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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의 홈스, 스레브레니차의 학살 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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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의 홈스, 스레브레니차의 학살 재연"

[현장]"주민 전체가 폭격이나 기아로 숨져가"

시리아 정부군이 반정부 도시로 낙인 찍어 무차별 폭격을 가하고 있는 도시 홈스. 이곳에서 취재를 하던 마리 콜빈 등 2명의 서방기자가 미디어센터로 쓰고 있는 건물에 대한 표적 공격으로 지난 22일 현장에서 즉사했다. 국제사회에 충격과 분노를 촉발시킨 이 사건과 관련해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현장의 참상을 생생히 전했다. 그 내용을 소개한다.

바로 가기 : 프랑스 <르피가로> 기자 에디트 부비에가 중상을 입고, "즉시 수술을 받아야 한다"며 구조를 호소하고 있는 유튜브 동영상<편집자>

"이것은 집단학살이다"

두 명의 외신기자가 홈스에서 취재를 하다가 시리아 정부군의 폭격으로 사망했다. 현장의 활동가들은 저격수와 기아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들은 홈스에 가해지는 폭격을 '집단학살(genocide)'로 묘사하면서 서방세계에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기자들이 폭격으로 사망한 홈스의 바바 아므르 구역에 있는 반군 대변인 오마르 샤키르와 잠시 전화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샤키르는 "그들의 시신을 수습할 수 없다. 건물 출입구 쪽에 그들이 누워있지만 그들에 가까이 다가가려고 하다가는 저격수의 총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태생의 영국 신문기자 마리 콜빈과 프랑스의 사진기자 레미 오슐리크는 이날 아침 7시30분 쯤 시리아 정부군의 폭격으로 살해됐다. 그들은 미사일이 처음 날아왔을 때 '미디어센터'로 쓰던 아파트 건물 뒤편에 있었다.

샤키르는 "다른 건물로 옮기고 싶었지만, 폭격이 끊이지 않았다"면서 "2분 정도 폭격이 멈춰 그들은 달렸으나 건물 입구에 떨어진 다음 폭격에 맞아 현장에서 즉사했다"고 전했다.

지난해말까지만 해도 바바 아므르는 시리아 정부군에서 탈영한 병사들이 지켜줘 3㎢의 이 구역은 비상사태 속에서도 비교적 안전한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저격수들이 사람들을 표적 살해하고 부상자들은 병원에서 치료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죽임을 당하고, 정부군이 도시 전체를 굶여죽이려는 공격을 받고 있다.

그동안 홈스의 상황은 훨씬 심각해졌다. 지난 2월 4일 이후 홈스의 서쪽과 북쪽 지역은 탱크와 로켓의 폭격에 시달렸다. 폭탄은 몇 분, 때로는 매 초마다 홈스에 쏟아졌다. 이 폭격으로 남아있는 주민들은 마지막 한 명까지 죽거나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더 이상 누가 구조해주러 올 수도 없고, 저격수들은 시야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으면 표적 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취 없이 수술, 전기도 전화선도 끊겨"

바마 아므르는 이런 공포의 중심지다. 거리는 폐허가 됐다. 목숨이 붙어있는 의사들은 조그만 사원 지하에서 쉼없이 일하고 있다. 그들은 마취제도 없이 부상자들의 다리와 팔을 절단하고 있고, 치료약이나 붕대 같은 것도 없이 치료를 해야 한다. 수혈을 할 혈액은 말할 것도 없다. 시신들은 어떻게 처리할 엄두도 못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 곳은 희망의 장소였다. 수많은 컴퓨터 사이에 놓인 전화기들은 밤새 울려대고, 학생들은 최근의 시위 상황을 담은 영상물을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기도 끊기고, 전화선도 끊겼다. 식수도 없다. 저격수들은 지붕에 있는 물탱크를 날려버렸다. 마지막 남은 디젤유는 위성전화에 전력을 공급할 발전기용으로 아껴두고 있다.

두 명의 기자가 폭격으로 숨졌을 때 다른 기자들은 그 옆에서 부상을 당했다. 영국의 사진기자 폴 콘로이는 심각한 다리 부상을 입었다. 영국의 여기자 에디트 부비에는 왼쪽 다리에 복합골절상을 입었다.

현재 이들은 바바 아므르의 지하 병원에 있다. 모하메드라는 이름의 의사는 "하지만 에디트를 여기서 내보내지 못하면 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에디트는 즉시 수술을 받아야 한다. 수혈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 죽은 뒤 진상조사단이나 보내려느냐"

이들은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수많은 시리아 주민들과 같은 처지에 놓여 있다. 2만 명이 넘는 주민들-대부분이 여자, 어린이, 노인들이다-아직 바바 아므르에서 자신들의 집에서 갖혀있다. 그들의 목숨은 무수히 떨어지는 '폭탄의 자비'에 달렸다. 마리 콜빈은 죽기 전날 마지막 인터뷰를 하는 동안 30초에 14번의 폭격 소리를 들었다.

샤키르는 "이 곳에서 벌어지는 일은 학살"이라고 말했다. 그는 폭격 소리에 목소리가 삼켜져 몇 번이나 반복해서 말해야 했다. 그는 "알아사드는 바바 아므르를 지도에서 지우려고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항복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의 상황을 '스레브레니차'에 비유했다. 스레브레니차는 지난 95년 무슬림 주민 8000명 이상이 학살된 보스니아의 한 마을이다(유엔이 보스니아 내전 중에 '안전지대'로 설정한 피난민 주거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유럽에서 벌어진 학살 중 유일하게 특정 종족을 말살하는 의미의 '집단학살(genocide)'로 규정된 비극.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권은 이슬람 중에서 시아파의 과격분파인 알라위파이며, 홈스는 수니파의 집단 거주지라는 점에서 '집단학살'의 성격을 띠고 있다. 편집자).

샤키르는 "이곳도 마찬가지"라면서 "국제사회가 나중에 진상조사단을 파견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게 필요한 게 아니다.우리는 폭격이 멈추길 원한다. 제발 도와달라, 안 그러면 이곳에 있는 우리는 모두 죽는다"고 절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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