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야권 대선후보로 지목되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민주당 내의 '조기등판론'이 본격 제기됐다. '비(非) 친노'로 분류되는 계파에서는 안 원장을 당 내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공통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선두에는 19대 총선에서 4선에 성공한 이종걸 의원이 섰다.
이종걸 의원은 전날 "당대표 문제로 시간을 허비하기보다 국민적 지지가 높은 안철수 원장을 영입해 당 대표로 추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힌데 이어, 16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민주당이 지금 이런 식으로 가게 되면, 한두 달 내에 어떤 결정을 하지 않는다면, 안철수 교수는 사실 민주당과 결합해서 같이 하기는 어렵다"며 재차 당의 조속한 결정을 촉구했다.
이 의원은 '한두 달'이라는 시한에 대해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를 한번 생각해 본다. 그때도 저희들이 상당히 어려웠고 막다른 골목에 있었을 때 문국현이라는 대안이 떠올랐는데, 그 때 당 안팎에서의 움직임이 생각이 난다"면서 안철수 원장이 '제2의 문국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어 이 의원은 총선 과정에서 당내 주류로 떠오른 친노 그룹을 정면 겨냥했다. 이 의원은 "그룹이 안철수를 막고 있다"면서 "그것은 그룹의 생존을 위해서 그렇다고 볼 수 있다. 그 그룹은 지금 당 내에서 가장 큰 힘과 세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안 원장의 '독자적' 행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지금 한국에서 제3세력이 성공하기는 어렵다. 제3세력 얘기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대선레이스에(서의) 연대라는 것이 그렇게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박지원·정세균 "안철수, 민주당에 들어오라"
박지원 최고위원도 이날 BBS 라디오 <고성국의 아침저널>에서 안 원장에 대해 "정치를 하려면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서 이 의원과 유사한 판단을 보였다. 박 최고위원은 "정치를 하려면 메인 스트림, 본류에 들어가서 하는 것이 좋다"면서 "민주당에 들어와서 민주당 후보들과 함께 경쟁을 하면서 몸집을 키워나가는 게 바람직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박 최고위원은 "공정한 경쟁, 당연히 보장된다"면서 "(안 원장이) 걱정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박 최고위원은 민주당 내 대선 주자들에 대해서는 "현재 민주당에는 훌륭한 인물들이 많다"면서 "부산의 문재인 고문, 김두관 경남지사, 세종시에서 당선된 이해찬 전 총리, 손학규 대표, 이런 분들이 좀 강하게 움직이고 있고 정동영도 있다. 정세균 의원도 준비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박 최고위원이 언급한 정세균 상임고문도 안철수 원장에 대해 한 마디를 거들었다. 이번 선거에서 종로 지역구 당선자가 된 정 고문은 SBS 라디오 <서두원의 시사초점>과의 인터뷰에서 "안철수 교수에 대해 국민 여러분들이 상당한 호감을 가지고 계시지 않나"며 "그래서 이런 분이 우리 당에 들어와 잠재적 대선후보들하고 경쟁을 하는 것이 좋지 않나 그런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 고문은 "당의 상임고문인 제 개인 의견은, 적극적으로 안철수 교수가 당에 들어와서 함께 경쟁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라며 "원래 이게(대선후보가) 그냥 되는 것은 아니다. 정당정치에 대해서 국민들 불신도 많고 하지만, 그렇다고 정당정치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안 원장이 민주당 내로 들어와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김효석 "안철수는 정치보다 실천적 운동가가 어울리지 않나"
한편 안 원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김효석 의원은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안 교수가 (민주당에) 들어와야 된다는 생각보다는, 안 교수 같은 사람도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정당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좋다"며 다소 다른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안 원장이 민주당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지, 꼭 민주당에 들어와서 하자는 얘기로 한정시킨 건 아니다"라면서 "당이 이렇게 이념적으로 스펙트럼을 좁게 가져가면서 그런 얘기(안철수 영입론)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이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상당히 좌경화한 것으로 비춰진 것은 사실"이라며 "야권연대는 필수적으로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야권연대를 하면서 민주당 스스로 스펙트럼을 좁혀나가선 안 된다. 민주당의 정체성은 가지고 있어야 된다"고 주장했다.
안 원장에 대해 김 의원은 "제가 볼 때 사회변혁에 대한 관심, 책임의식은 상당히 강한 분"이라며 "정치하는데 적합한 분인가, 정치보다는 조용히 그런 일을 사회에서 해나가는 실천적 운동가가 사실은 더 어울리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도 저는 좀 해봤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안 원장은) 시대적인 요구가 있으면, 사회적 요구가 만들어지면 환경에 따라 나설 수도 있다는 정도의 스탠스일 것으로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안 원장이 야권 내의 다양한 인사들을 만났다며 "진보적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경우에 따라 온건·합리주의적인 그런 지향하는 사람도 일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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