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순서로 연설에 나선 손학규 후보는 "큰 피해 없이 무사히 지나가길 바라지만, 태풍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며 운을 뗐다. 손 후보는 "제주도민은 안다. 태풍이 불어야 바다가 뒤집히고 그래야 고기가 많이 잡힌다"며 "어설픈 대세론으로는 절대 박근혜 후보를 이길 수 없다. 태풍이 불어야 한다"고 문 후보를 겨냥했다. 그는 "새로운 사람, 참신성이라는 분장 속에 감춰진 무경험·무능력·무헌신·무철학으로는 닥쳐올 국가 위기를 헤쳐갈 수 없다"고도 했다. 문 후보 뿐 아니라 '안철수 현상'에 대한 언급으로도 읽힌다.
손 후보는 현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이명박 정부를 누가 불러왔나?"라며 "참여정부의 민생 실패가 530만 표라는 역대 최고의 차이로 정권을 내준 것이다. 지금이 난세라고 그때가 태평성대라고 우기면 안 되는것 아니냐"고 했다. 손 후보는 "밤낮없이 일해도 행복하지 않은 국민들, 밤낮없이 일하고자 해도 일자리가 없는 국민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드리려 이 자리에 섰다"며 자신의 슬로건을 최대한 활용하기도 했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노무현의 계승자' 답게 "노무현 대통령은 제주도민에게 직접 사과하기 위해 두 번이나 제주를 방문했다. 4.3 희생자 위령제에도 참석했다. 대통령으로서 국가의 잘못을 공식적으로 사과했다"면서 제주 민심에 호소했다. 노무현 정부 비판에 대해서는 "참여정부, 부족했다. 이명박 정부에게 정권 넘겨준 것 정말 송구스럽다. 그러나 지난날이 아쉽고 송구스럽기에 이젠 더 잘할 수 있다고 감히 생각한다"고 응수했다.
문 후보는 "이길 수 있는 후보에게 힘을 모아 달라. 과연 누가 이길 수 있나? 우리 모두 답을 알고 있지 않나?"라며 "안철수를 넘고, 박근혜를 꺾을 수 있는 유일한 후보 저 문재인에게 힘을 모아 달라"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우리가 싸울 상대는 당 밖에 있다. 우리보다 강력하다. 우리가 힘을 하나로 모아야만 이길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문 후보의 연설 차례에서 행사 주최측의 실수로 연설시간이 다 됐음을 알리는 종이 1분 먼저 울리며 마이크가 꺼지는 해프닝도 일어났다. 사회자인 진성준, 한정애 의원이 양해를 부탁했지만 문 후보 지지자들은 "다시 해라"를 외치며 이에 항의하기도 했다.
김두관 후보는 지방자치에 헌신한 전력을 강조하며 "서울공화국을 분권공화국으로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지방재정을 확실하게 지원하되, 절대 간섭하지 않겠다.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또 자신의 모병제 공약을 내세우며 다른 후보들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정세균 후보는 그간의 온화한 이미지와는 달리 "무엇을 기준으로 후보를 선택하시겠나? 허울뿐인 대세인가, 능력있는 사람인가?"라며 문 후보를 겨냥한 공세를 폈다. 그는 "당장 여론조사가 좀 앞선다고 그대로 따라간다면 민주당은 패배할 뿐"이라며 "여론조사대로 한다면 민주당은 대통령 후보를 낼 수도 없고 박근혜는 더더욱 이길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25일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합동연설회를 앞두고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뉴시스 |
행사장 이모저모…이해찬 "민주당 대선후보들, 인류 최고 미남" 농담
이날 연설회에는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 및 주요 당직자들도 대거 참석했다. 이 대표는 '딱딱하다'는 세평과 달리 앞장서 분위기를 띄우려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노타이 차림으로 인사말에 나선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정권교체가 시작된다"면서 민주당 대선후보 4명을 "인류 최고의 미남"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어제 저녁까지 선거인단 85만 명이 참여했다. 오늘 내일 하면 선거인단이 100만을 넘어서게 된다"면서 "100만 번째 선거인단은 추미애 최고위원과 하루 동안 데이트를 하기로 약속했다"고 선거인단 모집 홍보에도 적극 나섰다.
행사 시작 전 장내의 '응원전'도 뜨거웠다. 지지자들은 각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며 세를 과시했다. 행사 전 문재인 후보가 잠시 지지자들의 자리를 찾아 악수를 건네자 큰 박수와 환호가 터졌다. 문 후보는 이어 다른 후보 지지자들의 자리도 찾아 인사를 했으나 매우 조용한 반응에 머쓱한 듯 발길을 돌렸다. 한 후보 측 지지자들은 문 후보의 인사에 가만히 박수를 보냈고 다른 후보 측 지지자들은 조용히 목례로 답했다.
이날 이뤄지는 투표는 대의원 171명의 연설회 현장 투표와 3000여 명 선거인단 및 권리당원의 투표소 투표 등이며, 전체 3만6000여 명의 90%를 넘는 모바일 투표는 전날 이미 종료된 상태다. 투표 결과는 이날 오후 8시경 발표된다.
제주 모바일투표, 기술 오류로 전날 한때 개표중단
한편 전날 밤 제주지역 모바일투표 개표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해 개표가 중단되는 사태가 빚어져 경선이 중단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었다. 박준영 전남지사의 후보직 사퇴에도 온라인투표 프로그램 일부에 후보 수가 4명이 아닌 5명으로 입력됨에 따라 모든 후보의 투표값이 0으로 나오는 현상이 발생한 것.
당 선관위는 문제가 발생하자 각 후보 캠프의 관계자들과 기술 전문가들을 입회시켜 상황을 설명하고, 25일 새벽 1시45분경까지 시범적으로 테스트를 해 "단순한 개표 프로그램 오류"임을 확인했다. 각 후보 측도 이를 납득, 프로그램을 수정하고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단 제주지역 모바일 투표에 한해 차후 재검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아무리 단순한 실수라 해도 이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 자체가 온라인투표 관리 시스템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면에서, 민주당 선관위가 더 엄격한 선거관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 선관위는 각 후보 캠프와 협의해 이후에는 각 캠프에서 기술 참관인을 파견해 참관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해프닝'에 대해 한 캠프 측에서 입회한 기술 전문가는 "발생가능한 상황이긴 하다. 이해가 된다"면서도 "이런 중대한 이벤트를 치르는데 충분한 사전 검증이 안 되었다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다른 후보 측 관계자도 "어처구니없는 실수"라며 "이젠 정신 차리고 똑바로 하겠죠"라고 한숨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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