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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진보를 위해, 노무현의 꿈 되새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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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진보를 위해, 노무현의 꿈 되새겨야"

[현장] 노무현 3주기 추도식…"슬픔에 빠져 있을 수만은 없어"

"그에게는 꿈이 있었습니다. 역사의 진보를 위해서 이제 노무현 대통령의 탈상에서 우리는 그를 뛰어넘어야 합니다. 그러나 뛰어넘기 위해서는 그의 꿈이 무엇이었는지 새삼 우리 가슴에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3주기 추도식이 23일 오후 2시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위치한 노 전 대통령 묘역에서 열렸다. 3년 전 대외적 의미에서 '상주'였던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탈상'을 의미하는 3주기 추도식에선 침묵을 지켰다.

대신 한완상 전 부총리가 추도사를 발표했다. 한 전 부총리의 추도사는 미국의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유명한 연설 '나는 꿈이 있습니다'를 연상시켰다. 그는 "킹 목사는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으나, 그의 꿈은 지금도 시퍼렇게 살아 있다"며 마찬가지로 "노 전 대통령께서 우리 곁을 떠나신지 벌써 3년이 되었지만 그의 다 이루지 못한 꿈은 더욱 절박하게 우리들의 갈망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제야말로 우리 모두 심기일전해 힘을 모아 그 꿈을 자랑스러운 우리 현실로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부총리는 '노무현의 꿈'으로 △주권재민을 일상 속에서 실현하려 한 것 △남북한 평화체제의 구축 △소통하는 정치 △양극화 극복 등으로 요약했다. 이어 "노무현의 꿈을 보다 아름답게 실현하기 위해서도 그의 지난 '현실'을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그래야만 지난 4년 반의 역사 후퇴를 비판하는척하면서 교묘하게 이것을 이어가려는 정치세력의 음험한 노력을 이겨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역사는 항상 진전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신은 죽비가 되어 우리의 약한 마음과 어리석음을 꾸짖는다"

추도사 다음에는 기독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 등 4대 종단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노 전 대통령을 기리는 종교 의식도 진행됐다. 불교 행사를 주관한 명진스님은 "(노 전 대통령) 당신은 죽비가 되어 뒷걸음질치는 우리의 약한 마음과 어리석음을 꾸짖는다"며 "다시 5월, 우리에게는 꿈이 있다. 그 꿈은 반드시 이뤄진다. 이뤄질 때까지 우리가 꿈을 꿀 것이기 때문"이라며 한 전 부총리의 추도사와 운을 맞췄다. 기독교계에서는 김상근 목사(6.15 남측위 상임대표)가 의식을 진행했다.

행사 막바지에 유가족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것은 장남 노건호 씨였다. 노 씨는 "3년이면 마음을 추스를 만도 한데 여전히 그날이 어제처럼 생생하기만 하다. 또 3년이면 희미해질 만도 한데 그분에 대한 애증과 논란이 여전히 진행형인 것 같아 마음이 무거울 따름"이라고 말하고 참석자 및 행사 관계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권양숙 여사는 별도의 인사말을 하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 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3주기 추도식에서 권양숙 전 영부인(가운데)와 고인의 장남 노건호 씨(왼쪽),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침묵…이해찬 "슬픔에만 빠져 있을 수는 없다"

이날 행사에는 박지원 비대위원장과 이해찬 상임고문(전 국무총리), 김원기·임채정 전 국회의장, 문희상·정세균·김유정 의원, 이인영 당선자, 김두관 경남도지사 등 민주당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경선 부정과 폭력사태에 이어 검찰 수사까지 받으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통합진보당에서도 강기갑 비대위원장과 유시민 전 공동대표, 권영길 의원 등이 참석했다.

당내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문재인 당선자는 추도식에 참석하고 유족들과 함께 사저로 들어갔다. 별도로 기자간담회를 열거나 문답을 주고받지는 않았다.

이해찬 고문은 행사 전 기자간담회에서 "3주기쯤 되면 슬픔에만 빠져있을 수 없다. 슬픔을 넘어 미래로 가는 좋은 해가 될 것 같다"며 "대선이 있는 해여서 추모 마음이 새롭다"고 말했다. 이 고문은 자신이 생각하는 '노무현 정신'에 대해 "한마디로 '사람사는 세상'이라고 하는 것인데 이 말 속에는 경제적 정의와 사회양극화 해소, 평화로운 남북관계 등이 다 포함된 것"이라며 "30년 동안 같이 일해 와서 그분의 생각이나 철학은 저와 일치하다시피 한다"고 했다.

한편 이 당선자는 이 자리에서 통합진보당과 민주당은 "정치적 동반자 관계"라며 "정권교체를 위해 함께해온 분들이기 때문에 동지적 애정을 가지고, 충고도 비판도 격려도 하면서 함께 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추도식에 참석한 강기갑 통합진보당 비대위원장은 "야당이 그나마 근근이 의석 수를 늘리고 몇몇 단체장을 배출해 온 것은 야당이 잘해서가 아니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추모하는 국민들의 마음이 없었다면 야권은 더 어려운 지경에 빠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최근 사태와 관련 "봉하마을에 설 면목이 없다.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면서 "진보정치를 혁신하고 다시 국민의 희망으로 자리잡는 그날 봉하마을을 다시 찾겠다"고 밝혔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을 핍박했던 정치검찰에 의해 진보정치가 다시 탄압받고 있다"며 "민주주의와 민생경제를 세우기 위해선 올 연말 정권교체를 이뤄내야 한다. 그것이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올바르게 계승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봉하마을 풍경은?

추도식이 열린 이날 봉하마을은 일찍부터 붐볐다.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각, 묘역에서 2km 남짓 떨어진 곳에서부터 도로는 정체를 빚었다. 길가에는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현수막이 가득 걸려 있었고 고인을 상징하는 노란색으로 된 바람개비도 곳곳에 설치돼 있었다.

행사장 인근 곳곳에도 현수막과 추모 조형물 등이 늘어서 있어 봉하마을은 노란색 일색이었다. 정봉주 전 의원의 팬클럽인 '정봉주와 미래권력들'의 이름도 보였고,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팬카페의 이름이 인쇄된 천을 망토처럼 두른 채 추도식에 참석한 이들도 눈에 띄었다.

행사장에는 1500석의 좌석이 설치됐으나 행사 시작 전 자리는 가득 찼다. 의자에 앉지 못한 추모객들은 식장 인근 산과 들에서 추도식장을 바라보며 자리를 지켰다. 노 전 대통령이 몸을 던진 부엉이바위 밑 산그늘에도 노란색 종이모자를 쓴 추모객들이 곳곳에 들어찼다. 식이 끝나고 이들 2000여 명의 참석자들이 도로로 나가며 다소 혼잡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추도식이 열린 묘역 뒤편, 부엉이바위 근처 산그늘에도 추도객들이 자리했다. 부엉이바위는 노 전 대통령이 몸을 던진 곳이다. ⓒ프레시안(곽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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