사태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중국은행 제재, 정상회담 메시지에 영향 끼쳤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나온 한미 양국의 단호한 메시지를 두고 중국의 미묘한 입장 변화가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중국은행의 제재가 한미 양국이 원칙적인 메시지를 발표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고 진단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미사일과 핵실험에 대응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동참했고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입장으로 알고 있다"며 '중국역할론'을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7일 중국은행은 북한의 무역결제 은행인 조선무역은행 계좌를 폐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번 결정이 중국 당국의 대대적인 대북 제재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은행이 상업적 성격이 강해 북한과 지속적으로 거래하면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떠안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중국 당국이 아니라 은행 스스로 이번 조치를 결정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견상으로만 놓고 보면 중국 당국이 미국의 대북 제재 압력을 일정 부분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배경이 어디에 있든 결과적으로 중국이 대북 제재 조치를 취했다는 점에서 한미 양국이 북한의 변화를 촉구하는 대북 메시지를 발표하는 데 보다 힘이 실릴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박근혜정부, 북핵문제 풀 수 있는 구체적 프로세스 없어

한편 정부 차원에서 북핵 문제를 풀 수 있는 구체적인 프로세스가 없기 때문에 원론적인 메시지만 나온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고유환 교수는 "한국과 미국 모두 제재 이외에 어떤 방법으로 북핵을 해결할 것인지 별다른 대책이 없는 것 같다"며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는 원칙론적인 입장은 내놓고 있지만 문제의 해법이 결여돼있음을 지적했다.

고 교수는 또 한미 양국이 아직은 국면을 전환할 때가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도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정부가 일단 원칙을 밝혀두고 향후 북한 태도에 따라 구체적인 움직임을 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반도 긴장, 도대체 언제까지?

이제 관심은 현재의 긴장 상태가 구체적으로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로 모아지고 있다.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정전협정 60주년이 되는 7월 27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전협정을 체결한 이날을 북한은 전승절로 규정하고 성대한 행사를 치르는데, 북한이 스스로 승리했다고 선언하면서 현재의 긴장 국면을 바꾸는 명분을 쌓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 지난해 7월 26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평양의 봉화예술극장에서 '조국해방전쟁승리 59돌 경축 조선인민내무군협주단 공연'이 끝난 후 출연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장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전승절을 맞아 대규모 퍼레이드와 군중 시위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일단 현재의 긴장 국면에서 (자신들이) 승리했다고 상황을 규정하고 대결과 긴장 구도를 벗어나 국면을 조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즉, 북한 스스로 대화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국면을 조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전승절을 지난 이후에도 남북이 특별히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정책을 채택할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백학순 수석연구위원은 정전협정 60주년 기념일 이후에도, 심지어는 이듬해까지도 한반도 긴장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장 선임연구원 역시 "기본적으로 핵문제나 평화협정 문제를 두고 (남북이) 원칙적으로 강하게 부딪히고 있다"며 정전협정 체결일이 관계 개선의 변곡점이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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