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암을 선고받고 수술한 후 '암 정복'을 선언한 차베스는 21일(현지시간) 수술 부위에서 새로운 병변(病變.lesion)이 발견됐다고 시인했다. 차베스는 아직까지 자신이 어떤 암에 걸렸는지 밝히지 않았으나 작년 수술은 골반 부근을 대상으로 이뤄졌었다.
차베스는 이날 병변의 직경이 2㎝ 정도로 작다는 점을 강조하며, 지난 주말 쿠바에 다녀 왔고, 며칠 뒤 변병의 악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이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베스는 작년 암 수술 후 쿠바를 수차례 오가며 화학적 요법을 통한 치료를 해왔다.
차베스는 자신의 건강과 관련한 악성 루머 때문에 수술 계획을 밝히게 됐다고 털어놨다. 최근 쿠바 야권 인사들은 트위터에 차베스가 응급 수술을 받기 위해 쿠바에 갔다는 소식을 퍼뜨리며 건강 악화설을 제기한 바 있다. 차베스의 암치료에 관여했다고 주장한 한 외과의사는 그가 악성 종양으로 고통 받고 있어 길어봐야 2년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머리카락이 다시 나기 시작한 차베스는 대통령으로서의 정상적인 업무를 보고 있고 마라톤 행사장에도 나타나는 등 정력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이날도 차베스는 트럭 공장을 순회하다가 자신의 재수술 사실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놀랄 것 없고 (야권 세력) 누구도 기뻐할 필요가 없다"며 "나의 개인적인 운명과 관계없이 볼리바리안 혁명(차베스가 주창하는 범아메리카주의 혁명)은 시작됐고 아무도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차베스는 암이 간 등 다른 기관으로 전이됐다거나 자신이 죽어 간다는 보도와 소문을 일축했다.
▲ 21일 자신의 고향 부근 트럭 공장을 시찰중인 차베스. 이날 암 관련 재수술 사실을 밝혔다. ⓒAP=연합뉴스 |
하지만 차베스의 재수술은 4선 도전에 차질을 줄 수밖에 없어 보인다. 아픈 사람에게 어떻게 또 대통령을 맞기냐는 여론이 유포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차베스는 암으로부터 완전 벗어났음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는 것을 가장 중요한 선거 운동 전략으로 세웠다고 정치분석가 호세 빈센테 레온은 <뉴욕타임스>에 설명했다.
베네수엘라 야권이 내세운 후보가 병든 차베스와의 차별화가 가능한 '젊은이'라는 점도 악재다. 야권은 지난 12일 통합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통해 엔리케 카프릴레스 라돈스키(40) 미란다주(州) 주지사를 단독 후보로 선출했다.
카프릴레스의 선출은 '건강한 젊은 후보'라는 점 외에도 두 가지 의미를 더 가진다. 과거 분열상을 보였던 야권이 이번에는 통합 예비선거를 통해 단일 후보를 내세웠다는 점, 그리고 차베스가 빈민층으로부터 인기를 얻었던 사회·복지프로그램을 야권도 수용하며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차베스의 지지 기반인 빈민층을 분열시키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이같은 야권 연대가 대선 판도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는 아직 미지수다. 13년간 대통령을 지냈던 차베스에 대한 여론의 뒷받침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현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베스는 여전히 50%가량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알자지라>는 대선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유권자가 3분의 1이 되기 때문에 선거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뜨거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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