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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임기 말이라고 막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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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임기 말이라고 막 가나?

[시민정치시평] 저소득층에 복지 집중할수록 불평등 심해지는 이유

자치구들의 무상보육 중단 선언을 기다리기라도 한 것일까? 보편적 복지에 대한 현 정부와 보수의 공세가 신속하고 전면적이다. 무상급식을 둘러싼 논란이 재현되고 있는 듯하다. 부자와 재벌에게 제공되는 복지는 불공정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논리적이지 않다. 정부와 보수언론의 주장대로라면 재벌 일가는 국민연금에서도, 건강보험에서도 배제되어야한다. 재벌 일가에게 지원해 줄 건강보험료가 있으면 저소득층의 건강보장을 위해 써야 하나? 초·중등 의무교육에서도 배제해야 하나?

재벌 일가는 자신에게 필요한 모든 복지비용을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현 정부와 보수의 강변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헌법이 보장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권리가 있고 국가는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 재벌도, 저소득층도, 그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국가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실제로 이용할지 여부는 개별 국민이 선택할 문제이지, 국가가 임의로 제한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정부와 일부 보수언론은 시민권의 기본 원칙을 망각하고 있다.

백 번 양보해서 재벌 일가에게 지원될 복지예산을 저소득층에게 지원한다고 저소득층의 삶이 나아질 수 있을까? 세상물정 모르는 소리다. 박근혜 캠프의 김종인 공동선대위원장의 지적처럼 "모르면 공부를 해야 한다." 복지예산의 대부분을 저소득층에게 쏟아 붓는 미국의 빈곤문제가 보편복지를 시행하고 있는 스웨덴보다 심각하다는 것은 거의 상식에 가깝다.

복지급여가 저소득층에게 집중되면 될수록 빈곤과 불평등이 심화되는 현상을 우리는 '재분배의 역설'이라고 한다. 논리는 간단하다. 부자와 중산층이 자신들과 무관한 복지를 위해 세금 내는 것을 달가워할 리 만무하기 때문에 복지재원 자체가 적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저소득층에게 복지급여를 집중해도, 복지재원의 총량자체가 작기 때문에 저소득층 개별가구(개인)에게 돌아갈 몫이 작을 수밖에 없다.

재벌 손자녀 운운하면서 소득상위 몇십 퍼센트 계층을 배제하겠다는 정부와 보수의 발상 또한 황당하다. 그들이 말하는 소득상위 계층이 재벌인가? 물론 보편적 서비스를 보장하는 것이 반드시 무상일 필요는 없지만 재벌 일가는 전체 국민의 0.1%도 되지 않을 터인데, 재벌 손자녀를 언급하며 소득상위 계층의 국민을 보육서비스와 같은 기본적인 사회서비스의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겠단다. 납득이 가지 않는다. 정말로 어마어마한 돈을 가지고 있는 재벌일가를 배제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0.1%만을 골라내라. 그러나 보편적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보다 상위 0.1%를 솎아내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과 노력이 더 클 수도 있다는 것을 유념하기 바란다.

▲ 복지급여가 저소득층에게 집중되면 될수록 빈곤과 불평등이 심화되는 현상을 우리는 '재분배의 역설'이라고 한다. ⓒ프레시안 자료사진

정부가 재정 문제를 빌미로 보육서비스를 선별적 원칙에 따라 제공하겠다는 것은 보육서비스의 질을 낮추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부자와 중산층이 외면하는 질 낮은 사회서비스, 이것이 정부가 꿈꾸는 선별적으로 제공되는 복지서비스의 미래다.

정부가 할 일은 사회서비스를 선별적으로 전환하겠다고 강변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라. 위기의 본질은 자치단체의 예산부족도 재벌 손자녀의 수혜문제도 아니다. 본질은 정부가 소득수준, 거주지역, 가족형태, 장애여부 등과 관계없이 모든 아동에게 양질의 보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데 있다.

덧붙여 현 정부만이 아닌 차기 정부에서도 국민이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원활히 제공하기 위해서는 재원 마련에 관한 근본적 대안을 내놓아야한다. 그 정도(正道)는 부자와 재벌에 대한 증세를 통해 공정한 조세체제를 확립함을 전제로, 부와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국민 모두가 재원마련의 책임을 나눌 수 있는 '보편적 증세'다.

이번 사태는 예견되었던 일이었다. 국민은 예견된 위기를 방관자처럼 기다리고 있던 집권 여당과 이명박 정부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한다. 임기 말이라고 '막 가자'는 것이 아니라면, 이명박 정부는 정부가 국민을 위해 해야 할 중요한 일들에 한 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한다.

더욱이 귀가 있고, 눈이 있다면 이명박 정부는 자신들이 자행한 4대강, 언론장악, 한미FTA 비준, 셀 수 없는 측근과 친인척 비리 등으로 인해 국민들의 삶이 얼마나 힘들어졌는지를 직시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지난 4년 반 간의 실정을 깊이 반성하고 남은 반 년이나마 국민을 위한 정부로, 국민과 소통하는 정부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남은 반 년은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와 기대 속에 출범한 이명박 정부가 국민에게 사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하긴 대통령도 모르게 한반도의 운명이 걸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이 시도되고, 느닷없이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는 상황에서 누구에게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지금 이명박 대통령이 전(前)대통령이 아니라 현(現)대통령이 맞기는 한 것일까?

* 원제 :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속죄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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