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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남양유업'들…"CJ·롯데·한국GM·농심 등 횡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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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남양유업'들…"CJ·롯데·한국GM·농심 등 횡포"

[현장] 재벌·대기업 불공정·횡포 피해 사례 발표회

"여기 있는 누구도 대기업의 횡포가 관례화·구조화돼 있단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번 기회에 대한민국 99퍼센트인 '을'이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을 여기 계신 분들이 증명해달라."

남양유업 대리점피해자협의회 이창섭 회장은 7일 국회경제민주화포럼과 참여연대, 민변,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가 공동 주최한 '재벌·대기업 불공정·횡포 피해 사례 발표회'에서 이 같이 말하며 맞은편에 앉아 있던 김한길 민주당 신임 대표와 우윤근·부좌현·윤후덕 의원을 바라봤다.

이 씨를 비롯한 남양유업의 여러 대리점주들이 본사의 온갖 '갑질'을 견디다 못해, 남양유업 본사 앞에서 집회를 시작한 지도 이날로 벌써 100일이 됐다. 인터넷을 통해 공개된 욕설 녹취에 분노한 여론에 밀려 남양유업 대표가 공식 사과를 했지만,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이 씨는 "100일 동안 남양유업의 불법적 착취에 대해 떠들었는데, 사회가 우리 '을'에게 보여준 관심은 사실 미약했다"며 "발단은 언어 폭력(욕설 테이프)이었지만, 이는 우리가 그간 당한 피해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라고 했다.

"집은 가압류, 통장은 압류…자살까지 생각했다"

▲ 7일 국회경제민주화포럼, 참여연대, 민변,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의 공동 주최로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재벌·대기업 불공정·횡포 피해 사례 발표회에서 CJ대한통운 여수지사와 위수탁 계약을 맺었던 노혜경 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섭 씨 옆에는 '또 다른 빙산의 일각'을 증언하기 위해 나선 노혜경 씨가 앉아 있었다. 두 딸을 홀로 키우고 있는 노 씨는 재작년 국내 1위 물류회사인 CJ대한통운의 여수지사와 화물 운송 위수탁 계약을 체결했다가, 운임을 지급받지 못하고 외려 2700만 원 상당의 채무 변제 소송에 휘말렸다는 사연을 전했다.

노 씨가 CJ대한통운과 맺은 '화물 운송 위수탁 계약'이란 화물 운송 사업자(CJ대한통운)가 화물 차량 운전자(노혜경 씨)에게 차량을 임대해 운송 용역을 대신 수행케 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하불차액) 등을 공제한 잔액(실지급액)을 지불하는 계약이다. 계약을 체결한 사업자란 이유로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노동관계법 등에 따른 보호를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노 씨는 재작년 차량 보증금 4800만 원을 운임에서 공제한다는 위수탁 계약 조건에 따라, CJ대한통운 여수지사에 8개월 동안 보증금을 분할해 납부했다. 그리고 마침내 보증금 공제가 마무리된 재작년 10월. 화물 운임을 결제해달라고 CJ대한통운 여수지사에 요청했지만, 운임은 지급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CJ대한통운은 노 씨에게 2700만 원 상당의 채무 변제 소송을 제기했다. 없는 살림에 예상치 못한 소송까지 휘말린 것이다.

노 씨와 노 씨의 소송을 지원하고 있는 참여연대 장흥배 간사에 따르면, CJ대한통운 여수지사는 노 씨가 수탁한 차량 2대에 대해 2700만 원의 감가상각비를 청구하고, 노 씨와 법률적으로 관계가 없는 CJ대한통운 채권 회수에 이를 상계 처리하는 전무후무한 방식을 활용했다.

이 사건에 대해 1심 법원은 감가상각비 공제 자체가 법률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CJ대한통운은 불복하고 항소했다. 노 씨는 "1심 판결이 난 후인 작년 12월, 민사 소송을 계속할 돈이 더는 없으니 1심 재판 결과에 따라 운임비를 지급해달라고 호소해봤지만, CJ대한통운은 '소송으로 (돈을) 받아가라'고만 했다"며 눈물을 터뜨렸다.

노 씨는 "두 아이를 혼자 키우며 세금과 연금 납부도 하지 못했다. 결국 통장도 압류 당했고 소송 과정에서 CJ대한통운은 집을 가압류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너무 큰 상처를 주게 된 것 같아 자살도 생각해 봤다. 지금도 너무 힘들고 고통스럽다"는 말도 덧붙였다.

CJ대한통운이 노 씨를 상대로 청구한 2700만 원 상당의 감가상각비는 노 씨가 소유하지도 않았던 화물 차량에 대한 '할부금' 성격이 짙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장흥배 간사는 "CJ대한통운은 취득가액 1억3000만 원 상당의 화물 차량을 3년 동안 사용한 후, 4년 차에 수탁인에게 배정한 다음 2년 동안 5200만 원을 감가상각비 명목으로 운임에서 공제한 사례도 있다"며 "이는 사실상 화물 차량의 취득가액을 소유권도 없는 수탁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CJ대한통운은 '차량 할부금 부과는 없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장 간사는 말했다. CJ대한통운 여수지사가 노혜경 씨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법원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여수지사 스스로 '감가상각비(차량 할부금)'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장 간사는 밝혔다.

'을'들의 외침, "슈퍼 갑질이 정상적인 기업 활동인가"

▲ 대리점주에 대한 본사 영업 사원의 욕설 파문을 계기로 남양유업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피해 사례 발표회에서는 이 외에도 한국GM, 롯데백화점, 크라운베이커리, (주)농심 등으로부터 겪은 '을'들의 억울한 사연들이 소개됐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한국GM이 수억 원가량 드는 매장 인테리어 비용을 대리점주들에게 일방적으로 부담케 했다고 비판했다. 한국GM 대리점주들은 최근 본사가 내수가 아닌 수출 중심으로 경영 방침을 결정하면서 근본적인 생존 위기에 몰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이성종 실장은 백화점에서 일하는 하청 노동자들이 백화점 측으로부터 받는 부당한 매출 강요를 비판했다. 이 실장은 "최근 롯데백화점 청량리점에서 하청업체 소속으로 일하던 한 여성 노동자가 7층 높이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이 노동자 역시 백화점 측의 매출 압박을 견디다 못해 안타까운 결정을 했다"고 전했다.

이 실장은 "애초에 달성하기 어려운 매출 목표로 인해, 수많은 백화점 또는 대형 마트 하청 노동자들이 자비를 들여 매출을 채우는 사례가 다수 있다"며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을 뿐, 수많은 사람이 스스로 이미 목숨을 끊었거나 그런 위기에 처해 있다"고도 말했다.

이날 발표회를 주관한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최근 사회 문제로 대두된 갑을 관계 문제를 통해 경제 민주화가 경제적 불평등 해소라는 차원의 문제를 넘어서 '인권' 문제라는 것을 새롭게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안진걸 협동사무처장은 "재벌·대기업들은 최근 경제 민주화 법안이 기업 활동을 방해한다고 하는데, '슈퍼 갑' 행세가 정상적인 기업 활동은 아니다"라며 "이런 일들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경제 민주화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에 대해 재계와 새누리당은 방해를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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