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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강성대국'의 상징, 자존심 회복보다 중요한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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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강성대국'의 상징, 자존심 회복보다 중요한 일은…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가 실패했다. 북한은 은하 3호 로켓에 광명성 3호 위성을 탑재해서 발사한 지 4시간 20분이 지난 후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지구관측위성의 궤도진입은 성공하지 못했다. 실패 원인을 규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례적이다.

북한의 위성 발사 실패 이후 한반도의 냉각 국면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위성 발사에 대해 탄도미사일을 이용한 기술의 사용을 금지한 유엔결의 1854호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발사에 실패했지만 시도한 것 자체도 유엔 결의 위반이라며 북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북한의 발사 실패 직후 북미 항공우주사령부(NORAD)는 광명성 3호 위성을 대포동 2호 미사일로 규정했다.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위성이 아니라 탄도미사일 그 자체라고 못 박은 것이다. 앞으로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나갈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2009년 4월 광명성 2호를 발사할 때에도 미국의 북부사령부가 '대포동 2호 미사일'이라고 발표한 이후 미국은 실패한 위성을 미사일로 단정했다.

위성 발사 입증 실패한 북한

북한의 3단 로켓은 1차 분리만 되고 추가 비행을 하지 못한 채 실패하고 말았다. 위성 발사라는 북한의 주장이 입증되려면 북한의 로켓이 2단 분리에 성공해 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 그러나 광명성 3호는 지구 궤도에 올라서기는커녕 분리에도 실패해 중간에서 추락하고 말았다.

북한이 광명성 3호를 궤도에 성공적으로 올렸다면 위성 발사라는 북한의 주장이 조금은 설득력을 얻었을 것이다. 위성과 미사일 기술은 동일한 로켓 기술을 이용하고 있다. 로켓에 위성을 탑재하면 위성이 되고, 탄두를 탑재하면 미사일이 된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 것이다.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면 북한은 귀걸이(미사일)가 아닌 코걸이(위성)이라고 강하게 주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북한은 귀걸이로도 쓸 수 있다고 점을 은근히 시사하면서 대미 협상카드로서 사용가치를 높였을 것이다.

NORAD가 미사일이라고 규정한 것은 미사일 발사 중지를 약속한 북미 2.29 합의를 북한이 명백히 위반했다고 미국이 주장하는 근거가 된다. 미국 정부는 2.29 합의에서 위성 발사 중단에 대해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아 난처한 상황이었다. 위성 입증에 실패한 북한의 로켓 발사로 미국 정부는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가속할 수 있게 되었다.

▲ 광명성 3호 발사 소식 보고 있는 군인 ⓒ뉴시스

강성대국 건설과 추락한 위성

북한에게 광명성 3호 발사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북한은 지난 1998년 8월 22일, 2012년 김일성 100돌(4월 15일)을 '사회주의 강성대국'으로 선포했다. 그 직후인 1998년 8월 31일 광명성 1호를 쐈다. 2009년 4월에는 광명성 2호를 발사하면서 '강성대국의 대문 열어 제끼기'와 '우주과학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이 그 목적이라고 밝혔다.

북한 스스로 광명성이라 부르는 지난 2차례 위성 발사는 강성대국 건설과 관련이 있다. 위성 발사는 북한에 강성대국 건설의 상징처럼 되어온 것이다. 북한이 오래전부터 강성대국 선포일로 예고했던 김일성 100돌(4.15)을 맞아서 광명성 3호를 발사한 것은 이러한 맥락이다.

북한은 4월 11일에 노동당 대표자회의를 개최해 김정은을 노동당 제1비서로 선출하며 본격적으로 김정은 체제를 출범시켰다. 김정은이 '김일성 100돌'을 맞아 김정일 위원장의 혁명유산을 계승하는 지도자로 공식 등장한 것이다. 광명성 3호는 이에 대한 상징 조작과 축포용이다.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핵과 위성', '새 세기 산업혁명', '민족의 정신력'을 김정일의 3대 혁명유산으로 제시했다.

북한은 광명성 3호를 지구관측위성이라고 말하면서 위성 발사는 주권 사항이라 주장해왔다. 해외 70여명의 언론인을 초청해서 발사를 참관하도록 하는 파격적인 조치까지 취했다. 그러나 발사는 실패하고 말았다. 김정은 지도체제를 구축하려는 상징 만들기가 타격을 입은 것이다.

