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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가 고이즈미를 꿈꾼다면…

[기자의 눈] 중국 내 탈북자 귀국과 '북한 변수'

베이징 한국 총영사관에 장기 체류 중인 탈북자들이 3월 말이나 4월 초 서울로 올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북한에 있던 국군포로의 딸 백영옥 씨와 그의 자녀 둘이 3년여의 사실상 감옥생활을 끝내고 한국으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지난 1월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때도 한국이 이들의 귀국을 성사시키려 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때는 중국이 완곡히 거절했다고 한다. 그 후 국내에서는 중국 내 탈북자들이 북송될 위기에 처했고, 그걸 막아야 한다는 시위가 달아올랐다. 그리고 26일 청와대에서 북중 정상회담이 다시 열렸고, 다음날 <조선일보>를 통해 백 씨 가족의 귀국 소식이 알려졌다.

이명박 정부는 탈북자와 납북자‧국군포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그 문제를 소홀히 했다고 비판해 왔다. 그러나 이 정부의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중국 내 외국 대사관‧영사관에 체류 중인 탈북자들의 국내 송환은 오히려 전보다 더뎌졌다. 한중관계가 악화되어 중국의 협조를 받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는 실마리조차 못 찾았다. 이전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 때 '특수 이산가족'의 형태로 납북자‧국군포로 가족들의 만남을 성사시켰지만, 현 정부에서는 이산가족 상봉 자체가 2회 밖에 없었다.

이명박 정부는 '탈북자들, 그것도 국군포로 자녀들'의 귀국을 성사시키는 것으로 그처럼 초라한 성적을 일거에 만회하려는 듯 하다. 더군다나 그들이 총선 전에 인천공항으로 입국하기만 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전 일본 총리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고이즈미는 2004년 5월 2차 방북에서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 5명을 데리고 귀국했다. 당시 참의원(상원) 선거를 2개월 앞둔 상황이었는데, '선거용 정치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고이즈미를 본뜬 것으로 보이는 탈북자 귀국 프로젝트가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언론 보도로 공개돼버리는 바람에 중국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북한이 강력히 제동을 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설령 귀국이 되더라도, 그걸 외교적 성과로 치장하는 것은 낯 뜨거운 일이다. 이명박 정부가 한중관계를 잘 관리했더라면 귀국이 훨씬 앞당겨질 수 있었는데, 그게 안 돼서 3년이나 걸렸기 때문이다. 멀쩡한 땅을 파 놓고 다시 묻은 뒤 그걸 성과라고 치켜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 평양 방문 당시 고이즈미 총리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정부와 보수진영은 총선을 앞두고 북한 카드를 끊임없이 만지작거리고 있다. 고위 당국자들의 대북 강경 발언과 서해 군사훈련, 제주 해군기지와 이어도 문제, 탈북자와 천안함 등으로 줄기차게 불을 지펴왔다. 그러나 잘 통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역풍이 불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는 눈치였고, 시간이 지나며 이슈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도도 높아졌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도 하루 이틀이면 유권자들의 머릿속에서 사라진다.

탈북자 귀국 프로젝트는 그같은 '1차 시도'가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되면서 새롭게 꺼낸 카드로 보인다. 그 타이밍에 북한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총선 직후인 4월 12~16일 위성을 발사하겠다고 예고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를 연장해야 한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25일 정상회담에서 사실상 거절의 뜻을 밝힘으로써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다음날인 26일 국방부에서는 북한의 위성 추진체를 요격할 수 있다는 말이 나왔다. 위성 발사일이 가까워지면서, 달리 말해 총선일이 가까워지면서 이지스함 배치 등 안보 분위기가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위성 발사 준비 상황에 대한 실시간 중계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27일 시작된 탈북자 단체의 대북 풍선 날리기와 예상되는 북한의 반발, 정치권에서 시작된 '경기동부연합 색깔론' 등은 훌륭한 배경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재임 기간 납북자, 장거리 미사일 같은 북한 변수를 꾸준히 정치적으로 활용했다. 2004년 재방북은 그 하나의 사례였다. 하지만 고이즈미가 납북자 5명을 데려오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집권 자민당-공민당 연합은 당시 참의원 선거에서 패했다. 총리의 재방북 계획이 발표된 날 총리 자신의 국민연금 미가입 사실을 슬그머니 발표하는 '꼼수'를 부린 일이 있었다. 내각의 악재도 속출했다. 북한을 활용해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려는 계산속이 빤히 보이면 오히려 역풍을 맞는다는 것을 고이즈미는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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