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이 4.11 총선 비례대표 경선 부실·부정사태에 대한 2차 조사 보고서 채택을 놓고 난항을 겪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26일 당 의결기구인 전국운영위원회를 통해 2차 조사를 수행한 진상조사특위(위원장 김동한 성공회대 교수)의 보고서를 보고받고 이를 전면 공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김동한 특위 위원장은 이날 오후 "이번 조사는 객관성과 공정성이 철저히 보장되지 못했다. 위원회 내에 충분한 논의와 원만한 합의도 이루지 못했다"며 돌연 사임했다.
이날 오후6시 현재 통합진보당은 운영위를 열고 특위의 보고를 받고 있다. 그러나 당권파 측 운영위원들이 또다시 '필리버스터'에 나설 경우 보고서 인준은 쉽지 않아 보인다.
구 당권파 "2차 보고서도 무효…독자적으로 진실 규명하겠다"
구 당권파 측인 김미희 의원은 김 위원장의 사퇴에 대해 "김동한 위원장의 간곡한 요청에도 부실한 보고서를 표결로 강행처리한 오직 수적 우위에만 집착하는 행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특위가 "혁신비대위의 거수기 노릇"을 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특위의 편파적이고 부실한 보고서는 전면 무효"라며 "독자적으로 완벽한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조준호 진상조사위도, 2차 조사 특위도 믿지 못하겠으니 자신들이 직접 나서겠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어떤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진실을 규명하고 당원의 명예를 찾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 가지고도 우리는 분명한 진실을 밝혀낼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혁신비대위 측 이정미 대변인은 "특위 전원회의는 오늘 오전 10시까지 위원장 주재로 계속 진행됐다"며 선거관리, 온라인, 현장투표 등 3개 분과에서 모두 위원장을 제외한 위원 10명 중 8명의 찬성으로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운영위 보고에 참여한 8인의 조사위원들은 '이해하고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라며 "오늘 회의의 녹취록을 공개해서 이 문제제기에 대해 해명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 대변인은 김 의원의 주장에 대해 "보고서는 운영위 보고 이전에는 철저히 비공개하기로 결정돼 있었다"며 "김미희 의원이 공개되지 않은 보고서를 어떤 경로로 입수해 언론에 공개했는지 과정을 먼저 밝혀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 대변인은 "보고서 승인 여부는 전국운영위원회가 판단하는 것이고, 정식 보고되지 않은 보고서에 대해 '전면 무효'라고 발표한 것은 당의 절차와 결정을 무시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핵심 쟁점은 온라인투표 소스코드 수정
김동한 위원장의 사임이나 김미희 의원 등 당권파의 반발은 한 지점을 가리킨다. 특위가 외부 용역 조사를 맡긴 전문가의 용역보고서 내용이 특위 보고서에서 제외됐다고 김 의원은 주장한다. "온라인분과에서 공식적으로 의뢰한 기술검증보고서조차도 표결을 통해 폐기됐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그 보고서에 따르면 정밀한 기술적 방법으로 지난 비례경선 당시 소스 코드 조작이 없었음이 완벽히 해명됐다. 논란이 됐던 투표값 열람도 개발업체의 주기적인 시스템 점검과 선관위의 통상적인 업무였을 뿐, 선거 부정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음도 확인됐다. 온라인 선거 부정 의혹이 사실무근임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전날 <한겨레>가 입수한 내용이 바로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특위 조사 결과를 입수했다며, 온라인투표 소스코드 수정을 통해 투표값을 변경하는 행위는 없었음이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이는 조준호 전 공동대표의 설명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것이었다. 조 전 대표는 '정말로 실무적 수정만 했는지, 다른 일(부정)도 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했었다.
온라인 투표의 소스코드 수정 여부가 핵심인 까닭은, 전체 투표자 4만741명 중 86%인 3만5286명이 온라인으로 투표를 했기 때문이다. 온라인 투표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은 선거 자체가 무효라는 강력한 근거가 된다.
혁신비대위의 한 핵심 인사는 <프레시안>에 "외주업체에 상당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회의에 먼저 보고해야 하는데 (언론에) 유출되지 않았나. 그런 업체의 보고서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게 다수 의견인 걸로 안다"고 전했다.
치열한 신경전 속에 열린 운영위
운영위가 열린 현장에서는 치열한 신경전이 예고됐다. 구 당권파 측인 윤병태 경북도당 위원장은 사전 비공개로 공지됐던 회의를 공개 회의로 전환하자고 주장했다. 이에 강기갑 비대위원장과 유시민 전 공동대표 등 3~4명의 운영위원이 애초의 결정과 다르고 보고서 내용이 개인의 신상정보를 포함하고 있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결국 윤 위원장은 의견을 철회하겠다고 했지만 이런 가운데도 시간은 흘러갔다. 회의가 비공개로 시작된 것은 예정시간을 40분경 넘겨서였다.
또 회의 전 강기갑 위원장은 김미희 의원의 '무효' 주장에 대해 "조사 다 해놓은 걸 누가 무효라고 할 수 있나"라며 "누가 무효라 한다 해도 무효가 될 수 없는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윤병태 위원장이 회의를 공개로 전환하자고 한 이유로 "알 만한 사람은 당 내외에서 다 알고 있다"고 말한 것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위의 조사 결과가 사전 유출됐음을 시사하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회의 석상에서도 유시민 전 대표, 박무 위원 등은 특위 조사 내용이 사전 유출된 것을 문제삼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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