광명성 3호 실패로 강성대국 만들기를 위해 약 15년 동안 준비해온 북한의 공든 탑이 무너진 셈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데만 몇 억 달러가 들었다는 추정을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 "우리 인민들이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남들처럼 잘 살지 못하는 것을 알면서도 나라와 민족의 존엄과 운명을 지켜내고 내일의 부강조국을 위해 자금을 그 부문으로 돌리는 것을 허락했다"고 말한 바 있다.(<연합뉴스>1999.4.23) 광명성 3호가 인민들의 고통을 감내하고 부강조국의 꿈을 이루기 위해 시도한 것이라면 그 실패가 북한의 새 지도부에게 어느 정도 충격을 줄 것인지는 가늠하고 남을 만하다.

일본의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 능력

북한이 미사일 기술과 중첩되는 로켓 기술을 이용해 광명성 3호 발사를 시도했지만, 그것만을 가지고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했다고 볼 수는 없다. 위성을 쏘아 올린 로켓이 ICBM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추가적인 높은 수준의 기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로켓에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게 탄두를 500kg 이하로 소형화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아울러 미사일이 대기권에 재진입하는 기술과 이때 대기권과 마찰에서 생기는 고열에 견디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대기권에 재진입했을 경우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유도 능력도 ICBM 개발을 위해 필수적이다. 북한은 아직 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

오히려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은 오는 8월 말 우주에서 지구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는 실험한다. 일본은 지구로 돌아오는 기능을 갖춘 유인 우주수송기를 개발할 방침이라고 하지만, 명백히 ICBM에 이용될 수 있는 기술이다.

ICBM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못한 북한이 미사일을 개발한다고 규탄하면서, 일본의 대기권진입 실험에 관대한 국제정치의 상황이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김정은 체제가 출범하는 날 실패한 위성 발사는 북한의 지도부에게 위성 발사와 미사일 사정거리 연장에 더 집착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북한과 협상을 포기하면 북한의 핵능력만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이런 경고는 미사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지난 10년 동안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감소시킬 수 있는 협상다운 협상을 시도하지 못했다.

북한과 미국은 1996년 4월부터 2000년 11월까지 총 6차례에 걸쳐서 미사일 회담을 개최했다. 이때부터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능력에 대해 우려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특히 1998년 8월 광명성 1호 발사 이후 북미 미사일 회담은 본격화되었다.

12년 동안 재개되지 않은 북미 미사일 협상

이 무렵 양국은 북한 미사일의 생산과 개발, 시험발사, 수출에 대해 협의했다. 이 회담에서 북한과 미국은 미사일의 시험발사 중단에 대해서는 합의를 했다. 북한은 생산과 개발은 자주권의 문제라며 협상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했으나 미사일 수출 중지에 대해서는 보상을 해 줄 경우 협상 가능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2000년에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부 장관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미사일과 관련해서 김정일 위원장과 구체적인 논의를 하기도 했다. 김정일은 미국이 인공위성을 대리 발사해주면 300마일 이상의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고, 10억 달러에 해당하는 식량과 석탄 등 현물지원을 조건으로 미사일 수출을 중단할 것임을 표명했다.

올브라이트의 방북 직후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6차 북미 미사일회담(2000. 11)이 개최되었다. 그리고 이를 타방으로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방북을 검토하기로 했다. 클린턴 행정부는 임기 말에 북한의 미사일 문제를 가지고 북한과 심도 있게 논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했던 것이다. 그러나 북미 미사일 회담은 그 이후 아직까지 개최되고 있지 않다.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응에 따라 3차 핵실험을 강행할 수도 있다.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한 차원에서 취해지는 북한의 조치들이 국제사회와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예상되는 긴장을 예방할 수 있는 여론의 뒷받침도 취약하다. 북한의 발사 강행으로 미국 협상파의 입지는 매우 약해졌고, 미국 여론의 북한에 대한 신뢰도도 더 하락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모든 발생 가능한 상황들은 한반도 긴장 완화와 북한 미사일 능력 감소에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다. 당분간은 냉각기가 필요할 것이다. 냉각기는 2012년 연말에 예정된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 선거 이후까지 지속될 수 있다. 냉각기가 다소 길어진다고 하더라도 해결책을 위한 노력마저 냉각시킬 필요는 없다. 북한의 미사일 능력을 정확하게 평가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1998년 8월 광명성 발사 이후부터 2000년 11월 콸라룸푸르 미사일 회담까지 그 사이에 진행되었던 논의를 검토하는 것이 실마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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